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07월 18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일제지가 법정관리를 통해 회생을 도모하고 있는 가운데 최우식 대표의 지분 대부분이 소각될 전망이다. 국일제지가 회생절차에 이르는 과정에서 중대한 책임이 있다는 판단이 나오면서다. 국일제지의 경우 여느 한계기업과 달리 순자산인 상태에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주주권이 살아있다는 의미인데, 사실상 최 대표의 경우 권리를 박탈당하게 되는 모양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국일제지 회생계획안에 최 대표의 지분 소각안이 담길 전망이다. 국일제지는 현재 스토킹호스(Stalking-Horse)를 기반으로 한 인가 전 M&A를 추진 중이다. 최종 인수자가 결정되면 투자 조건을 기반으로 회생계획안을 작성하게 된다.

소각 대상 지분은 법정관리 신청일 기준 보유 중인 지분의 3분의2 정도다. 최 대표의 보유 지분은 4100만주다. 이중 2733만3333주가 소각되게 된다.

최 대표의 지분 소각은 국일제지의 법정관리행에 대한 책임이 크다는 의미다. 실제 국일제지는 최 대표의 일탈이 없었다면 법정관리를 신청할 필요가 없었다.

표면적으로 드러난 국일제지 법정관리 사유는 이자 미지급이다. 애초 채권단은 단 '3억원'이 없어서 법정관리를 신청했다는 점에 의구심을 갖기도 했다. 세금 명목의 3억원을 고의로 납부하지 않았고, 이로 인해 회생신청까지 이어졌다는 것이다.

국일제지의 재무상태를 고려할 때 납득하기 힘든 대목이다. 실제 국일제지는 여느 한계기업과 다르다. 보통 법원을 찾는 기업들은 완전자본잠식인 경우가 많다. 적자가 누적되면서 결손금이 쌓이고, 자본금을 갉아 먹는다. 유동성이 말라가면서 자연스레 차입으로 운전자본을 충당하게 된다. 이때 적자가 계속 이어지면 결국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하게 되고, 회생신청을 하기에 이른다.

국일제지도 최근 적자가 이어지고 있었던 것은 맞다. 만 재무구조에 심각한 타격을 입을 정도는 아니다. 국일제지는 지난해 말 기준 현금성 자산이 12억원 정도다. 여기에 유동화 가능한 부동산도 다수 보유 하고 있다. 마음만 먹었으면 얼마든지 납부할 수 있었다는 의미다.

더욱이 국일제지는 순자산 상태로 자본잠식과는 거리가 멀다. 보통 순자산 상태로 법정관리에 돌입하게 되면 주주권을 인정받을 수 있다. 자본잠식일 때엔 대부분의 보통주가 소각되거나 감자된다. 반면 순자산 상태에선 일정 수준 감자가 될 수 있겠지만, 그 정도가 덜하다. 회생계획안이 확정되면 최 대표로선 권리를 대부분 상실하게 되는 셈이다. 문책성 조치로 보인다.

국일제지의 공동 대표였던 최 대표는 부실 경영의 원인을 제공한 장본인으로 지목된다. 최 대표가 개인적인 용도로 사채를 끌어다 쓰고, 이를 갚기 위해 허위로 경영권 매각 공시를 했다는 정황들이 드러났다. 이 과정에서 사채업자들의 반대매매가 이어졌고, 회사 주가는 곤두박질쳤다.

더욱이 기존 채권자의 동의 없는 경영권 매각은 계약 위반사유이기도 하다. 주주간 계약에 따르면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지배주주 이슈가 발생할 때 사전에 채권단의 동의를 구하도록 하고 있다. 이를 어길 경우 기한이익상실(EOD) 사유로 인정된다. 채권자가 권리 행사에 나설 수 있게 된다는 이야기다.

실제 채권단은 국일제지 경영권 매각 공시가 나간 이후 EOD를 회사측에 통보했다. 국일제지는 EOD 사유를 해소하기보다는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또다시 채권자를 기만하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이 같은 일련의 상황이 법원에 제출된 조사보고서에도 기입된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최 대표는 부실 경영의 책임론 속에 관리인 선정과정에서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