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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직연금 사각지대 '전용 랩 상품' 사라진다 고용부 최근 퇴직연금 투자일임 운용 불가 해석…내년 6월까지 정리해야

이돈섭 기자공개 2021-09-16 07:02:30

이 기사는 2021년 09월 14일 11:21 더벨 유료페이지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퇴직연금 시장 사각지대가 메워지고 있다. 퇴직연금 사업자 중 미래에셋증권이 12년간 운용해 오던 퇴직연금 랩어카운트가 시장에서 사라질 예정이다. 퇴직연금 시장 관계자들은 미래에셋증권이 현행 제도 사각지대를 활용해 해당 상품을 운용해 왔다는 불만을 꾸준히 토로해왔다.

1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최근 퇴직연금 적립금 운용상품으로 증권사 랩어카운트 상품을 지정할 수 없다는 취지의 법령해석을 내리고 이를 관련 업계에 전달했다. 증권사 랩어카운트는 투자일임 상품으로, 해당 상품을 운용하고 있는 곳은 현재 미래에셋증권이 유일하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2008년 업계에서 퇴직연금 적립금 랩어카운트 운용 가능 여부를 질의했는데, 당시에는 가능하다는 식으로 의견을 냈다"면서 "이후 대내외적으로 당시 해석이 타당했는지 지적이 꾸준히 제기됐고, 이번에 외부 자문을 받아 타당한 방향으로 해석을 바꿨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달 13일 해당 랩어카운트의 신규 모집이 중단됐다. 현재 운용 중인 상품은 내년 6월까지 정리해야 한다. 미래에셋증권 관계자는 "가입자 개개인 대상으로 별도 안내를 통해 다른 투자상품으로 이전을 권유할 예정"이라며 "개인 투자 성향에 따라 대안은 다양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은 퇴직연금 적립금 자산관리 계약이 보험계약과 신탁계약이어야 함을 명시하고 있다. 가입자가 운용 방식을 분명하게 지정해야 적립금 운용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가입자 지시 없이 투자자 성향에 맞춰 사업자가 투자를 집행하는 투자일임은 원칙상 불가능하다.

이와 관련 구체적 시행령이 마련된 것은 2014년. 그 뒤로는 퇴직연금 사업자 랩어카운트 신규 출시는 불가능해졌지만 그 전 이미 상품을 운용하던 곳은 예외로 인정됐다. 미래에셋증권과 NH투자증권 등이 대표적이다. 다만 현재 NH투자증권은 퇴직연금 랩어카운트 판매를 중단한 상태다.

미래에셋증권은 고용노동부에 관련 내용 질의를 통해 '랩어카운트는 근퇴법에 별도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간접투자자산운용법(현 자본시장법) 허용 범위 내에서 일임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고 사료된다'는 답변도 받은 것으로 전해진다. 현재 해당 랩어카운트 운용자금은 1조3000억원 수준이다.

이를 두고 관련 업계에선 뒷말이 끊이지 않았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먼저 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예외를 인정하는 식인데, 이것이 과연 맞는 방향인지 모르겠다"며 "구체적 기준 없이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식의 사업자 제한 방식은 결국 사각지대로 남을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실제 일부 사업자들은 고용노동부 측에 꾸준히 불만을 토로한 것으로 전해진다. 퇴직연금 시장 규모가 커지고 사업자 수도 증가하면서 미래에셋증권 랩어카운트 운용이 제도 허점을 활용한 것이라는 지적이 힘을 받기 시작했다. 올해 4월 고용노동부 퇴직연금복지과장이 새로 부임한 것이 기폭제가 됐다.

업계 관계자는 "현행법을 검토해보면 투자일임 상품으로 퇴직연금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은 모호하지만 엄밀히 따지면 불가능한 것 아닌가"라며 "당국의 이번 법령해석을 계기로 퇴직연금 시장 제도 사각지대가 해소돼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현재 국회에는 퇴직연금 적립금을 투자일임 계약으로 운용하는 것을 허용하는 내용의 근로자퇴직급여 보장법 일부개정법률안이 접수돼 있다. 국민의당 윤창현 의원이 대표 발의했다. 다만 업권간 이해관계가 대립하고 있는 디폴트옵션 제도 도입도 포함하고 있어 통과 여부가 불투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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