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화, 도로공사 출신이 둔 '설계 묘수' [전환기 엔지니어링업]①도화엔지니어링에서 분사 '여전히 특수관계', 업계 5위권 자리매김
김경태 기자공개 2017-12-15 08:29:49
[편집자주]
엔지니어링은 기술 기반의 설계 산업이다. 본격적인 건설 공사에 앞서 인프라를 구축하는 핵심 역할을 맡고 있다. 기술 인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는 산업이지만 정작 건설업에 비해 인지도가 낮다. 주요 수익원이었던 사회간접자본(SOC) 발주가 줄어드는 등 전환기를 맞고 있다. 더벨이 베일에 가려졌던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현주소와 향후 행보 등을 점검한다.
이 기사는 2017년 12월 11일 14: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학을 졸업한 청년은 미국 건설회사인 태평양건축엔지니어(PA&E)에 입사하면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글로벌 기업의 노하우를 단기간에 터득한 청년은 고국으로 눈을 돌렸다. 건설교통부(현 국토교통부)에 들어가 국가경제개발에 열정을 쏟아부었다.업무에만 몰두했던 청년은 2년 뒤 건설교통부 산하 한국도로공사로 자리를 옮겨 20여 년간 근무한다. 도로연구소장, 광주전남본부장, 대전충청본부장을 역임한데 이어 건설본부장을 맡으며 기술자로서 오를 수 있는 최고 위치까지 경험했다. 그 뒤 도화엔지니어링 경영진의 제안으로 회사를 차렸고 엔지니어링 업계에 이름을 새기게 된다.
황광웅 건화(Kunhwa Engineering & Consulting) 회장은(사진)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다. 강한 의지를 중요시하는 그는 올해 초 출간한 시론집의 제목을 크리스토퍼 로그의 시에서 따온 '벼랑 끝으로 오라'로 정했다. 아마바둑의 서울건화가 최하위 팀이라는 오명을 벗고 1등 팀으로 거듭나는 모습을 지켜보기도 했다. 그가 세운 건화는 엔지니어링 업계의 후발주자였다. 하지만 현재는 국내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꼽히는 주요 업체로 성장했고 당당히 무대를 활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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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안 출신 도로공사 '핵심인재', 30년 역사 진두지휘
황 회장은 경남 함안면 출신으로 마산고를 졸업했다. 그 후 서울대에서 토목공학을 전공하면서 기술자로서의 삶을 살게 된다. 한국도로공사의 핵심 인재로 불리던 그는 1980년대 후반 도화엔지니어링에 스카웃됐다. 도화엔지니어링은 도로 부문을 강화하기 위해 전문가를 물색했는데, 업계에서 명성이 높은 황 회장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로부터 1년 뒤인 1989년 말부터 도화엔지니어링은 기업 신설 프로젝트를 논의했다. 당시 업계에서 지역별 연고권 주장이 제기됐고 관련한 제도의 시행이 예상됐기 때문이다. 곽영필 도화엔지니어링 회장은 새 회사를 이끌 적임자로 황 회장을 눈여겨봤다. 황 회장은 고민 끝에 건화를 창업하기로 결심했다.
황 회장은 초기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다. 당시 도화엔지니어링에 들어온 지 두 달 정도의 여직원 한명만 따라왔다. 이에 따라 곽 회장은 임의로 직원들을 선발해 건화로 발령낼 수밖에 없었다. 건화는 도화엔지니어링 출신 기술사 18명으로 출발했다.
건화는 설립 초기 고전을 면치 못했지만 1990년대 말부터 업계 상위권으로 점차 올라가기 시작했다. 건화는 도로 부문에 강점이 있는데 당시 정책적으로 도로 확포장사업이 활발한 영향을 받았다. 또 수도, 국토개발, 감리 부문도 성과를 내면서 건화의 성장에 보탬이 됐다.
건화는 현재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에서 5위권 이내에 확고히 자리매김하고 있다. 2015년에는 매출 1476억 원을 기록해 유신(1456억 원)을 제치고 업계 3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지난해 유신에게 3위 자리를 내주고 다시 4위로 떨어졌다.
◇'황 회장 체제' 유지, 도화엔지니어링 지분 계통도에 '포함'
건화는 도화엔지니어링을 모태로 생겨났지만 독립적인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황 회장이 지분 20.1%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2대 주주인 곽영필 도화엔지니어링 회장(19.6%)을 비롯한 다수의 개인 주주들이 대부분 지분을 들고 있다. 도화엔지니어링은 건화의 지분을 갖고 있지 않다.
하지만 건화는 도화엔지니어링과 여전히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건화는 감사보고서에 특수관계기업으로 건화 베트남법인(Kunhwa Co.,Ltd), 아리지, 경화엔지니어링, 도화엔지니어링 4곳을 소개하고 있다.
이 중 건화가 지분 100%를 보유한 베트남법인을 제외하고 모두 도화엔지니어링과 연관이 있는 곳들이다. 아리지는 곽영필 도화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분 21.78%를 보유해 최대주주로 있는 골프장 운영 업체다. 경기도 여주에 아리지컨트리클럽(CC)을 운영하고 있다.
경화엔지니어링은 건화처럼 도화엔지니어링에서 분사해 설립된 곳이다. 김홍식 경화엔지니어링 회장이 지분 31.5%를 소유해 최대주주이다. 곽 회장이 지분 29.5%를 보유한 2대 주주로 건화와 유사하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도화엔지니어링이 건화를 자신들의 지배구조 그림에 포함시키고 있다는 점이다. 도화엔지니어링의 올 3분기보고서에 나온 계열사 지분 계통도를 보면 우진에너지일호, 우진에너지삼호 같은 종속기업 외에도 건화, 경화엔지니어링 등 특수관계기업을 포함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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