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구조조정 포트폴리오 점검]덩치 커진 HMM, M&A 퇴로 찾을까⑩기업가치 상승에 M&A 가능성 높아져…자금 회수, 수익률 놓고 고민
고설봉 기자공개 2022-08-30 07:36:51
[편집자주]
KDB산업은행은 한국 산업계를 지탱하는 버팀목이다. 기업금융부문과 구조조정본부로 대변되는 산은의 기업금융 시스템은 경제 상황과 기업 여건 등 변화에 맞춰 모습을 달리해 왔다. 최근 몇 년 산은은 기업 구조조정이란 숙제를 푸는데 진땀을 빼고 있다. 성공한 구조조정도 있었지만 여전히 출구를 찾지 못한 기업들도 많다. 더벨은 산은 기업구조조정 시스템을 살펴보고 현재 남아 있는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을 집중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8월 26일 08:2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MM은 정상기업을 넘어 우량기업으로 탈바꿈했다. 국내 코스피 시장에 상장돼 있는 법인 가운데서도 재무건전성 및 매출·현금창출력 등 모든 면에서 탁월한 수준이다. KDB산업은행이 현재 관리하고 있는 기업 가운데 가장 우량한 곳이다.그러나 이런 HMM을 두고 산은의 고민은 깊다. 이미 기업 구조조정을 거쳐 정상화에 성공했지만 민영화 시기를 놓고 갑론을박이 한창이다. HMM 정상화 과정에 투입된 자금의 단순 회수가 아닌, 얼마나 이익을 극대화할지를 두고 내부에서 설왕설래하고 있다.
우량 기업이 된 만큼 M&A 매물로 가치는 높다. 하지만 얼마를 받아야 '제 값'을 받는다는 기준을 찾는 것은 어렵다. 몸값이 커진 만큼 원매자를 찾는 과정도 쉽지 않다.
◇글로벌 해운업 호황 올라탄 HMM…몸값도 높아졌다
HMM의 시가총액은 지난 25일 종가 기준 11조4435억원으로 집계됐다. 해운업 불황으로 부분자본잠식 등 어려움을 겪던 2018년 말과 비교해 체급이 월등히 커졌다. 당시 시가총액 1조1366억원 수준에서 약 10배 가량 주가가 뛰었다.
산은의 도움으로 HMM은 대형 신조선을 발주해 체질을 개선했다. 2017년부터 시작된 선제적인 대형 신조선 투자는 코로나19를 계기로 빛을 냈다. 글로벌 물류체인의 공급량 부족으로 HMM은 호황기를 겪으며 경영 정상화를 넘어 초우량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말 HMM은 매출 5조3347억원, 영업이익 2조4082억원, 순이익 3646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45.14%를 기록했고 순이익률도 6.83%로 치솟았다. 고정비 지출은 줄지 않았지만 매출이 큰 폭 성장하면서 판관비율은 2.89%로 묶여 수익성 극대화를 거들었다.
올해 HMM의 항해는 순풍을 맞았다. 이미 반기 기준 매출 9조9527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은 5조3347억원이었다. 반기만에 연간 매출보다 86.57% 성장했다. 연간으로 지난해 대비 두배 이상 매출이 커질 전망이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 6조857억원, 순이익 6조64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영업이익률과 순이익률은 61.15%와 60.94%를 각각 기록했다.
에비타(EBITDA)도 큰 폭의 개선세를 보였다. 지난해 3조626억원이던 에비타는 올 상반기 6조4741억원으로 급증했다. HMM이 영업활동으로 벌어들이는 현금 창출력이 좋아지면서 주가에도 긍정적 영향이 미치고 있다.
HMM의 기업가치를 평가할 수 있는 EV 대비 에비타는 올 상반기 말 기준 1.22배를 기록했다. 이 상태라면 올해 HMM이 영업활동으로 창출한 현금흐름이 시가총액을 뛰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1년치 영업활동 현금흐름이 시가총액을 능가하는 초우량 기업이 된 셈이다.
재무건전성도 좋다. 올 6월 말 기준 HMM 부채비율은 45.66%로 집계됐다. 순이익 증대로 잉여금이 불어나면서 자본항목이 우량해진 결과다. 향후 전망도 긍정적이다. 매입채무 대비 매출채권이 3배 정도 더 많은 만큼 자산항목에서도 지출할 자금보다 유입될 현금이 더 많다.
