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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죽만 울린 IPO 제도개선]의무보유 배정 원칙, 해외 기관투자자 '반사이익'③우대배정안 내놨지만 실효성 의문…'기울어진 운동장' 심화 우려

최윤신 기자공개 2023-05-08 13:33:08

[편집자주]

'변죽만 울리고 있다'. 최근 진행되는 IPO 제도 변경에 대한 시장 관계자들의 평가다. 허수청약을 타파하고 가격발견 기능을 키우겠다는 목표와는 달리 ‘보여주기식’ 개편에만 급급하다는 지적이다. 더벨은 IPO 제도개선의 경과를 살펴보고 한계와 나아갈 방향을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3일 07시4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IPO 제도개선 큰 목적 중 하나는 의무보유 확약 관행 확대다. 공모주 시장에 참여하는 기관들이 공모주를 받은 뒤 단기 차익을 거두는 데만 집중하기 때문이다. 결국 상장과 동시에 주가가 급락하는 현상이 빚어지는 데 따른 문제의식이 발단이 됐다.

당초 당국은 의무보유확약 물량에 우선배정을 하는 비현실적인 방안을 제시했지만 금융투자협회가 업계 의견 수렴을 거치며 가점을 부여하는 등 현실적인 방식으로 톤 다운됐다. 기존의 방식과 큰 차이는 없지만 의무보유확약에 대한 확실한 메리트가 주어질 것이란 기대감도 제기된다.

다만 시장 전체적으론 우려의 시선이 더 크다. 대형 공모에 참여하는 해외기관과의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무보유 확약율이 더 낮은 해외기관에 대한 견제장치 없이 국내 기관에게만 부담을 전가한다는 건 부당하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 우선배정 아닌 우대배정으로 정리

금융투자협회는 지난달 27일 대표주관업무 등 모범규준을 개정해 의무보유 확약물량에 대한 우선배정의 원칙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해당 개정은 의무보유확약 기관에 대해 주관사가 의무적으로 적절한 배정기준을 마련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가진다.

사실 개정 이전의 모범규준에서도 협회는 “중·장기 투자성향의 투자자에게 우선적으로 배정하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문구를 통해 의무보유확약 기관에 배정을 우대할 것을 권고하고 있었다.

이번 개정을 통해 해당 문구가 “의무보유 확약물량에 대한 우선배정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문구로 수정됐다. 단순히 배정에 우대를 권고하는 게 아니라 별도의 기준을 마련할 것을 강제한다는 게 가장 큰 변화다. 이에 따라 주관사들은 오는 7월 이후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는 IPO부터 별도의 기준을 마련하고 이행해야 한다.

금투협은 배정물량을 결정하는 가점 요소에 의무보유 확약기간에 따른 가중치를 가장 높게 설정하거나 의무보유 확약기간별로 물량을 차등 배정하는 걸 배정 원칙의 예시로 들었다. ‘우선배정’이라는 단어를 썻기 때문에 오해의 여지가 있는데, 시장에서 통용되는 것처럼 특정 물량에 대해 배타적 우선권을 부여하는 방식은 아니다.
금융투자협회 제공
이는 앞서 금융당국이 제시한 안건에서 현실적인 방향으로 내용이 수정된 것이다. 당국은 지난해 말 제도개선안을 내놓으며 기관이 수요예측 과정에서 의무보유를 확약하면 확약한 주식 수만큼 우선배정한다는 방침을 내놓은 바 있다. 사전적 의미의 우선배정이었다. 이와 관련해 업계에선 “모든 기관투자자 물량에 대해 락업을 걸라는 것이냐”는 비판이 나온 바 있다.

이번 의무보유확약 제도 정비와 관련해 업계의 시각은 엇갈린다. 일각에선 현재의 관행과 큰 차이가 없을 것이란 시각을 내놓는다. 한 증권사 IPO 본부장은 “현재도 의무보유 확약 물량에 대해선 절대적인 배정 메리트를 제공하고 있다”며 “이번 모범규준 변경에 따라 업무적으로 달라질 건 없다”고 말했다.

다만 일부 운용사들 사이에선 환영하는 분위기도 나온다. 한 운용사의 공모주 매니저는 “그간 보호예수 확약을 걸었음에도 확약을 걸지 않은 기관보다 적은 비중의 물량을 배정받는 일이 종종 발생했다”며 “이번 개정으로 배정의 투명성이 조금이나마 개선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 진짜 단타족 해외기관인데…견제 전무

이번 규정 변경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도 있다. 해당 규정이 국내 기관 사이의 경쟁만 부추길 뿐, 정작 국내 기관보다 의무보유 확약 비중이 적은 해외 기관에 대해선 적용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 운용사 관계자는 “배정 경쟁이 치열한 국내기관들끼리만 의무보유확약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국내 기관들이 확약에 묶인 사이 외국기관들이 유유히 단기 차익을 챙기는 현상이 심화될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실제 그간 국내에서 진행된 대형 IPO 딜에서 외국기관들과의 ‘기울어진 운동장’ 문제는 여러차례 지적을 받아왔다. 해외 기관들은 대개 IPO를 공동대표주관하는 외국계 증권사를 통해 별도의 물량을 배정 받기 때문에 별도의 의무보유확약을 걸지 않더라도 국내 기관들보다 훨씬 많은 배정을 받는 일이 허다했다.

금감원이 발표한 ‘2022년 IPO 시장동향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외국인에 배정된 공모주 물량 중 의무보유 확약 비중은 8.5%로 국내기관 투자자(27.6%)에 비해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IPO 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당국이 의무보유 관행을 유도해야 할 주체는 국내 기관이 아니라 해외기관”이라며 “국내 기관에 의무보유를 유도할수록 해외 기관들에게만 좋은 일을 시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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