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 '확장 본능' 이식 암크바이오 등 바이오 신사업 진출 ···자율운항·로봇·바이오 등 계열사 5곳 추가
양도웅 기자공개 2022-02-10 16:37:55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8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재벌 3, 4세들의 공통점은 아버지 세대에 대한 높은 존경과 함께 그와 다른 길을 걷겠다는 강한 욕망을 갖고 있다는 점이다. 대체로 재벌 2세들이 전 세대가 일군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방점을 뒀다면 재벌 3, 4세들은 완전히 다른 사업을 발굴하는 데 관심이 큰 모양새다. 일종의 확장 본능이다.정몽준 아산사회복지재단 이사장의 장남인 정기선 현대중공업그룹 사장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10월 약 4년 만에 사장에 오른 그는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2'에 참석했다. 현대중공업그룹이 CES에 참가한 건 회사 역사상 처음이었다.
정 사장과 CES를 함께 다녀온 그룹 관계자는 "디지털 업체들이 주인공인 CES에 조선업이 주력인 회사가 참가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살펴봐도 이례적"이라며 "우리 부스를 찾은 여러 기업 관계자의 반응이 좋았다"고 전했다. 실제 그룹은 CES 기간 미국 빅데이터 기업인 팔란티어와 손잡고 '스마트 조선소' 건설 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이번 CES에서 정 사장이 공들여 직접 소개한 기술과 사업은 자율운항과 로봇 등이었다. 그의 옆에는 자율운항 솔루션을 개발하는 아비커스(Avikus)와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현대로보틱스가 있었다. 아비커스는 신규 회사이고 현대로보틱스는 현대중공업지주에서 물적분할해 탄생했다.
자율운항과 로봇은 그룹 주력 사업인 조선업과 관련성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이들 사업에 대한 정 사장의 소개는 조선업과의 시너지보다는 신사업 진출의 성격이 짙은 프레젠테이션이었다. 정 사장도 '쉽 빌더(Ship-builder)'가 아닌 '퓨처 빌더(future-builder)'가 앞으로의 목표임을 강조했다.
여기에 더해 현대중공업그룹이 최근 바이오 사업 관련 법인을 설립한 게 지난 3일 공정거래위원회 발표로 드러나면서 정 사장이 그리는 그룹 미래에 대한 관심도가 커지고 있다. 공정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지주 자회사인 현대미래파트너스는 지난해 12월 신약 연구 및 개발을 위해 '암크바이오'를 설립, 기업집단에 포함했다.
암크바이오 설립 주체인 현대미래파트너스는 2019년 1월 설립됐다. 현대중공업그룹의 신수종 사업을 발굴하고 투자하는 임무를 갖고 있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과 헬스케어 빅데이터 업체인 한국아큐비아 출신으로 바이오 전문가인 부지홍 대표이사가 이끌고 있다. BCG는 정 사장이 미국 스탠퍼드대학교에서 MBA 과정을 밟은 뒤 약 2년간 몸담았던 글로벌 컨설팅 업체이다.
글로벌 무대인 CES에서의 발표 때문에 자율운항과 로봇 사업이 '정기선 시대'를 대표하는 신사업으로 먼저 주목받은 듯하지만, 바이오 사업도 정 사장이 일찌감치 관심을 갖고 투자를 지속하는 사업이다. 암크바이오를 설립하기 한 달 전엔 미래에셋그룹과 손잡고 바이어와 헬스케어에 투자하는 340억원 규모의 펀드를 결성했다.
지난해 7월엔 디지털 헬스케업 업체인 메디플러스솔루션을 현대미래파트너스를 통해 인수했다. 암크바이오는 현재 서울 성북구에 소재한 메디플러스솔루션이 있는 건물에 사무실을 낸 것으로 파악된다.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분야를 모색할 것으로 관측된다. 또한 현대중공업그룹은 2019년 1월엔 카카오와 손잡고 의료 데이터 사업을 영위하는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를 설립했다.
흥미로운 점은 정 사장이 본격적으로 신사업 발굴에 집중하기 전엔 주목받지 못했던 아산병원이 바이오 사업 투자와 함께 두각을 내고 있다는 점이다. 암크바이오의 '암크(AMC)'는 아산병원의 영어 이름인 Asan Medical Center의 줄임말이고, 아산카카오메디컬데이터 설립 과정에도 아산병원이 참여했다.
미국 시사주간지 뉴스위크에 따르면 아산병원은 국내 1위의 의료 경쟁력을 가진 병원이다. 전 세계에선 34위이다. 정 사장이 바이오 사업에 적극 투자하는 배경엔 아산병원에 대한 자신감과 믿음이 자리잡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산병원은 그룹 바이오 사업 확장을 위해 인력과 장소를 포함한 다양한 자원을 제공할 전망이다.
그룹 관계자는 "과거처럼 '칸막이식'의 투자는 현재 기준에선 유효하지 않다"며 "지금은 경계 구분 없이 미래 사업에 전방위적인 투자를 하는 시대"라고 전했다. 그는 "바이오 사업도 '화이트 바이오'에서부터 '레드 바이오'까지 여러 갈래의 사업을 추구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화이트 바이오는 미생물과 효소 등 화학산업에, 레드 바이오는 생명공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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