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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당주펀드 최강자 등극 "꾸준함이 조바심을 이겼다" [thebell interview]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

박상희 기자공개 2017-01-09 09:50:00

이 기사는 2017년 01월 04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베어링자산운용은 투자 철학이 확고한 하우스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먼저 설정된 배당주펀드인 베어링고배당펀드만 보더라도 15년 동안 운용해 오면서 어떤 국면에서도 배당에 최우선적으로 포커스를 맞춘다는 운용철학을 바꾼 적이 없다. 이런 회사라면 장기 투자에 대한 갈증을 풀어줄 수 있을 것 같았다."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사진)은 펀드매니저로서는 늦게 빛을 본 케이스다. 주식투자 경험은 20년이 넘지만, 펀드 매니저로서 이름이 알려진건 지난 2013년 베어링자산운용으로 적을 옮기고 나서부터다.

지난달 서울 을지로1가에 위치한 베어링자산운용 본사에서 만난 최 상무는 "결과적으로 펀드 성과가 좋게 나오는 것도 중요하지만, 어떤 로직으로 수익률이라는 결과물이 도출되느냐 하는 것도 중요하다"면서 "높은 수익률에 연연하기보다는 배당 매력도라는 배당주펀드 운용의 기본을 잃지 않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 "수익률, 조바심내지 않아..꾸준한 배당주펀드 성향과 맞아"

최 상무는 1990년대 중반 쌍용화재보험(현 흥국화재)에서 직장 생활을 시작했다. 투자팀에서 주식 업무 등을 약 7년 간 담당했다. 이후 한가람투자자문으로 이직했는데, 한가람투자자문은 세이에셋자산운용(현 베어링자산운용)의 초기 설립자들이 주축이 돼서 차린 회사였다.

5년 정도 한가람투자자문에서 투자일임 등을 담당하던 그는 공모펀드를 운용하고 싶어 푸르덴셜자산운용(현 한화자산운용)으로 회사를 옮겼다. 이후 2013년 2월 베어링자산운용 본부장으로 이직했다.

최상현 베어링운용 상무
최상현 베어링자산운용 주식운용본부장(상무)

"한가람투자자문이 세이에셋자산운용 창업자들이 차린 회사라 베어링자산운용에 대해서는 줄곧 좋은 인상을 갖고 있었다. 베어링자산운용 내부에 아는 분도 많이 있었다. 그래서 베어링자산운용에서 주식운용본부장 자리 제안을 받았을 때 큰 고민 없이 이직을 결심할 수 있었다."

펀드 수익률이 곧 매니저 성과로 연결되는 자산운용업의 속성 상 회사를 옮기면 바로 성과를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릴 수밖에 없다. 조바심을 이기지 못하고, 스스로 세운 투자철학을 저버리기도 한다. 최 본부장은 조기 성과를 내기 위해 욕심을 부리기보다는 오히려 시간적 여유를 가지려고 노력했다.

"회사를 옮기고 나서 가장 먼저 파악하려고 한 건 기존 펀드의 운용 철학, 운용 프로세스였다. 베어링고배당펀드는 지난 2002년 국내에서 가장 먼저 설정된 배당주펀드다. 과거 운용 히스토리를 살펴보니, 성과가 좋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었다. 중요한 건 어떤 국면에서도 배당 스타일이라는 특색을 버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베어링고배당펀드 매니저를 거쳐간 분들이 오래동안 지켜온 그 전통을 계속 이어가고 싶었다."

배당 스타일이란 구체적으로 뭘 의미하는 걸까. "배당주펀드는 펀드가 배당 매력도 중심으로 운용되는지가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배당수익률 수준과 기업의 배당 창출 능력 등 두 가지 측면이 중요하다. 베어링자산운용은 그 두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운용철학을 바꾼 적이 없다. 다만 그 철학 하에서 어떤 종목을 발굴하는지는 개별 매니저의 몫이다."

◇ "2014~2015년 힘든 시기 거쳐..2016년 동일유형 최상위 성과 기록"

2014년은 정부의 배당 활성화 정책에 힘입어 배당주펀드가 날개를 단 해였다. 신영자산운용의 '신영밸류고배당증권자투자신탁(주식)'이 운용규모 3조 원을 넘어서는 등 배당주펀드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다.

수익률로 줄을 세우는 펀드의 숙명 상 경쟁자와 선의의 경쟁은 불가피하다. 한국펀드평가 펀드스퀘어에 따르면 2014년 대표펀드 기준 신영밸류고배당펀드가 6.37%의 성과를 올릴 때, 베어링고배당펀드는 4.02%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2015년은 성과 격차가 더 커졌다. 베어링고배당펀드가 5.07%의 성과를 올린 기간 신영밸류고배당은 12.07%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 상무는 의기소침해 하지 않고 다음을 기약했다. "2015년 시장을 살펴보니 뚜렷한 흐름이 보였다. 밸류에이션이 높은데도 불구하고 주가가 계속해서 오르는 특정 종목이 있었다. 그 종목에 편승해서 수익률을 극대화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었지만 배당 매력도가 낮아졌다고 판단해서 차익실현에 나섰다. 그래서 힘들었던 구간도 있었지만, 소신껏 운용했다는 데 자부심을 느낀다."

2015년 힘들었던 시기는 역으로 보약이 됐다. 2015년 고공행진 하던 바이오, 제약, 화장품 등 특정 업종 및 종목이 2016년 들어 흐름이 크게 꺾였기 때문이다. 대신 배당 매력도가 높다고 판단해 매수했던 일부 제조업종 및 금융주가 크게 오르면서 수익률 상승에 보탬이 됐다. 베어링고배당펀드는 대표 클래스(A) 기준 지난해 8.46%의 수익률로 운용규모 1000억 원이 넘는 대형펀드 가운데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했다.

베어링고배당펀드의 회전율은 50% 미만으로 매우 낮은 편이다. 한번 주식을 사면 중간에 매도하지 않고 장기 보유한단 의미다. 최 상무는 장기 관찰했던 종목으로 리노공업, 한솔케미칼 등을 꼽았다. "7~8년 동안 지켜봤는데, 배당 수익률과 배당 창출 능력 측면에서 볼 때 아주 모범적인 회사"라는 설명이다.

최 상무는 최근 몇 년간 배당주펀드의 인기가 크게 높아졌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배당주펀드는 트렌디(trendy)한 상품이 돼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진정한 배당주펀드는 시류하고 동떨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이 특정 흐름으로 쏠려도 거기에 동요하지 않고, 오직 배당 스타일에만 초점을 맞춰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면 특정 펀드 수익률이 크게 오를 때 배당주펀드 성과가 기대에 못 미칠 수도 있다. 그것이 배당주펀드의 약점이자 동시에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항상 성과가 최우선적으로 우수할 순 없지만 배당 수익에 초점을 맞춘 운용철학을 계속해서 이어간다면 언젠가는 투자자들도 그 부분을 인정해 줄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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