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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기업 메리츠의 비밀]4년을 기다린 변신…분권형 지주사가 갖는 의미③승계보다 효율적 자본재분배…빠른 의사결정으로 금융지주 시총 1위 목표

서은내 기자공개 2023-01-31 07:20:09

[편집자주]

남이 가지 않는 길을 가는 것. 이례적인 메리츠의 행보는 언제 어디서나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 평가도 호불호가 갈린다. 메리츠의 혁신을 평가절하하는 경쟁 업체들도 물론 있다. 뛰어난 경영수완과 각종 성장 지표에 대해서는 인정할 수 밖에 없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승계를 포기한 과감한 지배구조 개편 승부수까지 띄웠다. 메리츠의 지배구조와 사업 전략, 현안을 세밀히 들여다봤다.

이 기사는 2022년 12월 27일 07:3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메리츠금융지주가 증권, 화재를 완전자회사로 바꾸는 구조 개편을 실행에 옮겼다. 이 작업은 김용범 메리츠금융 부회장이 조정호 메리츠금융 회장의 재가를 받고도 4년을 기다려온 일이다.

최대 목적은 자본의 효율적 배분 추구에 있다. 계열사 이익을 적기에 좋은 투자처에 집행하기 위해 세 회사가 한몸처럼 움직이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미다.

메리츠금융은 지난달 지주와 메리츠화재, 증권의 포괄적 주식교환을 발표했다. 현재 지주는 증권 지분 60.9%, 화재 지분 53.4%를 보유하고 있다. 주주총회, 주식매수청구 등 모든 과정이 끝나면 금융지주 아래에 화재, 증권이 100% 자회사로 놓이고 지주만 상장사로 남게된다.

◇ 이익은 모두 지주로, 다른 모든 권한은 계열사에 위임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 부회장
리츠가 지향하는 지배 구조는 '분권형 지주사'로 정리할 수 있다. 운영 방식상 리스크 관리, 법적 이슈, 부정에 대한 감사 정도만 지주에서 하고 나머지, 인사에 대한 권한도 모두 계열사에 위임하는 형태다. 다만 분권화에 예외가 있다. 이번 구조개편의 최대목적이 자본의 효율적인 재분배인만큼 회사의 이익, 즉 돈은 일단 지주로 전부 보낸다는 점이다.

통상 지주 체계는 중앙집권화된 정도에 따라 그 스펙트럼을 나눠볼 수 있다. 중앙집권 정도가 강한 형태로는 과거 삼성의 미전실처럼 전체를 컨트롤, 조율할 수 있는 중앙 조직을 두는 방식이다. 반대로 버크셔해서웨이처럼 계열사들이 배당을 모두 지주로 올려 보내는 것 이외에는 대부분의 권한을 계열사에 주는 형태다.

효율적 자본배분을 위해 계열사를 모두 지주의 100% 자회사로 두는 구조는 현재 국내 은행계열 금융지주사들도 대부분 취하고 있다.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 모두 계열사 지분을 100% 보유하고 지주사만 상장된 지주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계열사 이익에 대해서 지주가 배분, 투자를 결정한다. 이익 극대화에 최적화된 구조다.

이번 지배구조 개편 후 하나의 메리츠로서 계열사 임직원 간 커뮤니케이션의 강도는 더 높이기로 했다. 중요한 이슈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장을 만들겠다는 얘기다. 지주의 운영은 분권화로 나아가되 3개 회사가 유기적으로 뭉치는 그림이다.

계층화된 위계 구조는 김 부회장이 특히 지양하고 있다. 수평적 조직에서 조직의 능력이 최고로 발휘된다고 내다봤다. 그는 모든 결재단계를 기안-검토-결재자의 3단계로 끝나도록 강조하고 있다. 그는 지주와 보험 대표를 겸하면서도 최희문 메리츠증권 대표와 늘 대등하게 토론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있다.

◇ 의사결정 비효율 없애고 금융지주사 시총 선두 포부

김 부회장은 임직원들에게 "사람을 지치게 하는 것은 일 자체가 아닌 두려움이며 두려움을 이기게 하는 것은 꿈, 즉 구체적인 목표"라고 강조한다. 김 부회장은 자기 전까지도 새 목표를 생각한다.

최근 그를 설레게 하는 꿈은 통합된 메리츠가 앞으로 보여줄 성장 지표다. 주식 스왑이 마무리되면 메리츠금융의 가치는 시장에서 지주의 시가총액으로 나타날 것이다. 새로운 지주체제를 가동함으로써 향후 금융지주사들 중 시총 1위에 오르겠다는 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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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호 메리츠금융지주 회장
11년 메리츠는 보험 중심 금융지주로 전환을 개시했다. 메리츠화재의 물적분할로 출범한 메리츠금융지주가 증권, 화재 지분의 일정 비율을 갖는 구조였다. 처음부터 증권과 화재를 100% 자회사로 만들 계획은 없었다고 한다.

2014년 지주 대표를 맡은 김 부회장에게는 당시의 지배구조가 늘 고민으로 다가왔다. 효율적이고 빠른 의사결정이 불가능하다는 점이었다. 그룹 내 3개 상장사가 있다보니 투자 등 중요 결정의 실행까지 진척이 더뎠다. 내부통제, 컴플라이언스 이슈로 투자 기회를 놓치기도 했고 계열사간 유기적 소통도 어려웠다.

비효율 탈피를 위해 김 부회장은 증권, 화재의 완전 자회사 체제를 고안했다. 하지만 넘어야할 큰 산이 있었다. 조정호 회장의 지분율이 크게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었다. 조 회장의 메리츠금융지주 지분율은 75.8%에서 포괄적 주식교환 후 40%대로 떨어진다.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조 회장의 결단이 선 시점이 2019년 가을이다. 조 회장은 김 부회장에게 "승계를 하지 않을테니 구조 효율화를 추진해보라"며 힘을 실어줬다. 그 후로 4년간 김 부회장은 타이밍을 노려왔다. 지주체제 개편을 성공적으로 완수할 기반을 갖추겠다며 메리츠증권, 화재의 순이익 합산액 1조원이 넘는 시점을 기다렸다.

지난해 목표지점이 달성되면서 김 부회장은 3사 주가를 모니터링하고 교환비율을 점검했다. 시기가 됐다는 판단 아래 실행안을 발표했다. 향후 3년간 연결순이익 기준 50%를 주주들에게 환원하겠다는 선언도 했다. 지주-증권-화재 3사는 높은 주가 상승으로 김 부회장의 계획에 화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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