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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위드 빅테크]빅테크 자체 칩 설계 열풍, 삼성전기 기판 사업에 날개⑦제품·서비스 성능 위해 맞춤형 반도체 개발 모색, FCBGA 등 고성능 기판 수요↑

이민우 기자공개 2023-07-11 13:29:42

[편집자주]

반도체, 전자부품 등 테크기업과 IT·플랫폼 같은 빅테크 분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분야다. 인공지능과 자율주행, 가상현실 등 산업의 경계를 아우르는 신기술이 등장하면서 테크-빅테크 간 밀월이 깊어지고 있다. 글로벌 빅테크 시장과 발을 맞추는 국내 테크 기업의 관계와 시너지 효과를 조명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06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성전기의 고성능 기판 사업은 애플,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의 자체 반도체 설계와 맞물리며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패키지 부문 단일 연간 매출 2조원을 기록하는 등 전체 사업 내 비중도 크게 늘었다. 연속된 적자에 시달리며 컴포넌트, 모듈 사업 부문에 스포트라이트를 빼앗겼던 과거와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기판 사업, 패키지 부문에 날개를 달아준 빅테크의 자체 반도체 설계 바람은 각자 제품과 서비스의 성능 향상 욕구에서 비롯됐다. 범용 칩에선 부족할 수 있는 호환성과 최적화를 빅테크 스스로 자체 설계 칩으로 충족하려는 시도를 하면서, 고성능 반도체 기판 수요와 고객사를 확대하는 영향을 낳았다.

◇글로벌 빅테크 반도체 직접 설계 열풍, 삼성전기 기판 사업에는 순풍

삼성전기에서 기판 사업을 진행하는 패키지 부문은 그간 포트폴리오에서 MLCC를 담당하는 컴포넌트, 카메라 부품을 맡는 모듈 부문에 밀려 주목도가 낮았다. 1991년부터 시작된 30년 업력을 지녔지만 2014년부터 약 5년간 장기간 적자를 기록했던 경험도 있는 데다, MLCC는 전자산업의 쌀로 카메라 모듈은 IT산업의 눈에 대입돼 꾸준히 주목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이런 모습이 점차 변화하는 양상이다. 기판 사업 매출은 여전히 두 사업 뒤를 이어 3순위지만, 삼성전기의 적극적인 투자와 관련 시장 흐름이 겹쳐 뒤지지 않는 존재감을 드러내는 중이다. 지난해 패키지 부문의 연간 매출은 처음 2조원 규모를 넘겼으며, 전체 매출 중 비중도 22.2%를 기록해 2020년에 이어 20%대를 기록했다.


삼성전기 기판 사업의 부상은 2015년 구조조정과 더불어 빅테크 등의 자체 칩 제작 바람과 연결된다. 삼성전기는 구조조정에서 플립칩 볼그레이드 어레이(FCBGA) 등 고부가 반도체 패키지 사업만 남기는 과감한 결정을 내렸던 바 있다. 이 선택은 애플 등 글로벌 빅테크의 자체 칩 설계로 고성능 반도체 기판의 중요도와 수요가 증가하면서 제대로 맞아떨어진 모습이다.

업계에 따르면 현재 삼성전기는 애플의 M시리즈 칩 등에 FCBGA를 납품하고 있다. M시리즈는 애플에서 자체 설계, 개발한 PC·태블릿용 프로세서다. 주로 맥과 아이패드 등에 적용되며 대만 파운드리 기업인 TSMC에서 위탁 생산하는 중이다. M1과 M2에 이어 내년 M3칩 출시가 예정돼 있는 등 꾸준히 라인업을 이어가고 있다.

애플뿐만 아니라 테슬라와 아마존, 구글 등도 자체 설계 칩에 관심을 보이며, 빅테크표 반도체 개발 붐은 쉽사리 꺼지지 않고 있다. 아마존은 자체 개발한 클라우드 서버 프로세서인 그래비톤으로 수조원 내외 수익을 내는 등 톡톡한 효과를 봤다. 삼성전기 입장에서도 종합 반도체 기업보다 빅테크 등의 직접 주문·수주 물량이 늘면 고정 공급 라인이 확보되고, 세트 등 기판 전방 산업의 수요도 더 정확히 파악되는 장점이 있다.

◇자체 설계 칩, 핵심은 호환성과 최적화…범용 칩 대비 성능 향상 뛰어나

삼성전기 기판 사업 성장에 영향을 미친 빅테크의 자체 칩 개발 열풍을 설명하는 키워드는 ‘최적화’와 ‘호환성’이다. 이는 글로벌 빅테크들이 종합반도체 기업 등에서 생산하는 범용 칩을 쓰는 대신, 자사 제품 특징과 구성요소에 꼭 맞춘 반도체를 선호하기 시작했다는 의미다.

범용 칩이 빅테크의 자체 제작 칩 대비 성능이 크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범용 칩은 통상 여러 기업 제품에 적용 가능하도록 표준화된 사양으로 만들어진다. 다양한 곳에서 쓸 수 있는 것이 장점이지만, 제품과 서비스의 차별화와 고도화를 추구하는 빅테크 기업에겐 더 이상 메리트로 다가오지 않는다. 오히려 제품이나 서비스와의 호환이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목표했던 성능을 만족시키기 어려울 위험성도 존재한다.

애플의 M시리즈 반도체와 기존 칩과의 성능 비교 (출처 : 애플)

설계 단계부터 팹리스 기업 등으로 위탁해 칩을 만드는 방법도 있지만, 어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같은 핵심 칩은 철저한 보안이 중요한 만큼 직접 설계해 파운드리로 넘기는 곳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위탁 생산을 전문으로 하는 파운드리는 TSMC처럼 고객사와 경쟁을 원칙적으로 지양해 별도 설계 사업을 가지지 않는 기업이 많아 안심할 수 있어서다.

국내 반도체 업계 한 전문가는 “빅테크에서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타겟해 만드는 반도체는 업그레이드에 필요한 요소를 맞춰 만들기에 범용 칩보다 확실한 성능 향상이 보장된다”며 “반도체 모두를 직접 만들 수는 없어 전문 기업에 의존할 영역도 있지만, 중요한 핵심 칩은 직접 설계가 성능 면에서 우월해 이런 기조가 앞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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