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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업계, 다시 늘어난 익스포저…손실 우려 확산 [경고등 켜진 부동산PF]④1분기 말 기준 45조, 전년 동기보다 4조↑…무등급PF도 산재

전기룡 기자공개 2022-07-19 07:39:24

[편집자주]

다수 사업지가 최근 공매로 나오고 있다. 원자재값 부담에 금리이슈까지 맞물리면서 일부 현장에서 사업 종주를 포기한 영향이다. 반면 개발 일선에 있는 증권사들은 투자여력을 줄이지 않고 오히려 늘리거나 유지하고 있다. 이미 건전성 지표가 우하향 곡선을 그리고 있지만 리스크 관리에 무게를 더하지는 않고 있다. 더벨은 부동산 PF의 현 상황은 어떤지, 또 리스크는 과연 어느 정도인지 등을 점검해봤다.

이 기사는 2022년 07월 18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증권사들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 추세다. 부동산 PF 익스포저(위험노출액)를 포함한 우발채무가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 일부 증권사는 우발채무가 자기자본을 웃돌았다.

우발채무 대부분은 신용공여 성격의 매입확약이 차지했다. 매입확약 채무는 기초자산에 문제가 생겼을 때 증권사가 부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부분이다. 상당수 증권사들이 시행사의 대출채권을 토대로 발행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과 자산유동화전자단기사채(ABSTB) 부분에서 손실 리스크가 그만큼 커진 상태다.

◇1년만에 늘어난 증권사 우발채무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국내 증권업계 우발채무는 이번 1분기 기준 44조8248억원으로 집계됐다. 우발채무에는 부동산 PF 익스포저 등이 포함돼 있다. 증권사들 가운데 우발채무를 보유한 곳은 초대형 투자은행(IB)을 포함한 28개사다.

증권사들은 과거 45조를 웃돌았던 우발채무를 2020년 말 38조7601억원까지 줄인 바 있다. 금융위원회가 2019년 부동산 관련 우발채무 한도를 자기자본 대비 100% 이하로 관리해야 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관리방안을 발표한 영향이다. 당시 다수의 증권사는 셀다운 등을 통해 리스크 관리에 들어갔다.

문제는 우발채무가 1년만에 다시 증가했다는데 있다. 2021년 말 기준 증권업계 우발채무는 전년 대비 3조8396억원 늘어난 42조6002억원을 기록했다. 일년만에 다시 40조원대로 회귀한 셈이다. 올해 1분기 우발채무는 44조8248억원에 달하면서 3개월 사이 2조2246억원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증권업계도 2020년 말 61조7385억원이었던 자기자본을 이번 1분기 70조9912억원으로 늘려 변동성에 대처할 체력을 키웠다. 하지만 리스크를 온전히 메꾸지는 못했다. 같은 기간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62.8%에서 63.1%로 0.3%포인트 상승했다.

부진한 업황과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행은 이달 사상 첫 빅스텝을 단행했다. 기준금리 인상은 외부차입에 의존해야 하는 개발사업의 수익성을 저해시키는 요인이다. 미분양이나 공사비 문제도 얽혀있다. 최근 다수의 증권사가 대주단 모집에 애를 먹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지난달 말 열린 증권사·자산운용사 최고경영자(CEO) 간담회에서 부동산 PF가 처한 현실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당시 이 금감원장은 "우발채무가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다"며 "건전성을 선제적으로 강화해달라"고 강조했다.


◇초대형 IB도 우발채무 증가세…자기자본 상회한 곳도

초대형 IB 가운데서는 한국투자증권의 증가세가 돋보였다. 한국투자증권은 2020년 말 3조5529억원이었던 우발채무가 올해 1분기 4조6397억원까지 늘어났다. 우발채무의 94.5%가 매입확약이었으며 소규모지만 지급보증과 매입보증도 존재했다.

한국투자증권은 4000억원에 달하는 업계 최고 수준의 시딩북을 보유한 곳이다. 최근 대구와 화성에서 발생한 디폴트(채무불이행) 사업에도 대주단으로 참여한 바 있다. 본PF 단계까지 이어지지 않았지만 대손충당금을 통해 일정 손실을 메꿀 것으로 점쳐진다.

부동산 PF 강자로 알려진 메리츠증권도 같은 기간 4조원 초반대였던 우발채무가 4조8300억원까지 증가했다. 단순히 양적으로 따졌을 때 증권사 중 우발채무 규모가 가장 크다.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은 같은 기간 89.9%에서 95.7%로 5.8%포인트 상승했다.

중견·중소 증권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특히 BNK투자증권이 두드러진 증가세를 보였다. BNK투자증권은 지난해 하반기 장외파생상품 인가를 받은 이후 부동산 PF 사업에 적극 참여하기 시작했다. 그 결과 2020년 말 1382억원이었던 우발채무는 이번 1분기 6850억원으로 395.7% 증가했다.

우발채무가 자기자본을 상회하는 증권사도 존재한다. 우발채무의 경우 당장은 아닐지라도 언제든지 빚으로 돌아올 수 있는 계정이다. 자기자본이 우발채무를 밑돈다는 것은 극단적으로 말해 2010년대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관련 대규모 부실과 같은 사태가 재연될 수 있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도 있다.

대표적인 곳이 다올투자증권이다. 다올투자증권은 2020년 말 94.4%였던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이 올해 1분기 108.7%까지 상승했다. 우발채무(7188억원) 가운데 리스크 높은 매입확약이 92.8%를 차지했다. 여기에 약정 특성상 무등급PF나 후순위성 자산이 많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하이투자증권(105.7%)은 자기자본 대비 우발채무 비중을 매년 줄여나가고 있지만 여전히 100%를 상회하고 있다. 하이투자증권도 우발채무 중 무등급PF 비중이 80%를 웃돌아 부동산 시장 경기에 따라 리스크가 확대될 가능성이 큰 곳으로 거론된다. 이외에 신한금융투자(86.1%), 교보증권(85.8%), 하나증권(81.6%) 등에서도 우발채무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았다.

시장 관계자는 "우발채무가 부동산 PF 익스포저를 포함하는 구조이기에 당국 기준은 충분히 충족하고 있다"면서도 "우발채무 대부분이 매입보장보다 상대적으로 리스크가 높은 매입확약 방식인 탓에 업황이나 사업성에 따라 변동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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