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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7조 ELS시장, 투명성은 깜깜이 수준 금감원·예탁원·금투협, 세부 발행내역도 파악 못해

이상균 기자공개 2013-04-10 14:08:31

이 기사는 2013년 04월 10일 14:0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ELS 시장이 50조원에 육박할 정도로 급성장했지만 투명성은 '깜깜이' 수준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ELS 발행내역 뿐만 아니라 세세한 상품형태와 조기상환 내역 등을 알아낼 길이 없다는게 업계의 불만이다. 금융감독원 뿐만 아니라 금융투자협회, 예탁결제원 모두 손을 놓고 있다.

어느 곳에서도 ELS 시장을 적극적으로 파악하려는 의지가 보이질 않는다. 이들 기관에서 내놓는 정보도 증권업계의 눈높이를 맞추기에는 한참 역부족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각 증권사의 ELS 담당자들이 별도의 모임을 만들어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금감원, 9년간 ELS 발행정보 발표 고작 8건

금융시장을 감독하고 관리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정보 파악이 우선시돼야 한다는게 업계의 이야기다. 규제도 정보가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 측면에서 금감원의 ELS 시장 파악은 낙제점 수준이라는 지적이다.

우선 ELS 시장에 대한 정보공개가 들쭉날쭉 이다. 2004년 이후 금감원이 ELS 시장 통계에 대해 발표한 보도 자료는 고작 8건에 불과하다. 1년에 1건도 내놓지 않은 셈이다. ELS 투자자보호 강화방안, 상장기업의 ELS 회계처리, ELS 녹인이 주가에 미치는 영향 분석 등 지난 9년간 모든 발표 자료를 합쳐도 20건에 그친다. 같은 기간 3조원 규모에 머물던 ELS 시장은 지난해 47조원으로 15배 이상 성장했다.

발표 주기도 제멋대로다. 2003년 시장 현황을 발표한 이후 4년간 손을 놓고 있다가 2007년에 들어서야 발표를 재개했다. 이후에는 2009년 8월, 2009년 연간 기준, 2010년 3분기, 2010년 연간기준, 2011년 1분기, 2012년 1분기 순으로 발표했다. 2012년 6월 이후로는 10개월째 시장통계가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금감원 복합금융감독국이 지난해 ELS 시장을 파악한 자료를 만들기는 했다. 하지만 분석팀으로 넘어간 자료는 올해 1분기가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나올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예탁원, 기초자산 명칭 기준도 없어

자료를 집계하는 예탁결제원도 금감원과 크게 다르지 않다. 증권사가 발행하는 ELS 정보는 전산입력을 위해 예탁결제원에 제출된다. 국내에서 발행되는 공모와 사모 ELS 발행정보가 모두 집결된다. 국내 ELS 시장을 가장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기관인 셈이다.

얼핏 들여다보면 예탁결제원의 발표 내용도 충실해 보인다. 매 분기마다 ELS 발행금액, 원금보전형 상품 비중, 공모와 사모 비중, 상환규모 등을 발표하고 있다. 적어도 금감원보다는 자료의 양과 질은 더 낫다.

하지만 예탁결제원도 핵심적인 데이터에는 접근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는게 업계의 불만이다. ELS의 가장 핵심인 기초자산 파악이 안 되고 있다. 증권사로부터 데이터를 받으면서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은 탓이다. 일례로 일본 닛케이225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한 ELS에 대한 정확한 표기기준이 없다보니 각 증권사별로 명칭이 NIKKEI225, 닛케이, 니케이, NIKKEI, 니케이225 등 전부 제각각이다. 이렇게 되면 데이터 추출이 불가능해진다.

이 때문에 예탁결제원은 닛케이225를 기초자산으로 설정해 ELS가 어느 정도 규모로 발행됐는지 파악도 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업계에서 자체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닛케이225로 설계된 ELS는 1266억 원 규모로 발행됐다. 반면 예탁결제원은 지난해부터 올해 1분기까지 한 종목도 발행되지 않았다는 답변을 내놨다.

예탁결제원도 자신들의 데이터가 완벽치 않다는 점을 인정한다. 하지만 개선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ELS 기초자산에 대한 자료 공개를 거부하고 있다. 데이터가 완벽치 않아 외부로 내보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의지부족 탓이다. 예탁결제원 관계자는 "기초자산 기재가 발행사의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통계자료로는 사실상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도 비슷한 상황이다. 회원사로 가입한 증권사들의 발행 정보를 매달 취합하지만 자료가 부실한 것은 마찬가지라는게 업계의 평가다. 채권평가사 관계자는 "금투협이 취합하는 자료를 살펴봤지만 가공이 전혀 안 돼 있다"며 "예탁결제원과 비슷한 수준으로 정보로서의 가치가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중소형 증권사, ELS 데이터 없어 사업계획도 못 짜

증권사들조차 이들 기관의 자료를 100% 신뢰하지 않는다. 단순한 참고자료 이상의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자료의 신빙성이 떨어지다 보니 증권사들은 자체 인력을 동원해 ELS 데이터를 수집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공시된 발행 정보를 일일이 수집하고 있다. 투자설명서와 증권발행실적보고서를 대조해 실제 발행액과 기초자산, 발행형태 등을 취합하는 식이다. 시간이 많이 걸릴 수밖에 없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일주일에 직원 3명을 투입해 이틀을 꼬박 매달려야 제대로 된 데이터가 나온다"며 "금감원과 예탁결제원, 금투협에서 제대로 된 데이터를 추출할 수 없다보니 비생산적인 업무에 고급인력을 투입하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이렇게 추출한 데이터는 대형 증권사 6~7곳의 ELS 담당자들 사이에서 공유된다. 금감원과 예탁원, 금투협에서 나오는 데이터보다 정확성에서 한 수 위다.

이 관계자는 "ELS 시장은 50조원에 육박하는데 시장파악이 아직도 제대로 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 한심스럽다"며 "일부 중소형 증권사의 경우 데이터가 없어 한해 사업계획도 제대로 못 짜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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