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후계승계에 '재단' 활용되나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삼성생명공익재단, 5000억 삼성생명 지분 매각..타 계열사 지분매입용 관측
문병선 기자공개 2014-06-25 07:57:56
이 기사는 2014년 06월 23일 17시14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생명 지분 2.5%를 장외에서 팔아 5000억원대 현금을 확보했다. 작년말 기준 3000억원대 현금성 자산에 더하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8000억원대 현금을 갖게 된다.이렇게 많은 현금이 필요하지 않다는 점에서 앞으로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삼성생명 이외의 계열사 지분을 사는 등 모종의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된다.
◇8000억원대 풍부한 현금확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삼성서울병원 등을 운영한다. 작년말 1조6126억원 규모의 자산을 보유 중이다. 감사보고서를 보면 순자산총계(자본총계)는 1조147억원이다. 부채총계는 5979억원이다. 기업 재무비율과 같은 시각으로 봤을 때 부채비율은 58.92%로, 매우 우량한 재무구조다.
현금성자산은 8000억원대로 늘어날 전망이다. 작년말 기준 630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을, 2306억원의 단기금융상품을 갖고 있다.
이런 현금성자산 이외 매도가능증권이 5678억원 어치다. 이 중 대부분은 삼성생명 주식이다. 삼성생명 936만주를, 4961억원의 장부가액으로 평가해 갖고 있었다. 이번에 절반 가량을 시가로 팔아 5000억원 가량을 확보했다. 나머지 지분을 매각하면 삼성생명공익재단은 1조3000억원 가량의 현금성자산을 갖게 된다.
작년 공익사업 수입(1048억원)과 수익사업 수입(1조1253억원)을 더한 1조2301억원의 수입을 올렸다. 공익재단은 공익사업 계정과 수익사업 계정을 별도로 관리, 재무제표에서 구분하고 있다. 비용은 공익사업 비용(141억원)과 수익사업 비용(1조1872억원)의 합계액인 1조2014억원이었다. 수입에서 비용을 빼고 작년 287억원의 소득을 남겼다. 직전해 12억원 가량의 손실을 봤으나 기부금 수입이 늘면서 이익이 늘어나게 됐다.
현금성자산이 8000억원대로 늘어나고, 나아가 1조3000억원대로 늘어날 수 있다는 걸 업계에선 매우 특이한 일로 받아들인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의료사업 △노인복지시설 운영사업 △보육시설 운영사업 △상찬사업 등 총 4가지 고유목적사업을 하고 있다. 의료사업 비중이 가장 크지만 의료사업에서 적자가 나더라도 기부금 수입으로 충당이 가능한 곳이 삼성생명공익재단이다.
굳이 자산을 매각해 현금화 필요성이 적은데도 현금을 늘린 건 다른 목적이 숨어 있기 때문이라는 관측이다.
◇삼성그룹 다른 계열사 지분 매입하나
재계에서는 삼성생명 지분을 팔고 다른 계열사 지분을 취득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재계 한 대관업무 관계자는 "시민단체에서는 후계승계에 도움을 주는 방식으로 이 자금을 쓸 것으로 이야기가 나온다"며 "다만 구체적으로 어디에 쓸 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삼성그룹 지배구조 개편이 진행되는 시기에 지분을 매각했다는 점을 보면 지배구조 개편과 무관한 거래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삼성생명공익재단이 삼성에버랜드, 삼성물산, 호텔신라 등의 지분을 더 취득할 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작년말 기준 삼성생명 지분과 삼성선물 지분, 그리고 365홈케어 지분만을 갖고 있다. 이 마저도 삼성선물 지분을 연초 매각했고 365홈케어는 오픈타이드코리아로 흡수합병됐다.
반면 삼성문화재단의 경우 제일모직(1.73%), 삼성생명(4.68%), 삼성에버랜드(0.88%), 삼성증권(0.26%), 삼성물산(0.08%), 삼성화재(3.06%), 삼성전자(0.03%) 등 계열사 지분을 갖고 있다.
삼성생명공익재단도 얼마든지 이들 계열사 주식을 추가로 취득할 수 있다. 재단이 계열사 주식을 갖고 있으면 우호지분 역할을 한다. 경우에 따라 재단을 통한 계열사 지배도 가능하다.
국내에서는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이 2012년 5월 금호석유화학 보통주 48만5060주(1.59%)를 매각, 매각 대금으로 금호타이어 유상증자에 참여한 전례가 있다. 금호아시아나문화재단 입장에서는 자산 교체에 불과했으나 재계에서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의 금호타이어 우호지분이 늘어난 것으로 봤다.
제약회사인 유한양행의 경우 재단을 통해 경영이 이뤄지고 있다. 유한재단은 현재 유한양행의 지분 15.4%를 갖고 있다. 유한학원도 7.57%를 갖고 있다. 유한양행은 이들 재단에서 선임한 전문경영인이 경영하고 있는, 국내에서 대표적인 재단을 활용한 지배구조 구축 사례다.
삼성그룹의 경우 취약한 지분율로 지배하는 계열사가 적지 않다. 삼성전자, 삼성물산, 호텔신라 등이다. 특히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은 그룹 핵심 계열사로, 늘 지분확대 필요성이 지적돼 왔던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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