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19년 03월 26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시장에 선과 악은 존재하지 않는다. 저마다 이해관계에 따라 움직일 뿐이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 또한 마찬가지다. 공세를 막아내는 기업과 경영진은 악이 아닐 뿐더러 행동주의 펀드 역시 온전한 선이 아니다. 한정된 자본으로 최대한의 효용을 얻기 위해 노력할 뿐이다. 뒤집어서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다만 그 안에는 '룰'이 있고, 의결권을 가진 주주들은 각각의 의견을 듣고 최대 효율을 가져다 줄 합리적인 선택을 하면 된다.썬연료 부탄가스로 유명한 '태양' 또한 올해 행동주의 펀드의 공략 타깃이었다. 미국계 헤지펀드인 SC펀더멘털은 태양의 불투명한 지배 구조, 내부 거래, 가족 경영 등을 문제 삼으며 강력한 주주 환원책을 요구하고 있다. 또 주주제안 내용을 관철시키기 위해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신임 감사도 추천했다.
이 때문에 해당 감사 선임 안건은 현 경영진에 대한 중간평가 성격을 띄고 있다. 기존 경영진의 배당 정책과 사업 전략, 지배력 행사 프로세스를 지지하는 주주라면 반대표,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친화 정책에 동의하는 주주는 찬성표를 각각 던질 전망이다.
이런 상황에서 감사 선임건보다 앞선 순번으로 '정관 변경안'이 주총 안건으로 올라왔다. 감사 정원을 기존 2명에서 1명으로 줄이는 내용이 담겨있다. 통과되면 추가로 감사를 선임하고자 했던 주주제안이 자동폐기된다. 태양은 감사 정원 축소 안건에 대해 "설립 이래로 계속 1인 감사 체제로 운영됐고, 2인의 감사를 둬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는 것을 예방하려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그 이유를 십분 이해한다고 해도 전후 사정을 따져볼 때 그 의도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행동주의 펀드의 주주제안을 원천봉쇄하기 위한 미봉책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결국 SC펀더멘털은 법원에 주주총회 결의 금지 가처분 소송까지 제기했다.
행동주의 펀드의 공세에 대응하고 경영권 방어를 모색하는 것은 지배주주의 당연한 권리이자 자본주의의 생리다. 하지만 태양의 조치는 경영권 방어를 넘어 소액주주권 행사 방해로 오인될 소지가 충분하다. 더욱이 감사는 경영진을 견제하고 감시하는 최후의 보루다. 특별한 경영상 목적없이 감사 수를 줄이는 것이 지배주주가 아닌 모든 주주들에게 필요한 결정일까. 이 중요한 안건을 왜 주총을 코 앞에 두고서야 공개했을까.
오해가 쌓이면 의심을 낳고 의심은 다시 불신으로 이어진다. 주주 소통은 상장사의 영원한 숙제다. 태양은 올해로 상장된지18년째다. 부디 그 무게를 잊지 않길 바란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대방건설, '부채비율 80%' 안정적 재무구조 유지
- [상호관세 후폭풍]'90일 유예'에 기업들 일단 안도, 정부 협상 성과에 쏠린 눈
- 에이치알운용, 한투 이어 '신한 PWM' 뚫었다
- KB증권, 2분기 롱숏·메자닌 헤지펀드 '집중'
- "지분 3%로 이사회 흔든다"…얼라인 '전투형 전략'의 정석
- 하나증권, 성장주 중심 라인업 변화
- 우리은행, 가판대 라인업 확대…'해외 AI·반도체' 신뢰 여전
- 하나은행, 라인업 고수 속 'NH필승코리아' 추가
- 리운운용, 메자닌 전문가 모셨다…투자 영역 확대
- 피보나치·모간스탠리, '싱가포르 VCC'로 돈줄 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