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오르는 멀티전략]대체투자 조직신설, 사세확장 ‘필수조건’ 자리매김⑤대형사 중심 트랙레코드 목적 신기술조합 각광
이민호 기자공개 2022-06-10 08:08:52
[편집자주]
최근들어 멀티전략 헤지펀드가 고액자산가들 사이에서 러브콜을 받고 있다. 글로벌 금리인상 기조로 증시 침체가 지속되면서 '중위험 중수익'을 추구하는 경향이 높아진데 따른 결과다. 다양한 자산과 전략의 믹싱으로 변동성을 낮추는 것이 핵심인 멀티전략은 그동안 주식형 대비 낮은 수익률과 운용상 어려움으로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각 운용사가 대체투자 조직과 인력을 확보하면서 관련 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더벨은 멀티전략 헤지펀드 부흥의 배경과 운용사들의 대응 현황을 살펴본다.
◇주식하우스 대체투자 추가 러시…VIP·타임폴리오 대형사 선제 도입
가치투자 스타일로 이름난 VIP자산운용이 일반사모운용사 전환 직후인 2018년 10월 하우스 첫 번째 헤지펀드로 내놓은 ‘VIP All-in-One’은 롱바이어스드(Long Biased) 전략 상품일 것이라는 시장의 예상을 깬 멀티전략 상품이었다. 멀티매니저 시스템을 도입해 하우스 강점인 국내 상장주식 외에도 비상장주식, 부동산, 매출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다양한 대체자산을 믹싱했다.
하우스 첫 번째 헤지펀드라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VIP자산운용이 상품 설계에서부터 고려한 것은 시장 상황과 무관하게 절대수익을 추구할 수 있는 헤지펀드 비히클의 고유한 특성이었다. 헤지펀드 비히클만의 강점을 살린 멀티전략으로 국내 상장주식에 치우친 기존 스타일과 차별화해 새로운 투자기회를 열어주는 효과에 주목했다. 일임계약에서는 비시장성자산인 대체자산에 투자했을 때 고객 투자성향이 변경되는 경우 자산 교체가 어려워지는 등 운용상 제약으로 멀티전략을 적용하기 어려웠다.
이를 위해 VIP자산운용은 2018년 9월 대체투자본부를 출범시켰다. 비상장기업에 투자하는 사모투자펀드(PEF) 수익증권,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선순위·중순위 대출채권, 매출채권 유동화증권(ABS) 등 다양한 대체자산에 투자하고 있다. 헤지펀드 비즈니스가 확대되면서 대체투자본부의 역할도 갈수록 커졌다. 2019년부터는 ‘VIP Spider 대체투자’와 ‘VIP Safe 기업 대체투자’ 등 대체투자 전용펀드를 출시하기에 이르렀다.
특히 2018년 하반기부터 2020년 3월 코로나19 영향에 따른 증시 급락 직전까지는 국내증시가 전반적인 우하향 곡선을 그리면서 대체투자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던 시기였다. 멀티전략인 ‘The Time’ 시리즈를 중심으로 운용하면서 추가 라인업 개설에 보수적이었던 타임폴리오자산운용이 대체투자 전용펀드를 처음 출시한 것도 이 시기다. 2019년 5월과 6월에 걸친 두 달간 ‘타임폴리오 The Agile 대체투자’를 포함한 대체투자 전용펀드를 5개나 설정하기도 했다. 메자닌과 프리IPO에 집중하는 상품이었다.

◇트랙레코드 확보 열중…신기술조합 활용 증가
일반사모운용사들이 대체투자 조직을 신설하는 흐름은 최근 들어 더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VIP자산운용과 같은 주식 하우스에서 이런 경향이 확산되고 있다. 주식을 이용한 싱글에셋의 경우 대세 상승장에서 변동성에 노출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가능하다. 하지만 올해처럼 대세 하락장에서는 주식만으로는 수익 확보가 어려워지면서 대체자산을 혼합해 변동성을 낮추는 멀티에셋의 필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했다.
충성도 높은 기존 고객들 사이에서 대체투자에 대한 수요가 늘어난 영향도 있다. 비상장주식의 경우 수익 가능성을 끌어올리고 대출채권이나 매출채권이 기초자산인 경우 안정적으로 인컴수익을 확보하는 이점이 있다. 특히 인컴수익 확보는 최근 공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선호를 더하고 있다.
다만 대체투자 조직이 신설되더라도 곧바로 멀티전략 펀드의 부분전략으로 활용되는 경우는 드물다. 대체투자 전용 프로젝트펀드를 폐쇄형 구조로 조성해 투자기회를 열어주는 것이 일반적이다. 프로젝트펀드에서 일정 기간 트랙레코드를 확보한 이후 멀티전략에 접목시킨다. 멀티전략 펀드에서의 대체투자는 블라인드 형태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트랙레코드가 뒷받침돼야 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프로젝트펀드로 대체투자를 개시하기도 쉽지 않다. 비시장성자산인데다 트랙레코드가 전무한 상황에서 수탁은행 확보가 크게 어렵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대안으로 떠오른 것이 신기술사업투자조합이다. 일반사모운용사가 신기술조합을 이용하려면 신기술사업금융업 라이선스를 보유한 전업 신기술사업금융사나 증권사로부터 공동운용(Co-GP) 형태로 비히클을 빌려야 하는데 이 경우 수취할 수 있는 운용보수가 절반으로 깎이지만 수탁은행 확보가 용이해 신속한 투자가 가능하다. 신기술조합에는 수탁 의무가 없으며 수탁하더라도 수탁업자의 운용행위 관리·감시 의무가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중소형 상장 기술기업 투자에 강점을 보유한 PTR자산운용이 지난해 5월 비상장기업 투자 담당 매니저를 영입하고 그해 12월 프리IPO 전략의 신기술조합을 조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PTR자산운용은 향후 상장주식과 비상장주식을 믹싱한 멀티전략 상품의 출시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상장주식 롱숏 전략이 주력인 씨앗자산운용도 지난해말 대체투자본부를 출범시키고 올해 3월 메자닌, 프리IPO, 비상장주식에 투자하는 신기술조합 공동운용에 나섰다. 향후 주식롱숏과 대체투자를 결합한 멀티전략 펀드 출시를 고려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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