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성 논란으로 본 금융 지배구조]'수익 위주’ CEO 성과평가 시스템 개선 필요성⑮성과평가 기반 '보수·임기' 등 결정…공공성 강화 유도할 수 있는 지표 만들어야
고설봉 기자공개 2023-04-25 07:30:03
[편집자주]
공공성을 앞세워 정부와 금융 당국은 금융지주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올바른 지배구조를 갖추고 정해진 제도 안에서 정도경영하라는 메시지를 제시하고 있다. CEO 교체는 물론 이사회에도 칼날을 겨눠 위기감이 높아졌다. 금융지주사들은 태동 이후 가장 큰 지배구조 격변 앞에 서 있다. 더벨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금융지주사들의 지배구조 현주소를 살피고 정부와 금융당국이 문제삼는 지점들을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19일 16: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은행의 공공성을 높이기 위한 정부와 금융당국의 압박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보다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이슈가 있을 때마다 금융당국 수장이 나서 문제를 해결하기보다 금융지주사 내부에서 대표이사(CEO)들의 정도경영을 유도할 수 있는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이다.금융지주사 및 은행 수장들이 공공성을 염두에 둔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도록 내부 평가시스템부터 개선해야 한다. CEO의 보수와 연임 등을 결정하는 성과평가 기준에 공공성 관련 지표들을 강화한다면 보다 근본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CEO 스스로 경영활동 과정에서 공공성을 높일 수 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유도해야 한다는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 ‘입’ 통한 ‘지배구조·공공성’ 강화의 한계
지난해부터 불거진 은행의 공공성 논란은 주로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의 입을 통해 시중은행 등에 전달됐다. 이 원장은 은행 중심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개선과 함께 은행의 공공재적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견해를 기회 있을 때마다 밝혔다.
이 원장은 주로 간담회 등 대외 행사에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와 공공성 문제를 언급했다. ‘소유와 경영이 분리’된 금융지주사 지배구조가 개선돼야 한다며 CEO와 사외이사 등 이사회 인적쇄신을 주문했다. 또 은행이 공공재적 성격 회복을 위해 대출금리를 인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원장의 강도높은 발언과 함께 지난해부터 금융지주사 CEO들이 대거 교체됐다. 주로 지난해 말과 올해 초 임기 만료가 예정된 장수 CEO들과 사외이사 등이 교체됐다. 조용병 전 신한금융그룹 회장과 손태승 전 우리금융그룹 회장이 용퇴했다. 박성호 전 하나은행장이 교체됐고, 이원덕 우리은행장도 용퇴를 선언했다. 이외 지방금융지주사와 비은행 금융사 CEO 등도 대거 교체됐다.
다만 일련의 CEO 교체 과정에서 잡음과 비판도 컸다. 당초 예상으론 연임 가능성이 높게 점쳐졌던 CEO들도 금융당국의 압박으로 갑작스럽게 물러났다. ‘관치 금융’이 부활했다는 논란도 일었다.
금융권에선 각 금융지주사 지배구조 핵심인 CEO와 사외이사 교체가 너무 갑작스럽게 일어났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특히 내부에서 리더십과 경영성과 등에서 높은 점수를 받고 있던 CEO들이 대거 용퇴하면서 불만의 강도는 셌다.
CEO 교체가 정상적이지 않다는 주장의 근거는 각 CEO들의 경영성과였다. 실제 최근 몇 년 금리인상과 대출자산 확대 등으로 금융지주사들은 매년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과정에서 수익성과 효율성 등 핵심 경영지표들도 모두 개선됐다. 자본 효율성 등을 평가하는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총자산순이익률(ROA) 등도 모두 상승했다.
각 금융지주사 CEO들의 경영 성적표도 양호했다. 각 금융지주사들 모두 CEO 성과평가의 기준을 거의 대부분 수익성 지표 위주로 설계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이 좋았기 때문에 당연히 CEO 경영성과도 그 어느 때보다 높았다. 이에 따라 대규모 보수도 지급됐다.
