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보증보험 IPO 추진을 둘러싼 금융위의 우려 보증보험시장 개방 불확실성, 밸류에이션 디스카운트 요인될까
김현정 기자공개 2022-08-05 08:18:57
이 기사는 2022년 08월 04일 16: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부가 서울보증보험(SGI) 공적자금 회수를 위해 기업공개(IPO)에 착수했지만 여러 난관이 있다. IPO 시장이 얼어붙은 가운데 시장 상황이 언제 나아질 지 미지수다. 더욱이 서울보증보험의 민영화 이후 보증보험 시장 개방에 따른 디스카운트 요인도 존재한다.금융위는 배당과 지분 쪼개팔기라는 투트랙으로 공적자금을 최대 회수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정책 방향 발표, 소수지분 매각 규모 등 시장 상황에 맞춘 고도의 전략을 구사해야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내 SGI IPO를 통해 예보가 소유한 지분의 10% 이상을 매각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후 2025~2026년 동안 최대 33.87%의 지분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각할 예정이다. 향후 50%+1주의 경영권 지분 매각도 검토키로 했다. 공적자금 관련 기금(예금보험기금채권상환기금)의 청산시점인 2027년까지 SGI에 투입한 공적자금을 모두 회수한다는 기존 방침 아래 이뤄진 계획들이다.
예보는 코로나19 상황이었던 2020년을 제외하고 SGI로부터 한 해 평균 2100억원 정도의 배당금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해 왔다. 하지만 기금 청산시점이 5년 앞으로 다가오자 특단의 조치에 들어가야 한다고 판단, 지분매각을 추진하게 됐다. 현재 남은 SGI 공적자금은 5조9017억원 규모다.
IPO를 결심한 지금 정부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SGI의 기업가치다. 최대한 높은 밸류에이션을 인정받아야 최대 회수라는 공적자금 원칙을 지킬 수 있다. 그간 세 번의 매각 논의가 소리소문 없이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이유도 기업가치가 원금을 크게 밑돌았기 때문이었다. 2016년 서울보증보험 매각 논의가 잠시 이뤄졌을 때 예보가 추산한 기업가치는 2조2000억원이었다. 남은 공적자금 규모를 비교해봤을 때 타산이 맞지 않다.
SGI는 총자산 9조8798억원 규모에 총자본 5조1642억원 규모, 매해 순이익 4000억원대를 내는 곳이다. 코로나19사태가 심했던 2020년에만 3288억원 규모의 순이익을 냈었다. 자산 및 자본 규모, 영업이익과 순이익 규모 등은 객관적인 수치인 만큼 SGI의 기업가치 측정 시 크게 논란이 될 부분이 없다.
다만 ‘보증보험 시장 개방’이 SGI 밸류에이션에 디스카운트 요인으로 떠오르면서 IPO업계서도 우려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오래 전부터 보험업계는 정부가 SGI 경영권을 민간사에 매각하면 보증보험 시장이 민간 보험업계에 먼저 개방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지금까지는 공기업으로 운영된 만큼 독점적 지위에 대해 딴지를 걸 수 없었지만 SGI가 민영화된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실제 보증보험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손보사들이 꽤 많다. 업황 부진으로 새 먹거리가 절실한 상황 속에서 이행보증보험, 신원보증보험, 할부판매보증보험 등을 판매할 기회가 생긴다면 이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손해보험사들은 2006년에 '보증보험 다원화 TF(태스크포스)'를 꾸려 시장 진출을 시도하기도 했다.
이는 서울보증보험 밸류에이션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된다. 독점 라이선스를 쥐고 있을 때는 시장점유율을 보장받기 때문에 기업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 매물을 자처하는 순간 독점적 지위가 사라지면서 지금 가치를 인정받을 수 없게 되는 아이러니가 발생되는 것이다.
금융위는 이를 의식한 듯 향후 50%+1주에 대한 경영권 매각을 검토할 것이라 말하면서 보증보험산업 관련 정책 방향 등은 차차 종합적으로 고려하겠다며 말을 아꼈다.
IB업계 관계자는 “고민되고 어려운 부분으로 다른 손보사들이 보증을 하게 되면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고 (SGI의) 가치평가가 떨어질 수 있다”며 “잠재적으로 디스카운트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보는 의견이 많지만 정책 방향이 결정되기까지 시간이 좀 있으니 괜찮지 않을까 하는 목소리도 있다”고 말했다.
정부도 SGI의 기업가치에 대한 걱정을 안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금융위는 경영권 지분 매각을 최대한 뒤로 미루고 배당과 지분 쪼개 팔기로 공적자금 회수의 투트랙을 마련했다. 순이익은 꾸준히 나오는 회사인 만큼 지분을 조금씩 나눠 팔아 배당으로도 충분히 자금을 회수하겠단 셈법으로 읽힌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은 부담이다. 그동안은 지분매각을 무리하게 추진하지 않고 배당금으로 공적자금을 회수해왔는데 5년 5개월 정도 시한이 남았다는 점에서 액션을 취해야 한다. IPO 방아쇠를 당긴 이유다. 이에 따라 정부가 정책 방향 발표나 소수지분 매각 규모 등을 시장 상황에 맞춰 고도의 전략으로 결정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자위 관계자는 “시장 분위기에 대한 우려가 많은 걸로 아는데 지금 IPO 절차에 돌입한 것은 당장 IPO를 한다는 게 아니고, 준비했다가 시점이 오면 팔겠다는 것”이라며 “현재 사실상 가장 관건은 보증보험을 SGI에만 인가를 내렸기 때문에 인가를 더 늘리던지 해야 한다는 문제가 있고 몇 개를 늘려야 하나 등 구체적인 문제들도 따른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전혀 결정된 바가 없고 당장에 경영권 매각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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