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증권 'CERCG ABCP' 소송전략 바꾸나 구조적 결함+투자자보호의무 위반 불인정…”자본시장 이해도 높지 않은 판결, 항소 예정”
이민호 기자공개 2021-10-26 08:09:45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1일 14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차증권이 중국국저에너지화공집단(CERCG)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관련 1심 재판에서 제기한 주장을 모두 인정받지 못했다. 재판부는 ABCP의 구조적 결함이나 투자자보호의무 위반 여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현대차증권은 항소할 예정이지만 소송 전략을 보완해야 한다.현대차증권이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을 상대로 제기한 CERCG ABCP 관련 부당이득금 반환 청구 소송 1심에서 사채 매매계약의 취소를 주장하며 근거로 든 부분은 크게 두 가지다. 애초 ABCP에 구조적 결함이 있었다는 점과 이 구조적 결함을 고지하지 않아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방법원은 원고패소 판결하며 이 두 가지를 모두 인정하지 않았다.
먼저 현대차증권은 CERCG의 지급보증에 대한 외환관리국(SAFE·State Administration of Foreign Exchange of China) 등록이 이뤄지지 않으면 자금 회수가 애초 불가능한 구조적 결함이 있었지만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현장 실사를 수행하지 않은 점을 문제 삼았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은 2018년 5월 자산관리계약을 맺은 특수목적법인(SPC) 금정제십이차를 통해 CERCG가 지급보증한 CERCG캐피탈 해외 보증사채(원금 1억5000만달러)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6개월(2018년 11월 9일) 만기의 1635억원 규모 ABCP를 발행했다. 현대차증권은 600억원어치를 매입해 100억원어치는 셀다운하고 나머지 500억원어치는 보유했다. CERCG가 지급보증한 다른 자회사의 회사채에서 원리금 전액에 대한 상환에 실패했고 2018년 5월 28일 CERCG캐피탈 회사채에 대해서도 교차부도(Cross Default)가 발생했다. ABCP는 만기일까지 상환되지 못했다.
중국 ‘국경간담보 외환관리규정’에 따르면 중국 회사가 중국 외 채무자를 위해 중국 외 채권자에게 차입금 담보를 제공하는 경우 보증계약 체결일로부터 15영업일 이내에 외환관리국에 보증사실의 등록을 신청해야 한다. 보증사실을 등록하지 않으면 보증계약 효력에는 영향이 없지만 보증인은 중국 내 자산으로 중국 외 채권자에게 보증채무를 이행할 수 없다.
CERCG는 CERCG캐피탈 회사채 발행일로부터 90일 이내에 보증사실에 대한 SAFE등록을 완료하고 해당 기간 내 SAFE등록이 완료되지 않을 경우 회사채 원리금을 조기상환하기로 약정했다. CERCG가 SAFE등록을 신청했지만 90일 이내에 SAFE등록이 완료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ABCP 발행을 앞두고 중국 현지 법률전문가로부터 SAFE등록에 특별한 장애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법률의견서를 받았던 데 주목했다. 또 SAFE등록이 완료되지 않아 ABCP 만기일과 조기상환일 불일치로 발생할 수 있는 현금흐름 부족 문제는 유동화 구조 자체에 영향을 미치는 사유로서 ABCP 만기일까지의 이자를 모두 지급하기로 약정한 것으로 해소했다고 봤다.
ABCP 신용도는 보증인인 CERCG의 신용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만기 어음금에 대한 지급 가능 여부는 SAFE등록 여부가 아닌 CERCG 자체의 상환능력이 중요했다는 점도 인정됐다. 신용평가사는 CERCG의 기업신용을 A로 평가했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투자자보호의무를 위반했다는 현대차증권의 주장에 대해서는 오히려 현대차증권이 전문투자자이기 때문에 중국 경제체제의 특수성에 따른 규제가 존재할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예견할 수 있었다고 봤다. SAFE등록에 관한 문의가 있으면 사실을 그대로 설명해 의도적으로 숨기거나 허위로 설명했을 가능성은 인정되지 않았다.
한화투자증권과 이베스트투자증권이 직접 현지실사를 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회사채는 현지실사로 확인할 수 있는 정보가 제한적인데다 신용평가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CERCG의 신용도를 확인한 점이 인정됐다. 이를 통해 CERCG의 상환능력에 문제가 발생할 것을 합리적으로 예측할 수는 없었다고 판단됐다.
현대차증권은 1심에서 청구가 모두 기각되면서 항소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주요 주장이 모두 인정받지 못한 만큼 소송 전략 보완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은 CERCG캐피탈 ABCP 관련해 매매대금 청구 소송을 제기한 유안타증권·신영증권과도 법정공방을 벌여야 한다. 1심에서는 현대차증권이 승소했지만 2심에서는 일부패소하면서 현재 3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유안타증권과 신영증권은 현대차증권이 ABCP를 되사겠다고 약속했지만 디폴트가 발생하자 이를 지키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재판 결과가 향후 현대차증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현대차증권은 이미 2019년까지 총 3회에 걸쳐 보유하고 있던 ABCP 500억원에 대한 전액 손실처리를 완료했다. 유안타증권·신영증권 소송 관련 충당금도 지난해 적립했다. 향후 두 재판에서 현대차증권에 유리하도록 결과가 나온다면 오히려 이익으로 잡히거나 충당금이 환입될 가능성은 있다.
현대차증권 관계자는 “자본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높지 않은 판결로 결과가 아쉽다”며 “검토 후 항소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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