◇수익성 중심 CEO 성과평가…공공성·지배구조 등 지표는 없어
4대 금융지주 CEO의 여러 경영활동 가운데 실제 보수와 연임 등에 영향을 끼치는 요인은 실적이다. 각 금융지주사 CEO 성과평가 기준 대부분 수익성 관련 지표들로 채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CEO들이 공공성 확대와 지배구조 개선 등 목표보다 더 많은 수익을 낼 수 있는 쪽으로 경영활동에 드라이브를 걸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신한금융지주 CEO 성과평가는 크게 두가 항목으로 구성돼 있다. 연간성과급을 결정하는 평가항목과 장기성과급을 결정하는 항목이다. 두 가지 평가항목을 통해 산출된 점수에 따라 신한금융은 CEO의 보수를 최종 결정한다.
연간성과급은 평가 항목이 세분화돼 있다. 이 가운데 수익성 등 실적과 관련한 평가항목이 압도적으로 많다. 총주주수익률, 그룹고객기반, 실질고정이하여신비율, ROE, ROA, RAROC, 총이익경비율 등 계량지표 등 그룹 KPI가 핵심 평가 기준이다.
이외 보완재 성격의 평가항목으로 전략과제가 있다. 플랫폼MAU, 자본시장 경쟁력, 글로벌 성장성, ESG금융실적 등 계량지표와 디지털 투자·제휴 성과, Inorganic 추진 성과, 탄소 배출량 감축 노력, 리스크관리·내부통제 및 내부회계 관리제도평가 등 비계량지표로 나뉜다. 전략과제 역시 공공성 등 평가지표는 없고 그룹의 외형성장 등에 관한 지표가 주를 이룬다.
신한지주의 장기성과급 지급을 위한 CEO 평가항목도 주로 실적 관련 지표로 채워졌다. 경쟁사 대비 주가상승률, 영업순이익 및 ROE 목표달성률, 상매각전 고정이하 여신비율 목표달성률 등 계량지표로 평가한다.
KB금융지주의 CEO 평가도 대부분 수익 관련 지표로 짜여졌다. 단기성과급과 장기성과급지급 지븝을 위한 정량지표를 기준으로 CEO를 평가한다. 단기성과급 평가는 ROE, 총영업이익, 비은행부문이익, 실질NPL비율, Tier1 비율, RAROC, C/I Ratio 등 수익성과 경영 효율성 지표가 주를 이룬다. 장기성과급 지표는 상대적총주주수익률, 주당순이익, HCROI, Asset Quality(실질 연체율 등), 비은행부문 이익 등으로 구성됐다.
KB지주의 CEO 정성평가 지표도 외형 확장 등 주로 실적 관련 지표가 대부분이다. 단기성과급 지급을 위한 정성평가 항목은 핵심 경쟁력 강화, 글로벌&신성장동력 확장, 금융플랫폼 혁신, 건전성·ESG·내부통제 등 지속가능 경영 선도, 개방적·창의적 조직 구현 등으로 구성됐다.
하나금융지주도 실적 지표를 위주로 CEO 성과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단기성과급 지급의 기준이 되는 계량지표는 주주가치(상대적주주수익률), 수익성(ROE), 생산성(C/I Ratio), 건전성(고정이하여신비율, RoRWA) 등이다. 비계량지표는 중점추진과제로 그해 핵심사업 추진실적으로 평가한다.
하나지주의 장기성과급 지급을 위한 평가항목은 크게 4가지 카테고리로 나뉜다. 상대적주주수익률(그룹성과)와 ROE와 당기순이익(그룹사성과), 글로벌부문과 비은행부문 당기순이익(중장기 전략평가), 고정이하여신비율(건전성평가) 등이다. 역시 공공성 및 지배구조 개선 등에 대한 평가항목은 없다.
우리금융지주의 CEO 성과평가 항목도 실적 위주다. 우리지주는 성과급 지급을 위한 자본적정성, 수익성, 효율성, 자산건전성 등 재무지표와 경영과제 등의 비재무지표를 종합적으로 평가해 최종 보수를 결정한다.
단기 재무지표로는 보통주자본비율, 총자산이익률, 자기자본이익률, 위험조정자기자본이익률, 판매관리비용률,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을 주로 본다. 장기 재무지표는 상대적주주수익률, 자기자본이익률, 당기순이익, 판매관리비용률, 고정이하여신비율 등이 있다.
금융 당국 관계자는 “각 금융지주사 및 은행의 CEO 성과평가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은 없고, 각 사 이사회 등에서 정한 내규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안다”며 “당국에서 이 부분을 강제하거나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견해와 함께 경영 자율성과도 관련된 문제로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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