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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회 모니터/굴곡 많았던 ㈜두산, 이사회 유연성으로 극복①2009년 이사회 15명에서 현재 7명....오너 일가도 5명에서 1명으로

조은아 기자공개 2021-03-25 10:51:54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3월 22일 15: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을 상징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는 바로 ‘유연성’이다. 두산그룹은 2016년 한국 대기업 최초로 4세경영을 시작했다. 박정원 회장이 취임하면서다. 120년 동안 우여곡절을 겪으면서도 살아남았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다.

두산그룹의 지주사 ㈜두산의 이사회 운영에서도 이런 유연함이 그대로 드러난다. 2009년 출범 이후 지금까지 이사회 규모나 운영에서 경직성은 찾아보기 어렵다.

◇위기 극복 위해 칼빼든 오너 일가, ‘형제경영’의 부활

㈜두산은 두산그룹의 사업형 지주사다. 지금의 형태를 갖춘 건 2009년 지주사 체제로 출범하면서다. 출범 초기 ㈜두산 이사회는 무려 15명으로 채워졌다. 사내이사 7명, 사외이사 8명으로 말그대로 ‘매머드급’이다. 사내이사 7명 가운데 오너 일가가 무려 5명을 차지했다.

첫 수장은 박용현 회장이었다. 박 회장이 대표이사와 이사회 의장을 동시에 맡았다. 3세 중에서는 박용현 회장과 함께 박용성 전 회장, 박용만 두산인프라코어 회장이, 4세 중에서는 박정원 현 두산그룹 회장과 박지원 현 두산중공업 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했다. 나머지 2명의 사내이사는 이재경 부회장과 제임스 비모스키 부회장이다.

대표이사도 4명이나 됐다. 박용현 회장, 박용만 회장, 이재경 부회장, 비모스키 부회장 등이다.

당시 ㈜두산의 이사회가 보여주는 방향성은 뚜렷했다. 형제경영과 오너경영의 부활이다. 이전까지 두산그룹은 이른바 ‘형제의 난’으로 비자금, 분식회계 혐의가 드러나면서 한동안 전문경영인 체제로 운영됐다. 유병택 전 부회장이 경영을 맡았고 그룹 회장직은 공석이었다.

㈜두산의 이사회는 출범과 동시에 명실상부한 그룹 내 최고의사결정기구가 됐다. 두산그룹은 "글로벌 금융위기 여파로 경제 전망이 불확실한 상황에서 대주주들이 단합된 힘으로 책임감과 과단성을 갖춘 경영 판단을 내리는 것이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두산그룹의 오너경영 복귀는 대체로 환영받았다. 오너가 강력한 리더십과 빠른 의사결정으로 경영을 직접 챙기는 게 위기 극복에 유리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됐다. 비슷한 시기 글로벌 기업 가운데 오너경영으로 재빠르게 전환한 곳도 많았다. 일본 토요타에선 오너 일가가 사장으로 등장했고 스즈키에서는 80세에 가까운 인물이 경영 일선에 복귀했다.

대규모 이사회는 오래가지 않았다. 2012년 박용현 회장의 자리를 박용만 회장이 물려받았다. 박지원 회장과 비모스키 부회장이 이사회에서 내려오면서 이사회 규모도 사내이사 5명, 사외이사 6명으로 줄었다.

이듬해에는 규모가 더욱 작아졌다. 박용만 회장을 제외한 3세들이 일제히 이사회에서 퇴진했다. 박용만 회장과 이재경 부회장이 대표이사 체제를 이뤘고 여기에 다음 회장에 오를 박정원 회장이 사내이사로 참여했다. 사내이사 수는 3명으로 단촐해졌다.

2016년에는 박정원 회장이 취임하면서 박용만 회장도 물러났다. 두산그룹에서 4세 경영 시대가 활짝 열리면서 박정원 회장과 이재경 부회장만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렸다. ‘비온 뒤 땅이 굳어진다’는 말처럼 형제의 난을 겪으면서 두산그룹의 형제경영은 더욱 견고해졌다. 경영권 이양 역시 순조롭게 이뤄졌다. 박용현 회장은 3년, 박용만 회장은 4년 만에 자리에서 내려왔다.

◆세대교체 흐름에서 9년 동안 자리 지킨 이재경 전 부회장


㈜두산 출범 이후 그룹 회장이 2차례나 바뀌는 동안 세대교체의 무풍지대에 있던 인물이 있다. 사내이사 수가 7명→5명→3명→2명으로 줄어드는 과정에서도 한결같이 자리를 지킨 이재경 전 부회장이다.

이 전 부회장은 40년 동안 두산그룹에 몸담았던 정통 '두산맨'이다. 1950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뒤 1974년 한국투자금융에서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다. 1978년 동산토건(두산건설)에 입사한 뒤 두산그룹 계열사 곳곳에 몸담았다.

특히 박용만 회장과는 동고동락한 사이다. 박용만 회장의 두터운 신뢰를 받은 것으로도 전해진다. 두산그룹은 1995년 말부터 강도 높은 구조조정과 사업재편을 실시했는데 박용만 회장이 이를 진두지휘했고 이 전 부회장이 지근거리에서 이를 도왔다. 둘은 서울대 경영학과 출신으로 대학 동문이기도 하다.

이 전 부회장은 ㈜두산이 지주사로 출범한 2009년부터 무려 9년 동안 대표이사 자리를 지켰다. 2018년에 물러났는데 당시 박정원 회장 취임 2년이 지난 만큼 두산그룹 오너 일가의 완전한 세대교체를 위한 퇴진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박정원 회장 색채 짙어진 이사회, 3기 두산 이사회는?

이 전 부회장의 퇴진과 함께 박정원 회장도 자신의 색깔을 뚜렷하게 내기 시작한다. 지금 두산그룹을 상징하는 CEO와 CFO 조합이 이사회에 참여한 것도 이때부터다.

두산그룹은 2018년부터 박정원 회장의 재무구조 개선 의지에 따라 주요 계열사의 CFO가 재무부문 대표이사를 맡는 각자대표 체제를 이루고 있다. ㈜두산의 재무부문 대표이사는 김민철 사장이다.

여기에 규모가 ㈜두산이 사업형 지주사인 만큼 사업부문을 담당하는 대표이사로 동현수 부회장도 이사회에 참여했다. 전체 이사회는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4명으로 모두 7명이다. 박정원 회장 체제에서는 당분간 이런 구성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두산그룹 특유의 CEO+CFO 조합은 두산그룹이 재무적 유연성을 통해 순조롭게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는 바탕이 됐다. CFO를 중용하는 기업들은 많지만 대표이사에 기용하는 일은 흔치 않다. 특히 ㈜두산, 두산중공업, 두산인프라코어, 두산밥캣이 유상증자, 차입금 조기 상환 등을 통해 서로 돕고 돕는 재무정책을 펼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김민철 사장은 1989년 두산그룹에 입사해 경영전략과 재무를 맡아온 그룹 내 손꼽히는 ‘재무통’이다. 2018년 ㈜두산의 공동 대표이사이자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올랐고 이번 정기 주주총회에서 재선임된다. 그룹의 재무전략을 총괄하는 위치인 만큼 두산중공업, 두산밥캣 등을 아우르며 두산그룹의 구조조정을 순조롭게 마무리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동현수 부회장은 올해를 마지막으로 이사회에서 물러난다. 동 부회장의 후임으로 곽상철 사장이 합류하면서 3기 ㈜두산의 새로운 이사진을 예고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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