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산업 리포트]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노사관계 정면돌파 '동반자 인식 공감'지난달 30일 이상수 현대차 노조지부장과 오찬
김경태 기자공개 2020-11-05 09:55:32
[편집자주]
최근 가장 급격한 변화의 소용돌이에 있는 산업군이 자동차산업이다. 내연기관 차량의 글로벌 수요가 둔화하고 있고 친환경차 시대 진입 전 과도기 상황에서 로컬 뿐 아니라 글로벌 수요가 동시에 둔화하며 어려움을 겪는다. 각종 환경 규제 등 다른 변수까지 복합적으로 작용하며 '카마게돈'이라는 말도 나온다. ‘격변기’라는 단어가 부족할 정도로 시장 상황이 달라지면서 완성차업체들의 판매량과 실적에도 희비가 엇갈린다. 철강업체 등 유관 기업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적자생존(適者生存)의 기로에 놓인 자동차업계의 현주소를 더벨이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0년 11월 03일 10: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취임 후 처음으로 노조지부장을 만났다. '강성'으로 분류되는 노조를 직접 만나는 정면돌파를 통해 이전과 다른 관계를 형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 격변기에 노사관계 안정이 중요하다는 공감대를 형성하고 힘을 합치기로 했다.3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정 회장은 지난달 30일 문재인 대통령이 울산 공장을 방문한 직후 이상수 현대차 노조지부장과 오찬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하언태 현대차 사장(생산 담당), 이원희 현대차 사장(기업전략 등 담당), 장재훈 인사경영지원 담당 부사장이 참석했다. 노사 양측은 오찬을 함께 하며 발전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의견을 나눴다.
이번 회동은 이 지부장의 공식 제안으로 이뤄졌다. 이 지부장은 지난달 정 회장 취임 직후 “정 회장, 현대차 대표(경영진)와 노조 간 3자 회동을 갖자”고 제안했고 정 회장 측도 긍정적인 입장을 전달하면서 회동 시기를 조율해 왔다.
정 회장은 오찬 자리에서 노사관계 안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직원들의 만족이 회사 발전과 일치될 수 있도록 함께 방법을 찾아가자고 말했다. 조합원 고용불안이 발생하지 않도록 노사가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점을 언급했고 직원들이 자부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방안을 찾자고 주문했다.
그는 "전기차로 인한 신산업 시대에 산업의 격변을 노사가 함께 헤쳐나가야 하고, 변화에 앞서 나갈 수 있도록 합심해 새롭게 해보자"며 "회장으로서 최대한 노력하겠다. 현장 동참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 지부장도 화답했다. 그는 "현대차 발전의 원천인 울산 경제를 살리기 위해 4차 산업과 모빌리티사업에 편성되는 신사업을 울산에 집중 투자해야 한다"며 "전기차로 인한 파워트레인(PT)부문 사업재편이 불가피한 가운데 전기차에 필요한 대체산업을 외부 생산이 아닌 울산공장 안에서 해소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현대차 노조는 국내 4대그룹을 비롯한 다른 재벌의 노조와 비교해 강성으로 분류된다. 현대차 경영진은 매년 노조와의 협상에 시간을 할애하며 어려움을 겪었다. 다른 대기업집단보다 더 고난도의 경영 능력이 요구된다는 분석이 있었다.
이 때문에 정 회장이 노조 지부장을 직접 만난 것은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그가 노조 관계자와 면담한 사례는 기아차 사장을 역임하던 2007년 고 변중석 여사 빈소에서였다. 당시 조문을 겸한 자리라 공식적인 만남은 아니었다.
다만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서 실질적으로 그룹을 이끄는 동안 노사관계에 점차 변화가 있었다. 현대차 노사는 지난해 무분규로 임급교섭 잠정합의를 했다.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2년 연속 무분규는 2009년~2011년 이후 역대 두 번째다.
노무관리 조직도 재정비했다. 현대차는 올해 8월 노무관리 조직을 개편하며 변화를 예고하기도 했다. 애초 정책개발팀과 정책기획팀에 상무급 임원 두 명이 있는 체제였다. 정책개발실을 만들어 두 팀을 조정할 컨트롤타워를 만들었다.
정책개발실장으로는 정책개발팀장을 맡던 정상빈 전무를 임명했다. 새로운 정책개발팀장으로는 박병훈 현대모비스 상무를 선임했다. 그는 과거에도 현대차에서 노무관리 업무에 경력을 쌓은 전문가다. 정책기획팀장은 이창근 상무가 계속 맡기로 했다.
이번에 정 회장이 미래 발전을 위해 노조와 소통에 나섰다는 점이 의미가 크다는 평가다. 또 오너 경영자로서 만남이 꺼려지는 노조와 직접 만나 정면돌파를 택하는 리더십을 다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취임한 지 보름 정도 만에 노조를 만나면서 향후 양측이 발전적인 관계를 형성할 토대를 구축했다.
노조 역시 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회사의 미래 지속 성장과 협력사 동반생존을 위한 변화를 추진한다는 점을 재확인했다. 앞서 문 대통령 역시 울산 공장 방문 자리에서 현대차 노사관계를 직접 거론하며 호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현대차는 혁신에서 1등 기업일 뿐만 아니라 코로나 위기 극복 노력과 노사협력, 미래비전에서도 1등 기업"이라며 "노사가 함께 미래 자동차산업 변화에 대응하고, 고용안정과 부품 협력사와 상생을 위해 '노사 공동발전 및 노사관계 변화를 위한 사회적 선언'을 채택했다"며 의미 있게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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