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사 브랜드 사용료 진단]HD현대, 그룹명 변경에도 놓칠 수 없는 '현대'⑥들어온 돈 98% 배당으로 다시 나가…상표권 수익으로 숨통
조은아 기자공개 2023-06-21 09:37:46
[편집자주]
지난해 말 공정거래위원회의 발표에 따르면 2021년 공시대상기업집단의 상표권 사용료 수입이 1조5207억원에 이르렀다.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지만 이를 보는 양단의 시선이 존재한다. 경제적 가치가 있는 무형자산인 만큼 당연하다는 시각이 일반적이지만 가치 형성에 기여하지 않은 특정 회사가 상표권 사용료를 받는 것이 과연 정당한지, 해당 상표권이 그 정도의 가치가 있는지, 그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기준은 무엇인지 등 궁금증도 크다. 더벨이 주요 그룹의 상표권 수취 현황과 그 시사점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3년 06월 19일 17:5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그룹에서 떨어져나온 그룹들은 독립과 동시에 새로운 이름을 쓰는 다른 그룹들과 달리 '현대'라는 이름을 계속 써오고 있다. 현대그룹이 근현대사에서 갖는 의미가 워낙 각별하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 HD현대그룹, 현대백화점그룹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현대그룹에 뿌리를 두고 있다.HD현대그룹은 지난해 출범 20년 만에 그룹 이름을 바꿨다. 중공업을 버리고 새로운 CI와 'HD'라는 영문이니셜을 도입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그룹명은 물론 계열사 대부분의 이름에 현대는 남겨뒀다. 사용료율도 0.14%로 새로 도입한 CI와 HD의 0.05%보다 월등히 높다.
◇현대 사용료율 0.14%, 새 CI 사용료율 0.05%에 그쳐
HD현대그룹 계열사들은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일제히 사명을 변경했다. 현대중공업은 HD현대중공업으로, 한국조선해양은 HD한국조선해양으로 이름을 각각 바꿨다. 이밖에 현대오일뱅크, 현대일렉트릭과 현대건설기계, 현대에너지솔루션 등도 모두 이름에 HD를 넣었다. 지난해 그룹 이름을 HD현대그룹으로 바꾼 데 따른 후속조치다. 동시에 새로운 CI도 일제히 도입했다.
새 CI와 HD가 도입되면서 상표권 수취 방식은 한층 복잡해졌다. 계열사들은 기존에 내던 현대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와 함께 새 CI+HD에 대한 상표권 사용료도 지불해야 한다.
현대 상표권은 5개 계열사가 나눠서 보유 중이다. 2019년 1월 범현대가의 종합상사회사인 현대코퍼레이션홀딩스에서 해당 상표권을 공동으로 인수했다. 사용료 산정방식은 매출에서 특수관계자 매출과 광고선전비를 뺀 금액에 사용료율 0.2%를 곱하는 방식이었다. 여기에 공동 소유이기 때문에 상표권 소유자들이 권리지분율대로 나눠가졌다.
그러나 지난해 새 CI와 HD를 도입하면서 변동이 생겼다. 현대에 대한 권리는 여전히 5개사가 공동 보유하고 있으나 '새 CI+HD'에 대한 권리는 HD현대만 단독 보유하고 있다.
예를 들어 HD한국조선해양은 사명에 현대가 없기 때문에 HD현대에만 상표권 사용료를 지급하면 된다. HD현대인프라코어는 새로운 CI와 HD에 대한 사용료는 HD현대에, 현대에 대한 사용료는 원래대로 5곳에 나눠서 지급한다.
새로운 CI와 HD에 대한 사용료율은 0.05%로 매우 낮은 수준이다. 아직까지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낮은 사용료율을 책정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 사용료율에 대한 조정도 이뤄졌다. 기존 매출의 2%였으나 0.14%로 낮췄다. 계열사들의 부담을 낮추기 위한 조치로 풀이된다.
◇배당 수익 그대로 배당으로 유출…지주사 운영비용 숨통
가장 큰 변화는 HD현대의 상표권 수익이 훌쩍 늘어난다는 점이다. 계열사 대부분이 새 CI를 도입하고 사명에 HD를 붙였기 때문이다. 사용료율은 0.05%로 매우 낮은 수준이지만 1년에 200억~300억원 사이의 사용료를 수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에는 40억~50억원 사이에 그쳤다.
HD현대는 HD현대오일뱅크, HD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현대미포조선, HD현대인프라코어 등 5개사에서만 올해 상표권 사용료로 총 255억원을 받는다. 향후 3년간 상표권 수익 합계는 총 813억원에 이른다. 현대삼호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의 경우 사명에 HD는 넣지 않았지만 새 CI를 도입했기 때문에 HD현대에 사용료를 지급한다.
이 비용은 고스란히 브랜드 홍보에 투입된다. HD현대그룹은 지난해부터 TV광고 등 신규 CI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고 있다. 앞으로 3년 동안 모두 722억원의 비용을 집행할 계획도 밝혔다. 실제 1분기 HD현대의 광고 관련 비용은 149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 7억원 대비 21배나 늘어났다.
HD현대그룹이 그룹 이름을 바꾼 가장 큰 이유는 기존 중공업 중심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다. 또 기존 CI의 경우 그간 이미지 경쟁력이 낮고 그룹과의 연결성이 낮다는 이유로 꾸준히 교체 필요성이 제기된 것으로 전해진다. HD현대오일뱅크의 경우 자체 CI를 채택하고 있어 통일된 이미지 구축이 필요한 상황이기도 했다.
여기에 추가 상표권 수익을 거두게 되면서 살림살이에도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인다. HD현대는 지난해까지 별도기준 매출의 대부분을 배당에 의존했다. 지난해 매출 3472억원 가운데 배당 수익이 3334억원에 이른다. 무려 96%다.
여기에 고배당 정책을 유지하면서 이 돈이 그대로 배당으로 나가고 있다. 실제 지난해 배당으로 지급한 돈만 3251억원이었다. 들어온 배당 수익의 98%가 다시 배당으로 나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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