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5년 07월 31일 07: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은행이 IMM PE가 제안한 대한전선 매각 조건을 끝내 수용하지 않을 전망이다. 채권단 협의회에서 4분의 3 이상의 동의를 받은 만큼 매각은 그대로 진행되도록 두되, 은행에 불리한 채권계약 조건은 적용 받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30일 금융업계에 따르면 우리은행은 대한전선 매각과 관련해 아무런 의사를 표하지 않는 것으로 방침을 정했다.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은 지난 21일 IMM PE에 회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채권단에 '대한전선 매각안 가결 및 합의서 날인 통지' 공문을 발송하고 우리은행의 날인을 대기 중이었다. 다른 채권은행들은 우리은행이 '버티기' 전략을 한다며 매각을 방해하는 꼼수라 지적했다.

이에 대해 우리은행은 "은행에 현저히 불리한 채무 유예·금리 조정 조건을 수용할 수 없을 뿐, 매각을 결렬시킬 의사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IMM과 하나은행이 합의한 대한전선 매각안 중에서 우리은행이 수용할 수 없는 조건은 채무 조정에 관한 내용이다. M&A 계약이 체결되면 대한전선은 채권 만기를 2020년까지 5년을 연장하고 금리도 3.5%에서 2.5%로 인하한다.

문제는 이 금리가 변동금리가 아닌 5년 동안 고정금리로 책정된다는 점이다. 유상증자가 마무리되면 IMM의 지분은 70%를 넘어가게 된다. 대한전선에 새로운 '주인'이 생기는 상황에서 리파이낸싱도 아닌 대규모 채권을 장기간 유예하면서 금리 변동 리스크까지 은행에 떠넘기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주장이다. 사모펀드의 자금 투자 기간이 통상 5년이라는 점도 우리은행이 조건을 받아들이기 힘든 이유 중 하나다. 유상증자 금액 3000억 원 중 600억 원 만이 채무상환에 쓰일 예정이라 신규자금 유입 효과는 미미하다.

게다가 우리은행은 대한전선 차입금에 대해서는 담보를 보유하고 있어 불리한 금리 조건을 상대적으로 더 수용하기 어렵다. 우리은행은 대한전선의 국민유선방송투자2호사모투자전문회사 주식(1000억 주)을 차입금 담보로 보유하고 있다. 2008년 대한전선이 1000억 원을 투자해 취득한 지분이다. 구체적인 숫자는 나와있지 않지만 당시 국민유선방송투자2호사모투자전문회사는 씨앤앰커뮤니케이션의 지분 27.5%를 소유한 국민유선방송투자의 상환전환우선주 일부를 인수했다.

우리은행은 금리조건 수용 불가 입장 외에 매각을 방해한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동의하지 않는다.

채권단이 우려하는 것은 우리은행의 동의 없이 진행될 경우 매각 절차가 강제로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채권단 협약에 따르면 신규자금 지원에 대해서는 채권단 전체의 동의를 받아야 하지만, 출자전환주식 매각에 대해서는 4분의 3 이상의 동의만 받으면 된다. 이번 M&A가 구주매출 없이 제3자 배정 유상증자의 형태로 이뤄지기 때문에 전체 동의를 받아야 하는 사항인지, 4분의 3이상의 동의만 받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는 법률적으로 이견이 생길 여지가 있다.

하지만 우리은행이 이러한 협약을 문제 삼고 M&A 금지 가처분을 신청하는 등 적극적으로 매각을 저지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은행이 매각을 결렬시켜 얻는 실익이 크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매각 훼방 의도도 없을 뿐더러 채권단이 우리의 동의 없이도 매각을 진행하는 게 불가능한 건 아니다"라며 "운영자금이 2400억 원까지 필요한지도 불확실한 상황에서 불리한 매각 조건도 모두 감수하겠다고 했지만 기존 채권금리가 2.5%로 묶이는 것까지는 수용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매각 후부터 채권 협의회는 사실상 유효하지 않기 때문에 별도로 여신을 관리할 것"이라며 "변동금리라 해도 'CD + 1%대 후반' 수준에서 대한전선 영업상태에 맞춰 금리를 적용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주채권은행인 하나은행에서는 불가능한 주장이라고 못박는다. IMM PE측에서 채권단 전체 동의를 전제로 M&A를 진행하기로 계약했기 때문에, 우리은행의 동의만 빠진채 대한전선을 매각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하나은행 관계자는 "통상적인 매각 절차에서도 채권단 전체 동의 없이 M&A가 진행되는 경우는 거의 없다"며 "우리은행만 제외하고 매각을 할 수 있는 주장은 잘못된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