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변천사]'보부상 정신' 두산그룹, 자본축적에서 '사회환원'으로창립 126년, 한국 최초의 기업집단...오너 4세 경영 순항, 사회적 가치 측정 3년차
김서영 기자공개 2022-06-13 07:06:49
[편집자주]
시대가 달라지면 기업가정신도 달라져야 한다. 오늘날 우리는 디지털 전환, 기후변화, 인구절벽 등 전에 없던 새로운 문제들에 직면해 있다. 기업과 사회의 생존 자체를 위협하는 이러한 문제들에 대해 기업들이 머리를 맞대고 새로운 해결책을 함께 모색할 것. 이것이 바로 '신기업가정신'을 선포한 이유다. 더벨은 신기업가정신을 위해 서로 손을 맞잡은 대기업의 기업가정신을 살펴보고 미래에 한국 재계가 걸어갈 길을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6월 09일 14:5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두산그룹은 올해로 창립 126주년을 맞았다.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집단으로 벌써 4대째 기업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고(故) 박승직 창업주는 1896년 두산그룹의 모태인 '박승직상점'을 창업했다. 박 창업주의 보부상 정신은 세대가 바뀌어도 계승되며 두산그룹을 소비재→경공업→중공업 그룹으로 성장하는 토대가 됐다.오너 4세인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은 두산그룹을 친환경 에너지 기업으로 재탄생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지난 2년여 동안 사업 구조조정에 성공하면서 재무구조도 안정화했다.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도 사회환원에 적극 나서며 신기업가정신을 발휘하기도 했다. 일찍이 사회적 가치를 측정해 공개하고 있다.
◇오너 4세까지 이어진 '보부상' DNA, 사세 확장의 근간
두산그룹의 기업가정신은 '보부상 정신'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보부상이란 전통사회에서 시장을 중심으로 봇짐이나 등짐을 지고 행상을 하는 전문 상인을 뜻한다. 조선시대부터 활발한 활동을 전개하며 나라가 위급할 때마다 식량을 조달하는 역할을 했다. 박 창업주는 보부상을 시작으로 상업에 뛰어들어 자본을 축적한 인물이다.
박 창업주의 아들 고(故) 박두병 초대회장은 두산그룹을 기업집단의 반열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받는다. 부친의 보부상 DNA를 물려받아 전국 각지에서 물건을 보는 안목을 기르며 사업분야를 확장했다. 박 초대회장은 1946년 사명을 '두산상회'로 바꾸고 무역업으로 사업체질을 바꿨다.
박 초대회장은 사세를 크게 확장한 것과 동시에 근대적인 경영 체제를 확립했다. 1952년 동양맥주(현 오비맥주)를 설립한 것을 시작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덩치를 빠르게 키워나갔다. 이듬해 1953년 두산산업, 1960년 동산토건(현 두산건설), 1967년 윤한공업사를 설립했다. 1968년에는 한국병유리(현 테크팩솔루션)을 인수했다. 모두 두산그룹의 뿌리와 같은 회사들이다.
두산그룹은 2000년대 들어 경공업 중심에서 중공업 위주로 사업 체질을 180도 바꿨다. 전자소재 사업 확대 발전을 위해 코오롱전자를 인수했다. 이를 시작으로 2001년에는 지금의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의 전신인 한국중공업을 인수했다. 2005년에는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의 전신인 대우종합기계를, 2007년에는 미국 건설기계기업인 밥캣을 전격 인수했다.
박 초대회장의 5남인 박용만 전 두산그룹 회장은 사업구조 개편과 혁신을 이룬 공을 인정받아 2012년 회장 자리에 올랐다. 박 전 회장은 회장 재임 기간인 2014년 두산퓨얼셀을 설립하며 연료전지 사업에 진출했다. 또 로보틱스사업 등 미래 신사업이 이때 시작됐다. 박 전 회장은 2016년 3월까지 회장직을 유지하다 형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에게 자리를 넘겨줬다. 박 전 회장은 현재 두산그룹 관련 임원직에서 모두 물러난 상태다.
◇인화(人和) 정신과 '2G 전략'...선제적 사회적 가치 측정
박 회장은 지난 2년여간의 기업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마쳤다. 올해 3월 산업은행에 긴급 자금지원 요청을 한 지 23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에서 벗어나면서 조기 졸업을 이뤘다.
두산그룹은 이와 동시에 중간지주사로 거듭난 두산에너빌리티를 중심으로 미래 전략을 수립했다. 구체적으로 △해상풍력 △수소 터빈의 기반이 된 가스터빈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에너지 등 차세대 친환경 에너지 사업의 4대 축을 낙점했다.
문홍성 ㈜두산 사장은 지난달 24일 열린 '신기업가정신 선포식'에 참석해 "두산은 사람의 성장을 통해 사업의 성장을 이뤄내는 2G 전략을 이어오고 있다"며 "도전과 혁신을 강화하면서 기업, 국가, 국민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신기업가 정신을 적극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2G(Growth of People, Growth of Business) 전략'이란 사람의 성장을 통해 사업을 성장시키는 선순환 구조를 의미한다. 2003년에 처음 발표돼 올해로 20주년에 접어들었다. 2G 전략은 박 창업주의 '인화(人和) 정신'에 바탕을 두고 있다. 한 사람, 한 사람을 소중히 여기는 조직문화는 고용 창출과 직원들의 삶의 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는 신기업가정신과 닮았다.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은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발표한 신기업가정신의 또 다른 핵심은 '사회적 가치 측정'이다. 최 회장은 이날 선포식에서 "기업이 내놓은 개별 과제의 실천 현황을 측정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겠다"며 "변화를 지표로 알리고 '보여주기'라는 오해에서 벗어날 것이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두산그룹은 이보다 한발 앞선 2018년부터 사회적 가치를 화폐로 환산해 측정해왔다. 2019년부터는 그 결과를 ESG 보고서에 작성했다. 사회적 가치 측정은 △피플(people) △플래닛(planet) △파트너스(partners) 등 세 가지 항목으로 구분된다. 2020년 사회적 가치의 총합은 4158억원으로 추산됐다. 2018년은 4381억원, 2019년은 4590억원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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