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브레인 지주전환 1년]저축은행·나우IB, 내년 안에 정리해야④지주 밖 계열사에 넘길 가능성…대출규제·CVC 허용법도 변수
원충희 기자공개 2021-10-08 07:19:58
[편집자주]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반도체 제조공정에 필요한 고순도 불화수소의 한국 수출을 제한하면서 국내 산업계가 혼란에 빠진 그때, 솔브레인은 불산 국산화를 이뤄내 일약 스타기업으로 떠올랐다. 동시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그룹의 사업 확장과 지배구조 안정화, 후계구도 정립이 진행됐다. 솔브레인홀딩스가 출범한지 1년여가 지난 현재, 그로 인한 변화와 남은 과제들이 무엇인지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30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솔브레인그룹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되면서 남은 관건은 솔브레인저축은행과 나우IB캐피탈 등 금융계열사다. 일반지주회사는 산하에 금융사를 둘 수 없는 터라 내년 안에 정리가 필요하다. 이럴 경우 통상 제3자 매각방안을 꺼낼 수 있지만 솔브레인그룹은 정지완 회장의 금융사 지분이 더 많다는 점을 감안, 총수일가가 매입할 가능성도 거론된다.솔브레인홀딩스는 지난 6월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지주회사 전환 신고에 대한 심사결과를 받았다.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공정거래법)'상 지주사 기준을 충족했지만 행위제한 규정을 2년 내로 해소시켜야 한다는 내용이다.
일반지주사는 자회사 외 국내계열사 주식소유가 금지돼 있으며 금융·보험사를 산하에 둘 수 없다. 솔브레인그룹은 홀딩스(0.08%)와 솔브레인에스엘디(0.04%), 엠씨솔루션(0.01%), 훽트(0.01%) 등 계열사들이 보유한 골프클럽 '킹스데일' 지분이 결격사유에 걸렸다. 다만 지분율이 0.1% 남짓한 미미한 수준이라 큰 문제는 되지 않는다.
관건은 홀딩스가 가진 솔브레인저축은행 지분 48.12%와 나우IB캐피탈 지분 33.33%, 그리고 산하에 사모펀드들이다. 지분규모가 큰 데다 지주전환 전에도 몇 차례 인수합병(M&A) 매물로 물망에 올랐다가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적이 있다. 홀딩스의 지주사 전환 일자가 올해 1월 1일인 만큼 내년 12월 31일 전까지 이 문제를 정리해야 한다.
첫 번째 선택은 제3자 매각이다. SK증권, 롯데카드, 롯데손해보험이 이런 식으로 사모펀드에 팔렸다. 다만 최근 정부의 대출 옥죄기 규제로 여신사업을 하는 금융사들의 메리트가 떨어지면서 저축은행 선호도가 예전 같지 않다. 솔브레인저축은행은 부산·경남지방 연고의 총자산 2000억원 규모 중소 저축은행이다.
두 번째는 지주체제 밖에 있는 관계사에 지분을 넘기는 것이다. 롯데지주와 계열사들이 롯데캐피탈 지분을 일본 롯데파이낸셜에 매각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롯데캐피탈의 2대 주주인 호텔롯데 역시 지주체제 밖에 있다. 금융사에 대한 지배력을 놓지 않으면서 지주규제를 피해가는 방식이다.
솔브레인저축은행과 나우IB캐피탈은 정지완 회장이 각각 50.63%, 35.14%를 가진 1대 주주이고 홀딩스는 2대 주주다. 정 회장이 이미 상당량의 지분을 갖고 있는 만큼 지주 밖 관계사인 머티리얼즈파크나 씨제이더블유글로벌 등에 홀딩스 보유분을 넘기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다.
머티리얼즈파크는 정 회장의 아들인 고 정석호 이사(손녀 장호경 양에게 상속)와 딸인 정문주 상무가 각각 59.4%, 40.6%씩 가진 남매회사다. 씨제이더블유글로벌은 정 회장이 머티리얼즈파크로부터 킹스데일 CC를 인수하기 위해 만든 100% 개인회사다.
후계구도를 감안할 경우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방식이 더 흥미롭다. 솔브레인그룹은 그간 아들인 정석호 이사에게 경영승계 포커스를 맞춰 왔으나 그의 갑작스런 타계 이후 딸 정문주 상무를 홀딩스 임원으로 선임했다. 후계구도 축이 정 상무로 이동한 격이다. 그가 경영수업을 통과해 승계를 받을 경우 지주사 밖으로 떼어낸 금융계열사는 남은 아들의 유가족에게 물려줄 수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저축은행은 금융당국이 대주주 적격성을 깐깐하게 보고 있어 어설프게 개인회사로 넘겼다가는 승인이 안 날수 있다"라며 "아직 1년여의 시간이 남은 만큼 솔브레인저축은행 매물화 여부를 좀 지켜볼 필요가 있다"라고 말했다.
최근 일각에서는 나우IB캐피탈의 기업형 벤처캐피탈(CVC) 전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오는 12월 30일 대기업 지주사의 CVC 설립을 허용하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될 예정이다. 기업지주사의 벤처캐피탈 보유를 허용하는 내용이다.
다만 이를 충족하기 위해서 솔브레인홀딩스가 나우IB캐피탈을 100% 완전자회사 형태로 보유해야 한다. 정 회장의 지분은 홀딩스가 모두 인수해야 하는 셈이다. VC 운영에서도 제한이 걸린다. 차입한도는 자기자본의 200% 내로 창업투자회사(2000%)나 신기술사업금융회사(900%)보다 운신 폭이 좁아진다. 투자 외에 융자 등 다른 금융업을 할 수 없고 외부자금 출자도 펀드 전체 조성액의 최대 40%로 제한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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