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0년 11월 02일 07시5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올해 가장 광폭 행보를 한 재계 경영자로 꼽힌다. 코로나19 위기가 한창일때 4대그룹 수장과 잇달아 회동했다. 한화그룹 등 여러 재벌과의 협력을 발표하며 시나브로 '재계 양산박(梁山泊)'이 됐다.코로나19 경제 위기를 미래지향적·창조적으로 극복하려는 정부 정책에서도 독보적인 비중을 차지한다. 정 회장은 올해 여름 정부의 '한국판 뉴딜 국민보고 대회'에 재벌 경영자 중 유일하게 발표했다.
현대차그룹을 향한 각계의 러브콜은 친환경차 확대, 모빌리티의 진화가 급격하게 진행되는 '시점'의 문제로만 설명할 수는 없다. 최근 수년간 미래 대비에 충실했다는 방증이다. 그 준비가 옳았다는 입증이다. 앞으로 잘해나갈 거라는 믿음으로도 해석된다.
무엇보다 경영자에 대한 신뢰다. 제아무리 뛰어난 기술, 자금 등 갖가지 능력을 갖춘 조직이라고 하더라도 총수에 대한 믿음이 없는 곳이라면 함께 하기 꺼려진다. 현대차그룹은 그런 면에서까지 인정을 받는 셈이다.
정 회장은 지난달 중순 회장이 됐다. 갑작스러웠지만 순조롭게 진행됐다. 내외부에서 반대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었다. 그럴 만도 한 것이 정 회장은 재벌 오너 경영자에게 흔한 사적 논란이나 구설에 오른 적이 없다. 자녀들도 그렇다.
국내 재벌은 후계를 철저히 통제하고 감시한다. 하지만 최상위권의 그룹 대부분이 '치밀한 관리'에 실패한다. 어쩌면 현대차그룹은 '관리'가 통한 거의 유일한 사례다. 뒤집어 보면 정 회장 스스로 삼가며 살았고 조심했다는 방증으로도 볼 수 있다.
경영 능력에 대해서도 이견이 없다. 정 회장은 2005년 기아차의 수장이 된 뒤 실적으로 확실하게 증명했다. 현대차로 자리를 옮겨서도 마찬가지다. 자세를 한껏 낮추고 세계 각지에서 뛰어난 인재를 영입하는 점도 있다.
과도기를 노련하게 헤쳐나가는 리더십도 인상적이다. 사업적인 측면에서는 전기차·수소전기차 사업을 확대하면서도 내연기관차 엔진에 관한 품질비용 수조원을 반영했다. 기존 고객들의 신뢰를 잃지 않겠다는 의지다.
제례의 가치가 약화하고 있지만 집안의 적통으로서 '제주'를 맡는다. 범현대가 3세들도 간수(看守)한다. 동시에 회사에서는 임직원들을 위해 자율복장제·재택근무 등을 도입했다. 일견 상반되는 듯 보이나 '시류'를 따라야 한다는 아산의 가르침을 유연하게 실천하는 셈이다.
'정의선 체제 현대차그룹'은 이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그간 궤적을 보면 더 큰 기대를 하는 게 무리가 아닌 듯 싶다. 삼성전자가 소니를 꺾었듯 모빌리티 분야에서 세계 1위 제품을 가지게 될지 모른다는 전망이 현실감있게 다가온다.
미완에 그친 지배구조 개편에서도 '정공법'으로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 수 있다. 정 회장 체제가 지속되는 동안 다른 재벌을 긍정적으로 자극해 국가 경제 발전으로 이어지는 것, '이펙트(Effect)'의 궁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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