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3년 07월 25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통합 한화손보가 출범 4년차에 접어들었다. 2009년 12월 한화손보와 제일화재의 합병은 당시 가장 이상적인 결합으로 평가받았다.합병 전에도 양사는 '두지붕 한가족'이란 말이 있을 정도로 친숙한 기업문화를 지니고 있었다. 영업경쟁력 측면에서도 한화손보는 설계사 조직을 통한 장기손해보험, 제일화재는 온라인 자동차보험 영업에 강점을 지니고 있어 서로의 부족한 면을 채워주기 충분했다. 채널 중복에 따른 비용적 낭비도 없었다. 규모의 경제 실현이라는 양사의 경영목표 달성에 가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은 최대 이점으로 부각됐다.
◇외형 커졌지만 효율성 크게 감소
보험업계에서 '1+1=2'라는 공식은 빗나가기 일쑤다. 영업채널 확충을 위해 수 백억 원을 쏟아 붓고 뒤돌아서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일이 다반사다.
기대를 모으며 출범한 통합 한화손보의 사정도 비슷하다.
2009년 12월 합병 당시 한화손보와 제일화재의 시장점유율은 각각 3.6%, 3.1%였다. 통합 한화손보는 6.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출범했지만 3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3월 말 기준 시장점유율은 6.4%로 축소됐다.
6%에 달하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이 4.4%로 떨어졌고, 일반보험 시장점유율도 0.6%포인트 감소한 탓이다.
의도적으로 만년 적자인 자동차보험보단 장기보험을 성장의 축으로 삼은 결과라고 하지만 현재 장기보험의 시장점유율도 하락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합병 이후 한화생명 영업채널의 생·손보 교차판매를 활용, 장기보험 판매 확대에 나섰다. 영업채널 강화에 이어 지난 2011년부턴 저축성 보험 중심으로 장기보험 성장에 불을 지폈고, 2011 회계연도엔 23%라는 장기보험 성장세를 기록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 저금리 상황에서 커지는 장기 저축성 보험의 역마진 우려와 경쟁사들의 공략에 한화손보의 장기보험 신계약은 줄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난 3월 말 기준으론 신계약 규모는 전년 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계속보험료의 유입으로 장기보험의 시장점유율 하락은 전년 동기 대비 0.1%포인트에 그쳤지만 장기보험의 성장엔진은 이전만 못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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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점유율은 감소하고 85%에 달하는 손해율로 보험영업에서 2362억 원의 적자를 기록한 한화손보가 기댈 수 있는 곳은 합병 이후 증가한 운용자산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이다.
제일화재와의 합병 전 한화손보의 총 자산은 2조 원 수준에 불과했지만, 합병과 보험영업을 통해 지난 3월 말 기준 총 자산규모는 7조 8866억 원에 증가했고, 이중 77%를 운용하고 있다.
한화손보는 최근의 저금리 기조 속에서도 국내 손보사 중 최고 수준인 4.93%(2012 회계연도 기준)의 운용자산이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보험영업에서 적자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 업계 최고 운용자산이익률로도 당기순이익 감소는 막지 못하고 있다.
회계처리 변경효과도 있지만 한화손보의 총자산순이익률(ROA)는 지난 2009년 3월 합병전 2.7%에서 지난 3월엔 0.4%로 하락했다. 덩치는 키웠지만 효율성은 감소하고 실제 벌어들이는 수익 절대량도 줄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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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BC 벼랑 끝…사라지는 고금리 후순위채 자본확충 효과
현재 한화손보에게 가장 시급한 문제는 자본확충이다.
한화손보의 지난 3월 말 위험기준 자기자본비율(RBC비율)은 155.2%로, 금감원 권고치(150%)를 간신히 맞추고 있다.
지난 6월 말 채권평가손실에도 불구하고 150% 방어에는 겨우 성공했다고 알려지지만, 따지고 보면 여기엔 1940억 원(지난 3월 말 기준)의 후순위사채로 인한 자본확충 효과가 녹아있다.
한화손보의 후순위사채는 연 이자율만 5.8~6.8%로, 한화손보는 운용자산이익률을 크게 상회한다. 또 지난해 6월 발행한 후순위사채를 제외하고 2010~2011년 세 차례에 걸쳐 발행한 후순위사채의 자본확충 효과도 잔존만기 5년차(잔존만기 5년차부터 매년 자본인정 비율 20%씩 감소)에 접어들어 서서히 감소하고 있다.
고금리 비용은 비용대로 나가고, 자본확충 효과는 갈수록 떨어지는 상황에 봉착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난 6월 채권평가손실에도 RBC비율 150%대를 수성했다는 것은 수익률 하락을 감수하고 장기채권 투자로 듀레이션을 조정했던가, 보유하고 있던 채권을 매각하는 방법을 썼을 것"이라며 "상황이 지속적으로 악화되고 있는 상태라 이러한 임시방편이 통하는 시기는 곧 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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