무엇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차입구조다. 과거 과도한 부채에 시달렸던 HMM은 지난해부터 순차입금비율이 마이너스(-)로 떨어졌다. 갚아야 할 차입금보다 보유하고 있는 현금성자산이 더 많다. 단기 조달할수 있는 자체 현금으로 리스부채와 장단기차입금, 장단기사채 등을 모두 상환할 수 있다.
올 상반기에는 이러한 차입구조가 한층 더 좋아졌다. 지난해 말 마이너스(-) 5.90%였던 순차입금비율은 올 상반기 말 마이너스(-) 30.42%로 더 개선됐다. 총차입금 규모는 비슷했지만 보유하고 있는 현금, 현금성자산, 단기금융상품 등이 더 큰 폭으로 늘었기 때문이다.
HMM의 기업가치가 정점으로 치달으면서 몸값도 높아졌다. HMM 시가총액은 지난 25일 종가 기준 11조4435억원으로 집계됐다. 한때 최대 14조원에 육박하기도 했다. 산은과 해양진흥공사 등 정부 지분 40.65% 매각시 최소 5조원의 자금이 인수비용으로 필요한 셈이다.
◇기업가치 올랐지만…수익률에 묶여 매각 구조 고민 못해
HMM 민영화에 대한 전망은 최근 기업가치 및 주가 등과는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오히려 시장에선 과도한 정부 지분율과 향후 산은과 해진공에서 영구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매각이 순조롭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특히 산은이 주장하는 수익 극대화 논리에 대한 시장의 반응은 냉랭하다.
산은과 해진공 등 정부는 2018년 HMM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HMM의 자본잠식 등을 해소하기 위해 유상증자에 참여해 직접 자본금을 수혈했다. 또 HMM이 자본확충을 위해 영구채 1조원(CB 4000억원, BW 6000억원)을 발행하면, 산은과 해진공이 이를 인수하는 방식으로 지원했다.
2018년 12월 27일 산은과 해진공은 우선 100억원 규모 HMM 유증에 참여했다. 이후 운영자금을 위해 영구채 2700억원, 투자자금 확보 및 재무구조 개선을 위한 자본확충 위해 영구채 2000억원 그리고 시설자금을 위해 영구채 4900억원을 각각 발행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2019년 말 HMM이 산은과 해진공에서 조달한 자금은 영구채와 장단기차입금 등을 포함해 잔액기준 모두 1조1538억원에 달했다. HMM은 이 자금으로 신조선 발주와 항만 등 인프라 구축 등에 활용해 영업기반을 다졌다.
문제는 이렇게 투입된 자금을 기업 정상화 이후 어떻게 회수할 것인지에 대한 산은과 해진공의 입장이다. 이동걸 전 KDB산업은행 회장은 HMM의 기업가치가 상승하자 회수할 수 있는 가능한 최대의 수익을 내야 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른바 ‘배임’ 논리였다. 이에 따라 CB와 BW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CB와 BW를 모두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HMM 민영화는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이미 산은과 해진공은 2019년과 2020년, 2021년 총 4차례 전환권을 행사했다. 이를 통해 2019년 말 17.32%였던 지분율을 2022년 6월 말 현재 40.65%로 높였다.
시장에선 산은이 지금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CB와 BW를 상환받는 방안이 거론된다. 회계법인 등의 평가를 거쳐 공정한 가격에 영구채를 상환받는 방식이다. 산은과 해진공의 보유 지분율이 40%를 넘어 단독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만큼 현재의 보유 지분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얹어 매각하는 것이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HMM에 투입된 자금에 대한 추가 수익을 내기 위해 영구채를 주식으로 전환할 경우 오히려 M&A에 악영향을 끼출 수 있다는 전망이다. 특히 남아 있는 CB와 BW 주식 전환시 산은과 해진공 등 정부 지분율이 76% 수준으로 높아진다. 이 지분을 전부 인수할 수 있는 원매자를 구하기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MM의 기업가치 상승으로 산은은 이미 투입한 자금 대비 최대 3배 가량 원금 회수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가운데 산은이 추가 수익을 이유로 M&A 적기를 놓칠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산은 구조조정 관계자는 "영구채 등의 주식 전환에 대한 원칙은 변함이 없지만 전부 주식으로 전환해 매각하는 방식이 오히려 민영화를 방해할 수 있다는 공감대가 있다"며 "회계법인 등 실사를 거쳐 CB와 BW의 가치를 평가해 경영권 매각시 상환받거나 그 이후 상환받는 방식도 유효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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