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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MM 잠재 인수후보군 점검]현대중공업그룹, '조선-해운' 수직계열화 노릴까현대상선 시절부터 호시탐탐, 전후방 시너지 '뚜렷'...STX그룹 사례 반면교사 지적도

김서영 기자공개 2021-07-07 08:17:02

[편집자주]

HMM은 약 5년전 해운업이 침체하면서 현대그룹에서 분리됐다. KDB산업은행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는 우여곡절을 겪었다. 그러다 작년부터 해운업이 회복되면서 반전을 이뤘고 역대 최대 수준의 성과를 거듭하고 있다. 주가도 드라마틱하게 급등했다. 산은이 HMM을 매각해 공적자금을 회수해야 할 적절한 타이밍이 도래했다는 관측이 제기되면서 벌써부터 잠재 인수후보자가 거론된다. 더벨이 HMM 새주인 후보자들의 거론 이유와 시너지 효과, 자금력 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2일 14: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이 옛 현대상선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점에서 현대중공업그룹도 유력한 잠재 후보 중의 하나로 예상할 수 있다. 현대중공업이 HMM을 품에 안게 되면 조선과 해운을 아우르는 '수직 계열화'를 구축할 수 있다는 점이 명분으로 꼽힌다.

HMM을 인수하게 되면 국내에서 유일하게 조선업과 해운업을 영위하면서 글로벌 조선·해운업계에서도 상당한 시장 지배력을 갖출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STX그룹의 선례처럼 수직 계열화의 약점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유일 '조선-해운' 수직 계열화 이룰까

현대중공업그룹은 과거 HMM이 현대상선으로 불리던 시절 경영권을 노렸던 적이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2006년 현대그룹의 자회사(19.54%)로 있던 현대상선 지분 26.7%를 전격 인수해 최대주주 자리에 오르면서 대립각을 세웠다. 현대그룹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추가 지분 인수에 대비해 유상증자와 파생상품 계약 체결로 40%가 넘는 우호 지분율을 확보하면서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이 HMM 인수 후보자로 떠오르는 이유는 과거 경영권을 노렸던 이력 때문만은 아니다. 실제 HMM을 인수하게 되면 전방 산업인 해운업과 후방 산업인 조선업의 '수직 계열화'를 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선과 해운 수직계열화 시너지효과는 과거 현대상선을 노리던 시절이나 HMM을 노리는 지금이나 여전히 매력적인 인수합병(M&A) 요인이다. HMM 인수가 성사된다면 현대중공업그룹은 국내에서 조선 해운 수직 계열화를 이룬 유일한 기업집단이 된다.

더욱이 지금의 현대중공업그룹은 15~20여년 전과 '규모의 경제'가 다르다. 당시에도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을 거느린 조선업계의 대부였지만 나름 경쟁사와 균형 체제를 이루고 있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과 함께 조선 트로이카 시절을 이끌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한국조선해양을 통해 대우조선해양 인수 절차를 밟고 있다. 국내 1, 2위 조선사의 결합으로 기존 빅3 체제에서 현대중공업그룹과 삼성중공업의 양강구도로 재편될 전망이다. 이로써 현대중공업그룹의 조선업계 내 존재감은 더욱 커지게 된다.

현대중공업그룹은 현재 한국조선해양 지분 30.95%를 보유해 조선업 중간지주사로 두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밑에는 현대중공업(100%), 현대삼호중공업(80.54%), 현대미포조선(42.4%)이 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런 가운데 HMM 인수로 해운업까지 탑재하게 된다면 시너지효과를 높일 수 있다. 관련 업계는 수직 계열화의 최대 장점으로 소위 말해 '상부상조'가 가능하다는 점을 꼽는다. 조선사의 일감이 부족하면 그룹 내 해운선사에 발주를 요청하고, 반대로 해운선사가 어려움을 겪을 땐 조선사에 선박 수주가격을 낮춰달라고 협상하는 방식이다.

