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쇼핑-롯데손보간 '영구채 거래' 문제 없나 모회사-손자회사간 자본확충..금산법등 규제 우회 소지
문병선 기자공개 2013-11-14 08:47:10
이 기사는 2013년 11월 11일 16: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쇼핑이 영구채 200억원 어치를 롯데손해보험에 매각할 계획이다. 롯데손해보험은 롯데쇼핑의 손자회사이기 때문에 손자회사가 모회사의 자본확충에 참여하는 결과를 낳는다. 현행법상 문제는 없다. 하지만 현행법 체계가 영구채의 속성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자칫 영구채가 대기업집단의 변칙적 계열사 지원에 활용될 여지를 남겼다는 지적이 나온다.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의 지주회사격 회사인 롯데쇼핑은 약 3000억~5000억 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영구채)을 발행해 이 중 일부(약 200억원 어치)를 계열 금융회사인 롯데손보에 팔 예정이다.
영구채는 주식과 채권의 중간 성격을 띠는 신종자본증권(하이브리드채권)이다. 부채이지만 발행자의 명시적 상환의무가 없다는 측면에서 국제회계기준(IFRS)상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따라서 롯데손보가 롯데쇼핑의 영구채를 사들이게 되면 자본의 속성상 신규 순환출자 고리를 형성하는 것으로도 볼 여지가 생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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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의 경우 현재 '롯데쇼핑→(25%)롯데역사→(14.17%)롯데손보'의 출자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또 '롯데쇼핑→(34%)대홍기획→(11.52%)롯데손보'로 이어지는 출자관계도 형성돼 있다. 모두 수직적 출자관계다.
이 출자흐름은 롯데손보가 모회사인 롯데쇼핑의 영구채를 매입하게 되면 '롯데쇼핑→롯데역사→롯데손보→(영구채)롯데쇼핑' 및 '롯데쇼핑→대홍기획→롯데손보→(영구채)롯데쇼핑' 식으로 바뀔 수 있다.
예컨대 롯데쇼핑의 자본이 영구채를 포함해 10조원이고 롯데손보의 영구채(롯데쇼핑) 투자액이 200억원이라면 롯데쇼핑 자본(10조원) 중 200억원 만큼은 '가공자본'이 된다는 뜻이다. '가공자본'은 금지 대상은 아니지만 규제의 대상이다. 최초 출연자인 롯데쇼핑이 출자금액(10조원) 중 200억원을 되돌려 받았으니 그만큼 자본 충실성이 없다고 판단한다.
하지만 영구채는 이런 '자본'의 성격을 갖고 있으면서도 '채권'으로 분류돼 규제에서 비켜나 있다.
롯데그룹 역시 실제 여러 법률을 검토했고 문제가 없다는 판단에 이번 거래를 추진한다. 규제 법률은 대략 상법, 금산법, 공정거래법, 보험업법 등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보험업법상) 보험회사는 대주주가 발행한 채권 또는 주식을 특정 금액 이상으로 투자할 수 없게 돼 있다"며 "파악 결과 한도는 약 1050억원이 남아 이번 200억원 투자는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내렸다"고 했다. 그는 이어 "영구채는 의결권도 없어 새로운 출자관계를 맺는 것으로도 볼 수 없다"고 해석했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도 비슷한 결론을 낼 것으로 파악된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융산업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상) 금융자회사가 대주주(산업자본)의 의결권 있는 발행주식 총수의 5% 이상을 소유할 경우 금융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지만 영구채는 의결권이 없기 때문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상법 등 관련 법률을 봐야 하겠지만 '의결권 있는 주식'이 규제 대상이기 때문에 영구채는 해당없을 것으로 일단 보인다"고 했다.
문제는 이번 롯데그룹 내부 계열사간 영구채 거래가 다른 그룹의 계열사간 변칙적인 상호출자·순환출자에 활용되거나 금융계열사를 활용한 변칙적인 기업결합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는 점이다.
특정 대기업집단의 지주회사(A)가 자회사(B)를 상대로 영구채를 발행했을 경우다. 또 산업자본이 대주주인 특정 대기업집단의 최상위 지배회사(A)가 자회사(B)와 손자금융회사(C)를 상대로 영구채를 대거 발행했을 경우 등이다. 'A와 B'는 상호출자가 된다. 상호출자는 원칙적으로 모두 금지된다. 'A와 B, 그리고 C'는 순환출자 관계가 되지만 현행법률은 이를 규제할 수단을 딱히 갖고 있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쇼핑이 발행하는 영구채를 보험회사와 공제회 등이 모두 사간다고 가정할 때 이들 보험회사와 공제회가 어떤 기업으로부터 투자를 받는지는 전혀 파악되지 않는다"며 "주식이었다면 투자 흐름이 비교적 드러나겠지만 채권은 확인이 불가능해 영구채를 활용한 특이한 출자구조가 생겨날 소지는 분명 있다"고 밝혔다.
한편 롯데손해보험이 롯데쇼핑의 영구채를 사들이는 이유는 투자수익률 제고 때문이다. 일반 우량기업 회사채 금리가 2~3%대이지만 이 영구채 이자율은 연 4.5%로 예정돼 있다. 롯데손보 관계자는 "투자처가 마땅치 않은 상황에서 우량 기업의 채권을 높은 금리를 받고 가질 수 있어 투자운용수익률 제고 효과가 있다"고 했다. 롯데쇼핑 역시 유동성이 충분치 않은 롯데손보가 영구채를 인수하게 함으로써 다양한 투자수단을 확보할 수 있도록 길을 터주려는 목적이 없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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