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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인터내셔널을 움직이는 사람들]이흥범 본부장, ‘미얀마 가스전’ 결실 주역...제2신화 노린다④무역 중심 상사에서 탈피 주역...자원개발 공로에 석탑산업훈장

정명섭 기자공개 2023-04-04 07:40:31

[편집자주]

2023년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포스코에너지와 공식 합병해 통합 법인으로 출발하는 원년이다. 이번 합병으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국내에서 11번째로 매출(연 41조7000억원)이 큰 기업으로 거듭났다. 합병 후 액화천연가스(LNG) 탐사부터 생산(E&P), 저장, 발전에 이르는 전 밸류체인을 확보한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신재생 에너지로도 사업을 확장할 계획이다. 궁극적인 목표는 종합상사를 넘어 에너지와 식량, 부품소재 등을 아우르는 종합 사업회사로 발돋움하는 것이다. 더벨은 회사의 체질 변화를 이끌 주요 인물들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3월 31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인터내서널은 올해 1월부터 포스코에너지와 합병한 통합법인으로 새출발한 이후 상사와 에너지사업 부문을 각각 트레이딩부문과 에너지부문으로 나눠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에너지부문은 △가스사업본부 △에너지사업개발본부 △에너지인프라본부 등 3개 본부를 산하에 두고 있다.

이 중 가스사업본부는 E&P사업, 자원개발, 가스전운영, LNG사업 등을 맡는다. 천연가스 탐사부터 개발, 생산, 판매 등 자원개발의 모든 단계를 수행하는 부서로, 회사 에너지사업의 핵심 조직이다.

◇10년 이상 미얀마 가스전에 '올인'한 자원개발 전문가

이흥범 본부장(부사장, 사진)은 이 가스사업본부의 수장이다. 그는 포스코인터내셔널 직원들의 땀과 눈물이 밴 숙원사업인 미얀마 가스전이 결실을 맺을 때 한 페이지를 장식한 인물이다.

이 본부장은 1964년생으로, 서울대에서 지질학과 학·석사 과정을 마쳤다. 이 본부장도 정탁 부회장과 이계인 트레이딩부문장처럼 포스코가 아닌 대우그룹 출신이다. 이 본부장의 경력의 시작과 끝은 자원개발로 채워져 있다. 그는 실무 책임자 시절, 회사의 숙원사업이었던 미얀마 가스전 신화를 쓰는 데 10년이 넘는 세월을 ‘올인’했다.

미얀마 가스전은 포스코인터내셔널(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의 집념과 기술력의 결실로 평가받는다. 이는 대우인터내셔널이 2000년 미얀마 정부로부터 탐사권을 획득해 시작된 사업이다. 당시 회사는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이 진행된 어려운 시기였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당시 공동 탐사작업에 참여한 인도 회사들이 성공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결론을 내려 2003년 사업에서 손을 떼 탐사 비용을 단독 부담해야 하는 지경까지 몰렸다. 시추 단계부터 가스전이 좀처럼 발견되지 않은 탓이다.

그러나 대우인터내셔널은 절박함으로 탐사에 집중했다. 이 본부장은 당시 직원들과 직을 내걸고 달려들었다. 그의 표현을 빌리면 “직장생활의 전부를 쏟아부었다”고 할 정도다. 회사는 워크아웃 중이어서 채권단을 설득하는 과정도 좀처럼 쉽지 않았다. 시추선 하루 운용 비용만 약 9억원에 달했다. 가스층을 발견하지 못하면 순식간에 수백억원을 날릴 판이었다. 회사 입장에선 마지막 승부수였다.


이 본부장과 직원들은 가스전을 찾기 위해 시추 방법을 바꾸기로 한다. 기존 방식은 수직으로 시추하는 것이었지만, 대각선으로 시추하는 방식을 새롭게 시도했다. 무모했지만 다른 길이 없었다. 이들은 결국 2004년 3000m 이상 해저에 숨어있는 가스전을 발견했고, 2005년과 2006년에도 연이어 가스전을 발견하는 데에도 성공했다.

미얀마 가스전의 가채매장량은 약 4조5000억입방피트(원유 8억 배럴 규모)다. 국내 천연가스 소비량의 3년 치에 해당하는 양이다. 이 본부장은 당시 “가스가 나오지 않았으면 해고되지 않았을까 생각한다”고 회고했다.

미얀마 가스전은 개발 시작 14년 만인 2013년 7월부터 판매가 본격화됐다. 2014년에만 24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현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으로부터 연간 3000억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리고 있다.

이 본부장은 당시 동고동락한 직원들과 눈시울을 붉혔다. 대우인터내셔널 자원탐사실장이던 이 본부장은 그해 자원개발 공로를 인정받아 상무로 승진하며 E&P기술본부장 겸 석유공학팀장 자리에 올랐다. 미얀마 가스전 개발 성공을 계기로 당시 대우인터내셔널은 무역 중심 상사에서 탈피할 수 있었다.

◇'제2·3미얀마 가스전 신화' 발굴 과제

이후에도 이 본부장의 자원개발 도전은 계속되고 있다. 에너지본부장을 역임하던 2021년 8월 국제 입찰로 말레이시아 PM524 광구 탐사권을 따냈다. 탐사기간 4년, 생산기간 24년에 달하는 권리다. 미얀마에 집중된 자원개발 사업을 다른 국가로 확장했다는 데 의미가 있는 성과라는 평가를 받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2024년까지 광구의 유망성을 평가한 후 2025년부터 탐사시추를 시작해 말레이시아 현지 판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본부장은 그해 미얀마 가스전 3단계 개발도 시작했다. 현재 현대중공업을 통해 가스승압플랫폼의 설계, 제작, 설치 등의 과정이 진행되고 있다. 개발이 완료되는 2024년 6월부터 가스 생산·판매가 시작될 전망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 통합법인이 출범한 올해에는 인도네시아 가스전 탐사·사업권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이는 인도네시아 자바섬 동부 해상의 벙아 광구 내에서 가스전을 탐사·개발·생산할 수 있는 권리다. 수십조원에 달하는 13억 배럴 규모의 천연가스가 매장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 본부장은 자원탐사 공로는 국가도 인정했다. 그는 이달 열린 ‘제50회 상공의 날 기념식’에서 석탑산업훈장을 받았다. 산업훈장은 국가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적이 있는 인물에게 수여되는 훈장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 본부장이 “천연가스 자원 확보를 위해 탐사권 확보 등 자원개발 산업 발전에 기여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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