현대중공업그룹과 HMM이 보유한 선박 관리(SM, ship management) 자회사에 대한 경영 효율화도 기대해볼 만하다. HMM은 현대해양서비스를, 현대중공업지주는 현대글로벌서비스를 자회사로 두고 있다. 자사 선박은 물론 다른 기업의 선박도 관리한다. 현재 현대글로벌서비스는 프리 IPO 작업을 진행하며 기업가치를 높이고 있다.

이외에도 현대중공업그룹은 주력 계열사와의 해운업 시너지도 내다볼 수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계열사로는 현대오일뱅크(정유사), 현대건설기계(건설기계), 현대일렉트릭(발전기) 등이 있다. 건설기계나 발전기 등 대형 화물은 HMM이 보유한 컨테이너 선박이나 중량 화물선으로 운송할 수 있다. HMM 인수로 계열 수출 물량을 처리할 수 있게 된다.

업계 관계자는 "조선업-해운업으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안정적인 사업 구조를 구축할 수 있다"며 "사업 연관성이 높은 현대중공업그룹이 HMM을 인수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STX그룹의 악몽, 글로벌 경기침체에 취약한 '수직 계열화'

다만 수직 계열화가 언제나 정답은 아니다. 수직 계열화라는 것은 전·후방 산업이 긴말하게 연결돼 있어 영향을 함께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해운업이 호황이라면 조선업과 해운업이 날개를 달겠지만, 불황이라면 조선업까지 연쇄적으로 경영 악화에 빠질 위험성을 배제할 수 없다.

국내에 조선업과 해운업이 수직 계열화를 이뤘던 기업집단이 있었다. 지금은 해체된 STX그룹이다. STX그룹은 자회사로 STX조선해양과 STX중공업을 둔 조선업 중심의 대규모 기업집단이었다. STX그룹은 2004년 11월 범양상선을 인수해 'STX팬오션'으로 사명을 바꿔 해운업에 진출했다.
(출처: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수직 계열화에 성공한 STX그룹은 폭발적인 외형 성장을 이뤘다. STX그룹은 2011년 자산 규모 32조원을 기록하며 재계 순위 12위에 올랐다. STX조선해양의 공이 컸다. 영업이익은 2008년 944억원에서 2년 만에 1855억원까지 2배가량 뛰었다. STX조선해양은 2009년 글로벌 조선업 활황을 등에 업고 전 세계 수주잔량 4위에 오르기까지 했다.

그러나 조선업과 해운업의 수직 계열화를 이룬 지 9년도 채 되지 않은 2013년 5월, STX그룹은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를 맞게 됐다. 같은 해 STX조선해양과 STX팬오션이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이듬해인 2014년에는 STX중공업을 비롯한 12개 자회사가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그해 4월 공정거래위원회가 STX그룹을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에서 제외하면서 STX그룹이 공중분해 됐다.

STX그룹 침몰 원인 중 하나는 2010년 유럽 재정위기에 따른 해운업과 조선업황의 동반 침체였다. 대부분의 선주사가 포진해 있어 주요 시장으로 꼽히는 유럽 각국이 재정위기의 직격탄을 맞으며 선박금융이 경색됐다. 저가 수주로 만회해보려던 STX그룹은 결국 2012년 4000억원의 영업적자를 내며 사세가 기울었다.

사명에서 'STX'를 뗀 팬오션은 2015년 하림그룹에 인수됐다. 하림그룹은 국제 곡물 유통업에 진출할 목적으로 벌크선 인프라를 갖춘 팬오션을 인수했다. 산은이 최대주주로 있었던 ㈜STX는 2018년 8월 AFC PE(현 APC PE)를 최대주주(지분율 78.87%)로 맞게 됐다. 국내 자회사로 STX마린서비스, STX리조트를 보유하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 관계자는 HMM 인수와 관련해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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