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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타분한 공모펀드...반전 계기 필요" [공모펀드 판매사 커버리지 분석] 문턱 낮춘 사모펀드...소외받는 공모펀드

박상희 기자공개 2016-12-12 09:45:00

[편집자주]

국내 자산운용사들이 공모펀드를 판매할 때 어떤 판매사와 거래 관계를 맺고 있을까. 지금까지 개별 운용사의 펀드 판매 현황 등은 다양한 경로를 통해 손쉽게 확인되지만 은행이나 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와의 실질적인 혹은 숨겨진 비즈니스 관계를 파악하긴 어려웠다. 더벨은 펀드 판매사 커버리지 분석을 통해 운용사와 판매사 간의 역학관계, 은행 및 증권사 간의 경쟁구도 등을 파악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16년 12월 08일 17: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공모펀드가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관심을 표하는 고객이 많지 않다. 금융자산이 많은 부자고객일수록 공모펀드보다는 사모펀드를 선호한다. 판매사 입장에선 공모펀드를 판매하는 게 품도 덜 들고 편하지만, 고객이 사모펀드를 선호하다보니 투자자 니즈와 트렌드를 반영할수밖에 없다."

은행·증권사 등 펀드 판매사 관계자들이 외면 받는 공모펀드의 현실을 직시했다. 자산관리 비즈니스의 두 축인 거액자산가(HNW)들은 물론 일반 대중(mass)마저도 공모펀드보다는 사모펀드를 먼저 찾는 게 현실이다. 펀드 판매사들은 수익률 방어에 실패한 운용사는 물론 쏠림 판매, 뒷북 판매를 일삼는 판매사에게도 외면받는 공모펀드에 대한 책임이 있다고 입을 모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판매사들은 침체에 빠진 공모펀드가 앞으로도 자산관리 수단으로서 한 축을 계속해서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 데 동의했다. 펀드의 대중화를 이끈 적립식펀드는 주춤하겠지만,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는 퇴직·개인연금펀드에 대한 기대감은 여전했다.

◇ "자산가 사모펀드로 관심 이동..일반고객과 차별화된 상품 원해"

국민·신한은행 등 주요 은행은 사모펀드 등 사모상품을 전담하는 부서를 따로 두고 있다. 이전에는 상품 부서에서 공사모 구분 없이 업무를 같이 담당했지만 사모 상품 수요가 커지면서 전담 부서를 따로 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국민은행은 WM상품부 아래 펀드상품팀과 대체투자상품팀을 두고 있는데, 펀드상품팀이 공모펀드를 담당하고 대체투자상품팀이 사모펀드를 담당한다. 신한은행은 투자상품부 5개 팀 가운데 펀드상품팀이 공모펀드를 담당하고, 펀드구조화팀은 사모펀드를 담당한다.

증권사의 경우 사모상품 부서를 별도로 두지는 않고, 개별 상품 부서에서 펀드 등 공사모 상품을 함께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증권사 역시 사모 상품 관련 업무가 많아지는 추세다.

판매사 입장에서 볼 때는 사모펀드가 공모펀드 대비 품이 더 들어가기 때문에 공모펀드를 많이 판매하는 게 효율성 차원에서는 더 낫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공모펀드는 공급자(운용사)와 수요자(투자자)를 연결해주는 전달자(판매자) 역할만 하면 되지만, 사모펀드는 판매사가 기획자 입장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투자전략을 잘 실천할 수 있는 운용사를 찾아서 고객과 연결시켜줘야 하기 때문에 품이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사모펀드 판매 수수료 및 보수가 공모펀드 대비 많이 높은 편도 아니다. 이 관계자는 "올해 사모로 많이 판매됐던 메자닌펀드나 공모주펀드의 경우 판매수수료는 0.5%, 판매보수는 50bp 수준이었다"면서 "주식형 공모펀드와 비교할 때 사모펀드라고 해서 무조건 수수료나 보수를 높게 받는 것도 아니다"고 덧붙였다.

