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을 움직이는 사람들]박상현 두산에너빌리티 사장, 재무관리 '현재 진행형'④재무구조 개선 이끈 CFO, 김민철 ㈜두산 사장과 재무 '투톱'…신용등급 전망 개선 기대
김서영 기자공개 2022-04-18 10:37:39
[편집자주]
올해로 창립 126주년이 된 두산그룹은 우리나라 최초의 기업집단이다. 빠른 속도로 사세를 확장한 두산그룹은 전 세계를 무대로 플랜트 사업을 영위했지만 마냥 순탄하지만 하진 않았다. 2019년 채권단 관리에 처하며 고강도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했다. 그러나 2년 뒤 조기졸업을 달성하며 저력을 보여줬다. 더벨은 '뉴 두산'으로의 도약을 준비 중인 두산그룹을 움직이는 인물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4월 14일 15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조기 졸업한 두산에너빌리티(옛 두산중공업)가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해상풍력 △수소 터빈의 기반이 된 가스터빈 △소형모듈원자로(SMR) △수소에너지 사업 등 4대 미래 성장 축을 낙점하고 친환경에너지기업으로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재무구조 개선에 돌입한 2년 전에도, 지금도 관건은 여전히 '자금'이다.재무구조 개선을 성공으로 이끈 박상현 재무관리부문장(CFO·사장)에게 또 다른 과제가 주어졌다. 지금까지 재무건전성을 회복하기 위해 자산 매각, 차입 상환, 부채비율 감소 등에 주력해왔다. 이제는 신성장 투자를 위한 외부 자금 조달에 나설 때다. 올해 2월 약 1조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마무리했고, 최근 신용등급 전망도 개선됐다.
◇'10년 연속' 그룹 계열사 CFO 역임…채권단 관리 체제 종료 '키맨'
두산그룹 내에서 손꼽히는 CFO에는 두 명이 있다. 한 명은 지주사인 ㈜두산에서 지주부문 총괄 CFO인 김민철 사장이다. 김 사장은 계열사 CFO와 손발을 맞추며 그룹 전체 재무 전략을 관장하는 인물이다. 다른 한 명은 두산에너빌리티에 적을 두고 있다. 박상현 사장(사진)은 2020년 7월부터 재무관리부문장을 맡고 있다.

1966년생인 박 사장은 영동고를 나와 연세대 경영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졸업 뒤 미국 유학길에 올라 듀크대(Duke University) MBA 과정을 밟았다. 한국으로 돌아와 ㈜두산에 입사, 2008년 지주부문 CFP(M&A)팀 상무로 승진하며 임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박 사장은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현 현대두산인프라코어)로 자리를 옮겨 재무관리부문장에 올랐다. 2년 뒤인 2013년 전무로 승진하면서 처음으로 CFO직을 맡게 됐다. 이를 시작으로 박 사장은 지금까지 10년간 몸담는 계열사마다 CFO를 역임하고 있다. 2015년에는 다시 ㈜두산으로 돌아와 지주부문 CFO(부사장)를 맡았고, 2018년에는 두산밥캣 CFO(부사장)에 올라 대표이사를 지냈다.
박 사장이 두산에너빌리티에 둥지를 튼 건 2020년 7월이다. 당시 두산중공업이 산업은행에 긴급 자금지원을 요청해 3조원을 지원받아 채권단 관리 체제에 돌입했던 것과 같은 시기다. 두산그룹이 '재무통'으로 평가받는 그를 위기에 빠진 두산중공업으로 불러들여 중책을 맡긴 것으로 해석된다. 두산중공업 CFO로 선임된 지 두 달 만인 2020년 9월 1조2000억원 규모 유증에 나선 것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재무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박 사장은 이 과정에서 ㈜두산 CFO인 김 사장과 많은 교감을 나눈 것으로 전해진다. 이들은 두산퓨얼셀과 두산솔루스 인적분할, 두산퓨얼셀 지분 양도, 두산인프라코어 매각을 진행하는 등 두산중공업 살리기에 매진했다. 지난해 3월 박 사장이 두산중공업 대표이사(부사장)에 오르며 더욱 힘이 실렸다.
대표이사 선임과 관련해 당시 두산중공업은 "박 부사장은 2020년 7월부터 두산중공업에서도 CFO로서 회사와 경영환경에 대한 높은 이해도를 바탕으로 회사 신사업 및 재무 개선에 크게 이바지하고 있다"며 "국내외 풍부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기업가치 제고에 공헌하며 장기적으로 회사의 발전 및 재무 건전성 강화에 기여할 적임자"라고 평가했다.
◇재무 건전성 개선 최대 성과, 사장 승진…'신용등급' 개선 과제
박 사장이 재무 운전대를 잡은 두산중공업은 뼈를 깎는 재무 개선 작업 끝에 23개월 만에 채권단 관리 체제를 끝냈다. 재무 건전성이 눈에 띄게 개선됐는데 지난해 부채비율은 전년 대비 90.45%포인트(p) 감소한 169.32%로 나타났다. 신용등급도 'BBB-'을 유지했다. 사명도 두산중공업에서 '두산에너빌리티'로 바꿨다. 박 사장은 이에 대한 성과를 인정받아 올해 3월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다.
박 사장은 채권단 관리 졸업 전 마지막 재무 카드로 유증을 꺼내 들었다. 1조2125억원 규모의 유증이 올해 2월 마무리되면서 두산에너빌리티는 부채비율이 171.6%에서 135.6%로 감소할 것으로 추산했다. 차입금의존도 역시 기존 33.2%에서 28.6%로 낮아질 전망이다.
두산그룹 안팎에서 이제 '급한 불은 껐다'는 분위기가 감돈다. 다만 CFO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는 데 이견이 없다. 두산에너빌리티의 최대 과제는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제대로 안착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투자를 바탕으로 신규 사업에서 경영 성과를 올리고, 신용등급을 개선해 외부 조달한 자금으로 다시 투자에 나서는 재무 선순환 구조가 필요하다.
지난해 연결 기준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2조6250억원으로 양호한 수준이다. 다만 유동성을 챙기면서 신규 사업을 키워나가기 위해선 외부 자금조달이 불가피하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그간 채권단 관리 체제하에서 신용등급은 투기등급(BB-) 바로 위인 'BBB-(부정적)'를 유지해왔다. 저신용으로는 외부 자금조달에 나서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투기등급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유지하는 것 자체가 과제였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를 바라보는 시장의 전망은 우호적이다. 지난달 28일 한국신용평가는 정기 평정에서 두산에너빌리티 신용등급 전망을 'BBB-(안정적)'에서 'BBB-(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했다. 신용등급 전망이 상향된 건 지난해 12월 '부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높아진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한국신용평가 관계자는 "올해 2월 유증이 완료되면서 재무구조가 한층 더 개선됐고, 동시에 긴급운영자금 3조원을 모두 상환해 채권단 관리체제가 종료됐다"며 "이외 신주인수권 행사가 지속돼 추가적인 유동성 및 자본 확충이 이뤄지는 점이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또한 "신규산업에서 유의미한 실적 보완까지 시일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하나 수익기반을 확보했고 금융비용 부담이 완화돼 실적 변동성을 통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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