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튜어드십코드 모니터]"이사 보수 올리지마" 흥국운용 '엄격 잣대'주요 그룹사 계열, 주총 의안 잇따라 '반대'
양정우 기자공개 2023-05-02 08:10:17
[편집자주]
한국형 스튜어드십코드는 2016년 12월 제정됐다. 가장 활발하게 참여하고 있는 주체는 자산운용사들이다. 자금을 맡긴 고객들의 집사이자 수탁자로서 책임의식을 갖고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겠다는 다짐을 어떻게 이행하고 있을까.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개별 운용사들의 조직체계와 주주활동 내역을 관찰·점검하고 더벨의 시각으로 이를 평가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4월 26일 06: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국자산운용이 수탁자 책임 활동에서 엄격한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 국내 금융지주사의 주주총회 안건은 물론 삼성그룹과 SK그룹의 핵심 계열 의안에도 줄줄이 반대표를 던졌다.26일 더벨이 흥국운용의 올해(2022년 4월초~2023년 3월말) 의결권 행사 내역을 분석한 결과 투자기업 주총의 총 225개 안건 가운데 25개 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해엔 총 252개 안건에서 25개 의안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건 유독 이사 보수한도액에 보수적 스탠스를 고수하고 있는 점이다. 우선 포스코홀딩스의 이사 보수한도 승인 안건을 놓고 주주가치 훼손의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보수총액 또는 최고한도액을 100억원으로 책정하는 의안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실제 지급된 보수가 총 92억4000만원으로 집계됐다.
한국전력공사도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의 건에서 반대표를 받았다. 이사 보수의 실지급액이 경영 성과에 연계되지 않는 게 합리적이지 않다는 입장을 내놨다. 현재 책정된 보수한도 역시 과다하다고 판단을 내렸다. SK하이닉스도 흥국운용이 보수한도가 과다한 것으로 분석해 반대표를 던진 대표적 기업이다.
LG그룹 계열사인 LG화학과 LG생활건강도 반대를 받은 안건은 모두 이사 보수한도액 승인 의안이었다. LG화학의 경우 지난해 경영 성과가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사내이사 1인당 실지급액이 증가했다. 이 때문에 이사 보수가 경영 성과에 연계되지 않은 동시에 보수한도가 과다하게 책정된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LG생건 역시 실적 악화에도 사내이사의 1인당 보수가 늘어난 대목에서 지적을 받았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국내 금융지주사의 주총 안건에 줄줄이 반대표를 던진 것도 특징이다. 신한지주의 경우 진옥동 대표이사 회장 후보의 사내이사 선임 안건부터 반대 의사를 피력했다. 라임펀드 사태의 여파가 아직까지 이어진 탓이다. 신한투자증권의 상품 판매기간이 당시 후보자의 기타비상무이사 재직기간과 일부 겹쳤기에 감시 의무를 소홀히했다고 진단했다.
흥국운용은 KB금융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권선주, 오규택 후보)에도 반대표를 행사했다. 이들 후보의 사외이사 추천에 반대표를 던진 사유는 동일했다. KB은행은 2021년 종합감사에서 기관 경고와 과태료 부과의 제재(영리목적의 광고성 정보 전송행위에 개인신용정보 부당 이용 등)를 받았는데 이 기간이 후보자의 재직기간이어서 결격 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삼성SDI의 사외이사 선임 안건에도 반대 의사를 전달했다. 이미경 후보자는 당시 재단법인 환경재단의 상임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하지만 삼성SDI는 재단법인 환경재단에 약 1억599만원을 출연했었다. 이 때문에 후보자를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데 회사와 재단의 거래 관계가 결격 사유인 것으로 결론을 내렸다.
감사위원의 출석률을 꼼꼼하게 파악해 반대표를 던지기도 했다. DB손해보험은 올해 주총에서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선임 안건(정채웅 후보)을 제출했다. 하지만 정 후보자는 지난 임기에서 이사회 출석률이 71%로 집계됐다. 결과적으로 출석률 저조에 따른 결격 사유가 있는 것으로 판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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