공모펀드 판매가 효율성이 더 높음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 판매가 강화되는 것은 투자자 니즈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공모펀드에 투자했던 고객 가운데 목표 수익률을 충족하기보다는 손실을 봤던 고객이 더 많다"면서 "자산가들의 경우 더 높은 수수료와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기대 수익률을 실현할 가능성이 더 높은 사모펀드에 투자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전체 상품 라인업에서 사모펀드가 차지하는 비중이 점차 커지면서 판매사 수익 측면에서도 공모펀드보다 사모펀드 판매를 통한 수수료 수익이 증가 추세에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기관 고객을 제외한 순수 리테일 개인 고객만 놓고 보면 사모펀드 판매 수수료 수익이 공모펀드를 초과한다"고 말했다.

◇ "문턱 낮춘 사모펀드...소외 받는 공모펀드"

헤지펀드나 구조화상품 등 이전의 사모펀드는 거액자산가 전유물로만 여겨졌다. 사모펀드가 49인 이하로 투자자 제한이 있는데다 최소 투자금액 단위가 컸기 때문에 일반 투자자들은 접근이 쉽지 않았다.

삼성증권의 한 PB(프라이빗 뱅커)는 "부자 고객들은 자기가 맡긴 돈이 매스 고객들 자금과 섞여 운용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면서 "피에르 부르디외가 이야기 한 '구별짓기'의 특징이 사모 상품 선호 현상으로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들어서는 사모펀드 문턱이 낮아지면서 거액자산가(HNW)뿐만 아니라 일반(mass) 고객 가운데서도 사모펀드를 찾는 고객이 많아지고 있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10억 원 이상의 HNW뿐 아니라 1억~3억 원 정도의 자산을 가진 부유층(mass afflunet)들도 사모상품을 찾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사모펀드 외연이 확대되면서 이전 같으면 공모펀드에 투자했을 고객들이 사모펀드로 옮겨가고 있는 것이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사모펀드 시장이 커지면서 공모펀드 대중화에 기여한 적립식펀드의 시대는 저물어가고 있다"면서 "사모펀드 문턱이 낮아지면서 뭉칫돈을 투자하는 게 투자 트렌드가 됐다"고 말했다.

◇ "세상에 나쁜 펀드는 없어, 타이밍이 문제..."쏠림·뒷북판매 개선돼야"

부동산·구조화 상품 등 사모펀드를 찾는 수요가 크게 증가하면서 공모펀드 외면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다. 표면적으로는 사모펀드 시장 파이가 커지면서 공모펀드 수요가 상대적으로 줄어든 것처럼 보이지만, 심층적으로 파고 들면 공모펀드가 투자자 신뢰를 잃어버린 데 기인하는 측면이 더 크다는 분석이다.

신한은행의 한 PB(프라이빗 뱅커)는 "과거 인사이트펀드나 차이나펀드, 베트남펀드 등 여러 판매사들이 핀매경쟁에 뛰어들었던 상품에 뒤늦게 가입했던 투자자들은 대부분 펀드에 대해 안 좋은 기억을 갖고 있다"면서 "원금 반토막, 손절매 등의 트라우마를 갖고 있는 고객들 중에는 공모펀드를 거들떠보지도 않는 고객들도 많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운용에 제약이 많은 공모펀드 구조 상 수익률 제고가 사모펀드에 비해 불리하다는 점을 지적한다. 이관순 미래에셋증권 상품기획팀장은 "운용에 일정한 제한을 두는 공모펀드보다 유연성을 갖춘 사모펀드가 좀 더 많은 투자기회를 가질 수밖에 없다"면서 "정기예금 +@의 수익 창출을 노리는 투자자일수록 사모펀드에 대한 니즈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공모펀드 사세가 위축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자산관리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될 것이라는데는 대부분 판매사들이 동의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퇴직연금·개인연금 시장이 계속해서 커지고 있다는 점이 공모펀드로서는 그나마 위안받을 수 있는 부문"이라면서 "연금 상품의 특징인 장기·적립식펀드에 강한 면모를 보이는 운용사가 서바이벌에 성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KB증권의 한 PB는 "사모로 신상품이 많이 출시되는 것과 비교하면 공모펀드는 고리타분하다는 이미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부동산 공모펀드 등 새로운 투자 분야를 계속해서 개척하고, 투자자들에게수익률 측면에서 기분 좋은 경험을 안겨줄 수 있는 반전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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