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인사 풍향계]함영주식 인적쇄신 신호탄…후속조치 어떻게 될까⑤박성호 은행장·이은형 증권 사장 퇴진…지주 부회장 선임, 연임 여부 관심
고설봉 기자공개 2022-12-15 08:26:12
[편집자주]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의 첫 정기인사가 시작됐다. 올해 3월 취임한 뒤 다양한 영역에서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 함 회장은 이번 정기인사를 계기로 확실한 자신의 색깔을 추구할 것으로 기대된다. 김정태 전 회장 시절 구축했던 조직과 인물에 변화를 주는 것은 그 첫번째 수순이다. 더벨은 하나금융지주 경영진과 자회사 CEO 인사를 통해 함 회장이 추구하는 변화의 방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14일 13: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박성호 하나은행장,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의 교체는 올해 정기인사를 달구는 최대 이슈로 부상했다. 함영주 하나금융그룹 회장 시대를 맞아 첫번째 단행되는 이번 인사에서 하나금융은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 새 옷을 갈아입었다.14일 발표된 하나금융지주 그룹임원후보추천위원회(이하 그룹 임추위)는 파격 그 자체다. 특히 하나금융 내 핵심 자회사 세곳의 CEO를 동시에 교체하는 강수를 뒀다. 그만큼 함 회장의 조직개편 및 인적쇄신 의지가 강하다는 뜻이다.
이번 임추위 과정을 되짚어 보면 비공개 방식으로 의사결정도 속전속결로 이뤄졌다. 하나지주 이사회 멤버들로 구성된 그룹 임추위는 지난 13일 회의를 열어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카드 CEO를 전격 교체하기로 결정했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전 자회사에 걸쳐 모든 CEO를 대상으로 인적쇄신을 단행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상징적으로 하나은행과 하나증권, 하나카드를 최우선 대상으로 선정해 인적쇄신을 했다.
하나캐피탈과 하나자산신탁, 하나저축은행, 하나생명, 하나손보, 하나금융티아이, 하나펀드서비스, 하나대체투자운용, 하나벤처스, 하나에프앤아이 등 비은행부문 자회사 CEO 인사는 발표되지 않았다. 또 하나금융지주 경영진 인사도 진행 중이다.
함영주 체제의 첫 정기인사에서 박성호 하나은행장과 이은형 하나증권 사장의 교체가 갖는 상징성은 크다. 두 CEO 모두 김정태 전 하나금융그룹 회장 체제에서 세대교체의 아이콘으로 혜성처럼 등장한 인물들이다.
김 전 회장은 박 행장과 이 사장을 그룹 미래자산으로 키우기 위해 핵심 자회사 CEO로 올려 세웠다. 이를 발판으로 두 CEO는 차기 회장을 뽑기 위한 하나금융지주가 회장후보추천위원회(회추위)에서도 최종후보군(숏리스트)에 이름을 올리는 등 거물급 인사로 거듭났다.
1964년 8월 생인 박 행장은 파격 이력의 소유자다. 그는 하나금융 내에서 김 전 회장과 가장 비슷한 경력을 가진 인물이다. 박 행장은 김 전 회장처럼 ‘최초’와 ‘최연소’ 타이틀을 늘 달고 다녔다. 하나은행 전신인 한국투자금융에 입사해 탁월한 영업 역량을 바탕으로 36세에 지점장에 발탁됐다. 영업 최전선에서부터 세대교체 아이콘으로 주목 받아왔다.
하나금융 내부적으로 박 행장은 국내·외 경영을 잘 아는 인물로 손꼽힌다. 그의 이력을 보면 주로 '관리자' 역할에 밀접한 부서를 경험했다. 하나은행 가계금융부, 경영관리팀, 인력개발실, 경영관리본부 등을 거치며 조직 관리와 운영 시책을 주도해왔다.
2021년 3월 회추위에선 깜짝 숏리스트에 오르며 주목받았다. 당시 하나은행 부행장 중 유일하게 하나금융 차기 회장 후보에 올랐다. 함께 이름을 올린 후보들은 전·현직 CEO 및 부회장 등 거물급이었다. 올해 3월 진행된 회추위에서도 숏리스트에 오르며 함 회장과 경합을 펼쳤다.
지난해 3월 회추위가 끝난 뒤 박 행장은 곧바로 하나은행장에 발탁됐다. 지난해 3월 임기를 시작한 박 행장은 내년 3월까지 2년 임기를 받았다. 통상 은행권 CEO 임기는 ‘2+1’이 관례처럼 지켜져 왔다. 이런 점에 비춰 박 행장의 교체는 함 회장의 전략적인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평가다.
1974년 11월 생인 이 사장은 하나금융 내 CEO 및 주요 경영진 가운데 가장 나이가 어리다. 그러나 하나지주 부회장을 겸직할 만큼 김 전 회장의 총애를 받던 인물이다. 2020년 3월 김 전 회장은 당시 중국민생투자 총괄부회장이었던 이 사장을 하나지주 부회장으로 발탁했다.
당시 함영주 회장이 하나지주 부회장으로 활동하고 있었다. 김 전 회장은 1명이었던 부회장직을 3명으로 늘리고 그 자리에 이은형·이진국 부회장을 깜짝 발탁하며 경쟁체제를 가동했다. 부회장들의 전문성을 고려해 각자 몇개의 사업부문을 총괄하는 업무를 부여해 경영능력을 테스트했다.
부회장으로 선임된 이 사장은 글로벌부문을 맡아 하나지주 책임경영 체제의 한 축으로 부상했다. 하나지주와 하나은행 등에서 글로벌그룹장을 맡고 있던 이종승 하나은행 부행장이 이 부회장을 보좌했다. 해외에서 벌어지는 IB 관련 사업 등이 이 사장 주도 하에 추진됐다.
이 사장은 김 전 회장의 4연임이 결정된 지난해 3월 회추위와 함 회장이 선출된 올해 3월 회추위에서 연속으로 숏리스트에 오르며 탄탄한 입지를 자랑했다. 김 전 회장의 뜻대로 그룹 미래자산으로 성장하며 차기 회장 후보군에 항상 포함될 정도로 그룹 내 영향력을 확대해 왔다.
함 회장이 첫 정기인사에서 박 행장과 이 사장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자신의 경영 스타일과 방향성을 대내외적으로 확실하게 공표한 것이다. 전임자 시절 경영 일선에서 활약한 최고위 경영진들을 이선으로 물리고 새로운 경영진을 내세워 조직을 환기하려는 시도다.
이를 위해 상징성이 큰 인물들부터 이선으로 물린 것으로 보인다. 특히 김 전 회장 시절 세대교체 아이콘으로 박 행장과 이 사장을 교체하면서 그룹 전체에 메시지를 준 것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박성호, 이은형 두 명의 CEO를 가장 먼저 교체했다는 것은 함 회장이 완전히 자신의 방식과 체제로 그룹을 이끌겠다는 선언을 한 것”이라며 “향후 비은행 자회사 및 하나지주 인사 등에서 이러한 노선의 선명성은 더 강조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행장과 이 사장의 거취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이달 말 진행될 하나지주 경영진 인사에서 박 행장이 하나지주 부회장으로 자리를 옮길 것이란 예측이 조심스럽게 나온다. 그러나 인사가 확정되지는 않았다. 이 사장의 하나지주 부회장 임기도 올해 말 만료를 앞두고 있다. 그의 연임도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아직 두 CEO의 인사에 대해 확정된 바는 없다"며 "이달 말 하나지주 인사에서 거취가 결정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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