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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맹희 소송이 지배구조에 주는 영향은? '삼성 3세경영 시대' 겨냥..이재용으로 승계작업에 영향 줄수도

문병선 기자공개 2013-01-22 09:03:35

[편집자주]

지주회사 제도는 여전히 손 볼 곳이 많은 불완전한 지배구조지만 국내에서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지배구조의 대안으로 인식된다. 그래서인지 2011년을 기점으로 증가율이 둔화되다가 2012년 들어 다시 늘어나는 추세다. 정치권의 '경제민주화' 논의와 세제 문제가 복합적으로 어우려져 만든 결과로 분석된다. 2013년에는 또 어떤 그룹이 지주회사행을 택할 지 재계의 관심이 높다.

이 기사는 2013년 01월 22일 09: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의 상속소송은 이건희 회장의 보유주식을 타깃으로 하고 있으나 그 파장은 삼성가 3세에까지 영향을 주는 사안이다. 삼성그룹의 3세로의 지분승계와 3세들의 '그룹 분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하는데 3세들이 부친으로부터 취득 또는 수증할 지분이 줄어들어 3세들의 삼성그룹 지배지분율은 약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이맹희 전 회장의 상속소송은 중장기적으로 삼성가 지배구조에 적지않은 파급력을 줄 사안으로 보인다. 3대 또는 4대에 가서 경우에 따라 지배력에 변화를 줄 수도 있다는 점 등 때문에 이건희 회장 등이 이번 소송 초반 격하게 반응했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건희 회장 패소해도 삼성 지배구조 영향 적어

하지만 삼성그룹 지배구조에는 당장 큰 변화를 주는 것은 아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 최대주주가 이건희 회장에서 삼성에버랜드로 바뀔 수 있다고 분석한다. 결과적으로 삼성에버랜드가 공정거래법상 일반지주회사로 강제 지정되는 상황이 오면 금융계열사 지분을 매각해야 하고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일대 변혁이 올 것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따져보면 이는 기우다.

삼성생명 지분율 변동(이맹희 승소시)

소송이 진행되면서 이맹희 전 회장측은 이건희 회장의 차명주식의 범위와 종류, 그리고 규모를 밝혀냈고 소송의 목적물을 확정하게 됐다. 그 결과 최대주주의 변화를 수반하지 않는 소송 목적물이 확정됐기 때문이다. 소송의 목적물 중 실물주식은 삼성생명 지분 14.25%와 삼성전자 지분 0.55%가 전부다. 이중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핵심 지분인 삼성생명 지분 일부(14.25%)를 모두 이맹희 전 회장측이 가져가더라도 이건희 회장의 삼성생명 최대주주 지위는 변하지 않는다.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최대주주 지위를 유지하는 한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이슈는 발생하지 않는다는 게 법조계 해석이다. 일견 삼성에버랜드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강제전환 요건의 턱밑 수준까지 와 있는 것으로 보인다. 2011년말 기준 자산총액(5조9080억원) 대비 자회사주식가액합계액(3조1712억원) 비율은 54%로 지주비율이 50% 넘은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는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강제지정 요건이다.

그러나 이런 계산은 대략적인 추정일 뿐이다. 주식가액 합계액에 포함시킬 자회사는 최대주주여야 하는데, 현재 삼성생명 최대주주는 삼성에버랜드가 아니다. 이건희 회장이다. 따라서 삼성에버랜드의 지주비율 산출시 자회사주식가액합계액에서 삼성생명을 제외해야 하고 이 경우 지주비율은 0%에 가까워 공정거래법상 지주회사 강제 전환 요건이 안된다.

이맹희 전 회장이 돌려달라고 요구한 삼성전자 주식도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변화를 주지 않을 수준에서 확정됐다. 그 지분율은 0.55%다. 금액으로는 조단위이지만 지배구조에서 유의미한 영향력을 행사할 만한 지분이 아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소송의 결과 삼성그룹 지배구조에 큰 파급력을 주지 않는다"며 "이미 삼성그룹 3세들은 최상위 지배회사인 삼성에버랜드 지분을 절대규모 취득한 결과 형식적인 지분 승계를 마쳤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삼성 3세 경영시대 겨냥'..삼성 견제 구도 노릴수도

그러나 이번 소송의 파장이 여기서 끝난다고 보면 오산이다. 이건희 회장의 지배체제는 견고하지만 3세의 지배체제는 아직 미완성이다. 이재용 부회장은 최상위 지배회사인 삼성에버랜드의 최대주주이긴 하다. 그러나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기타계열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중 삼성생명 지분율은 취약하다. 부친으로부터 삼성생명 지분을 증여받아야 현 지배구조를 그대로 물려받을 수 있는데 본인의 몫이 이맹희 전 회장 때문에 줄어드는 영향을 받게 된다.

삼성그룹 최상위지배구조

이재용 부회장의 취약한 삼성생명 지분율은 삼성그룹 지배구조의 가장 아픈 '아킬레스건'이다. 삼성생명없이는 삼성전자를 지배하지 못하고 삼성전자를 지배하지 못하면 삼성그룹을 잃는 것과 다를 바 없다. 이맹희 전 회장은 이런 취약한 연결고리를 직접 겨냥한 것이어서 중장기적으로 삼성의 3대 경영시대를 노리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이건희 회장 입장에서 최악의 상황(이맹희 전 회장의 최상의 상황)을 가정하고 지분율 합을 구해보면 만만치 않은 구도가 형성된다. '삼성 대 범삼성'의 구도로 합을 구해보면 대략 '36% 대 24%'이다. 만일 이건희 회장이 삼성생명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에게 증여(증여세 50% 추정)한다고 가정할 경우 이 구도는 '29% 대 24%'로 격차가 준다. 삼성 입장에서는 안심하기 어려운 구도가 형성되는 셈이다.

물론 이런 모든 상황은 가정이고 원고가 패소할 수도 있다. 또 최악의 상황이 오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삼성생명 지분율을 늘릴 방안은 여러 전략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최악(최선)의 상황에 대한 대비는 현재까지는 없다. 이에 비해 이맹희 전 회장측의 소송 공세는 1심 승소 여부와 관계없이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아울러 이맹희 전 회장의 상속소송 의도는 겉으로 표현되진 않았지만 이건희 회장 이후의 시대, 즉 삼성가 '3세 경영시대'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목적이 없지 않다. 소송 인지대만 127억여원으로 비용이 만만치 않은 점과 원고의 나이 등을 감안하면 원고가 금전을 목적으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긴 어렵기 때문이다.

이맹희 전 회장은 과거에도 부친 유언과 관련해 "이건희 회장 이후 삼성그룹을 이재현 회장에 물려주기로 했다"라고 말한 적이 있다. 또 이건희 회장을 향해서는 지난해 4월 "나는 삼성을 노리고 이런 소송을 하는 것이 아닙니다. 진실을 밝혀서 잘못된 것을 바로잡는 것이 내 목적입니다"라고 말했는데, 이는 이재현 CJ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부친의 유언을 해석하고 있다고 해석케 한다. 이건희 회장 이후의 삼성을 대비하는 듯한 뉘앙스가 읽혀진다는 것이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사석에서 "80세가 넘은 그가 상속 소송을 제기한 건 외아들 외재현 CJ그룹 회장을 생각한 것"이라며 "그의 가족과 삼성가의 관계를 자신의 생각대로 재정리하고 좁게는 이재현 회장이 삼성을 견제할 수 있도록 하는게 삼성의 미래를 위해 더 낫다고 여길 수 있다"고 해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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