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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닉스의 한 우물 파기 thebell note

손현지 기자공개 2021-11-10 08:28:15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9일 08: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습기로 유명한 위닉스는 렌털 판매를 하지 않는 업체로 유명하다. 2000년대 가전업계에 렌털이 유행처럼 번질 때도 일시불·할부 위주 영업전략을 끈질기게 고수했다. 주력 제품인 제습기, 공기청정기 외에는 제품 라인업을 크게 다각화하지 않았다.

그 이유가 궁금했다. 가전업계는 너도 나도 변화를 시도하느라 정신이 없다. 공유경제 트렌드에 맞춰 렌털 비즈니스는 필수로 영위하고 있다. 그조차 힘에 부쳐 삼성·LG전자 등 대기업과 손을 잡는다. SK매직은 삼성전자와 렌털 제휴를 맺고, 코웨이는 게임업체인 넷마블과의 협업으로 업계에 신선한 충격을 안겼다.

얼마전 위닉스 한 직원과의 대화를 통해 그 이유에 대한 힌트를 얻었다.

"회장님의 좌우명은 안분지족입니다. 업계의 큰 주목을 얻기 보다는 소소하게 본인만의 사업을 영위하고 싶어하는 사람입니다."

안분지족 키워드는 사내에서도 자주 언급된다고 한다. 창업주인 윤희종 회장의 경영철학이 담겨 있다.

윤 회장은 맨땅에 헤딩으로 '제습기 신화'를 이끈 인물이다. 제습기 시장이 형성되지 않은 시절부터 열교환기 기술을 기반으로 '한 우물'만 팠다. 그는 때를 기다리며 본인만의 길을 걸었다.

한국 기후가 아열대성으로 바뀌며 쾌적한 생활환경 수요에 제습기는 대박을 터뜨린다. 위닉스가 개발한 '뽀송' 브랜드는 삼성전자와 LG전자 등을 제치고 제습기 시장 점유율 부동의 1위에 올랐다.

그는 지난 40여년 간 큰 변화를 추구하지 않았다. 그 흔한 렌털영업도 시도하지도 않았다. 제품 외연을 크게 확장하지도 않았다. 덕분에 가성비란 장점은 취했지만, 이렇게 '하던 것만' 했을 때도 리스크는 있다. 위닉스가 주력하던 제습기와 공기청정기는 날씨에 매출이 좌지우지 되는 제품이다. 2014년에는 마른장마에 곤혹을 치렀다. 제습기 수요예측을 실패하는 바람에 재고자산이 급증하기도 했다. 작년에도 예상치 못한 코로나19로 공기청정기 매출이 감소했다. 실내 생활이 증가하며 미세먼지 체감도가 줄어들어 공기정화 수요가 급감한 탓이다.

위닉스에도 변화의 조짐은 보인다. 후계자인 윤철민 대표는 새로운 가전 트렌드인 의류 건조기 시장에 뛰어들며 조금씩 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올해부턴 대기업들의 영유물이던 '대형' 건조기·세탁기 시장에도 출사표를 던졌다.

충분히 승산은 있다. 위닉스만의 한우물 파기 전략은 변화가 더딘 가전 시장에 맞을 수 있다. 위닉스의 열교환기 기술을 활용하면 가성비 전략도 쓸만하다. 위닉스는 이미 변화하는 소비트렌드도 잘 읽고 있다. 윤 대표의 신세대적 경영스타일에 아버지의 '안분지족' 마인드를 조화롭게 입히면 위닉스 제 2막도 열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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