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테일로 수요축 이동, 메자닌 발행량도 키웠다 [메자닌 투자 시장 분석]③3년 폐쇄형 '선형렬표' 메자닌펀드, 업계 표준 자리 잡아
이충희 기자공개 2016-08-12 10:56:07
이 기사는 2016년 08월 05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몇년 사이 메자닌 투자 시장의 주축이 리테일 쪽으로 빠르게 전환되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까지만 하더라도 메자닌 시장은 2금융권 기관들의 투자가 주류를 이뤘다. 그러나 2010년 전후 저축은행 사태가 터진 이후 기관투자가 경색되기 시작했고 그 틈을 투자자문사들이 발빠르게 파고 들었다.메자닌 전문 자문사들이 만드는 펀드들의 수익률은 연 10% 수준이다. 주식시장의 장기 박스권, 지속되고 있는 저금리 기조 등과 맞물려 수익률이 높은 메자닌 펀드의 인기는 날이 갈수록 치솟고 있다.
◇업계 표준 '선형렬표' 펀드, 리테일시장 광풍 이끌어
리테일 시장에서 메자닌펀드가 처음 선보인 것은 지난 2005년이었다. KTB자산운용의 대체투자 부문 펀드 매니저였던 선형렬 현 에이원투자자문 대표는 여러 분야에 투자를 시도하다 메자닌펀드의 성공을 직감하고 이곳에 투자를 집중하기 시작했다.
선 대표는 "벤처투자 펀드, 특별자산 펀드, 스팩에도 투자를 해봤지만 메자닌이 제일 안전하고 수익을 내기 좋은 상품이었다"면서 "당시 운용했던 수십개 메자닌펀드 중 마이너스 수익을 낸 상품은 하나도 없었고 3년 최대 77%, 최저 5% 정도 수익률을 거뒀다"고 말했다.
선 대표가 2005년 만들었던 메자닌펀드는 3년 만기 폐쇄형으로 설정됐다. 이 때의 구조는 10년이 넘게 흐른 지금도 메자닌 펀드의 표준 기법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들이 메자닌을 발행할 때 2년 짜리 조기상환청구권이 포함된 풋옵션을 집어넣는 것도 선 대표가 만든 3년 짜리 메자닌펀드 비히클(vehicle)이 없었다면 자리잡기 힘든 구조였다는 평가다.
선 대표가 지난해 KTB자산운용에서 나와 에이원투자자문을 설립한 것은 리테일 시장에서 메자닌 펀드 광풍을 불러일으킨 기폭제가 됐다. 선 대표는 1년만에 2500억원이 넘는 자금을 쓸어담았다. 이는 업계 유일의 메자닌펀드 운용사였던 KTB자산운용의 수탁고를 단숨에 넘어서는 성과였다.
메자닌 일임투자로 레코드를 쌓던 시너지투자자문도 작년부터 펀드를 만들기 시작해 1년이 채 안되는 기간 동안 2000억원에 달하는 자금을 모았다. 업계 관계자는 "KTB자산운용에서 메자닌펀드로 워낙 유명세를 탔던 선형렬 대표가 새롭게 자문사를 만들면서 메자닌 펀드 시장이 훨씬 커졌다"고 평가했다.
◇높아진 리테일 수요, 발행량도 늘어…전년 대비 2배 전망
올해 메자닌 발행량은 7조~8조원 수준으로 예상되고 있는데 이는 작년 대비 2배 가까이 급증한 수치다. 메자닌 발행량이 늘어난 주요 원인은 역시 리테일에서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명철 시너지투자자문 대표는 "불과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한 기업이 발행할 수 있는 사모 메자닌은 300억원 정도가 최대였지만 요즘은 한꺼번에 500억 원을 발행해도 쉽게 팔려나간다"며 "한번에 100억원 이상 편입할 수 있는 역량 있는 자문사나 운용사들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리테일 시장에서의 빠른 소화는 자연스레 기업들의 메자닌 발행 욕구를 키우고 있다. 수요가 워낙 많아 발행만 하면 불티나게 소진되기 때문이다. 더욱이 메자닌은 대부분 사모 형태 발행이 많아 공모 발행을 꺼리는 기업들의 주요 자금 조달 창구로 서서히 자리잡고 있다.
선형렬 에이원투자자문 대표는 "보통 회사들은 메자닌을 조용히 사모로 발행하는 것을 선호한다. 공모로 하면 소문이 금방 퍼지고 그렇게 되면 지분가치 희석을 우려한 주주들의 저항에 부딪히게 된다"며 "또 공시 등의 지난한 과정을 축소할 수 있기 때문에 발행사 입장에서는 수요만 뒷받침된다면 여러모로 사모 발행을 선호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생겨나기 시작한 전문투자형 사모펀드 운용사들이 메자닌 투자에 속속 뛰어들고 있는 것도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기폭제가 되고 있다. 선두주자는 안다자산운용과 라임자산운용이 꼽힌다. 특히 라임자산운용은 최근 메자닌만 100% 담는 펀드를 처음 설정해 본격적으로 메자닌 시대를 대비하고 있다.
한 증권사 상품 담당자는 "최근 메자닌펀드는 설정했다 하면 완판되는 사례가 속출하는 등 가장 쉽게 팔리는 금융상품으로 자리잡았다"며 "리테일 시장에서의 이러한 변화는 불과 1~2년 사이에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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