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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은 지금]'재무통'이 바꾼 수주 전략 두 가지②디펜스 부문, 레일과 '투 트랙'으로 성장…해외수주 확대

허인혜 기자공개 2023-07-31 07:37:38

[편집자주]

현대로템은 호황과 불황의 극단을 모두 겪어본 기업이다. 수주잔고를 높게 쌓으며 웃었지만 이후 저가수주 경쟁으로 오랜 실적저하를 겪을 만큼 처지가 급변했다. 저가수주를 따내도, 경쟁에서 밀려도 좋지 못한 패였다. 단조로운 포트폴리오 탓에 다른 수익원을 찾기도 어려웠다. 그랬던 현대로템이 지난해부터 시작된 방산 수주 잭팟에 이어 전통 강자인 철도 영역까지 다시 수주잔고를 두둑히 적재하고 있다. 현대로템의 살을 깎았던 저가수주 경쟁은 버렸고 포트폴리오도 다변화됐다. '지금' 현대로템의 달라진 수주 전략을 더벨이 들여다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7월 27일 16:0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로템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철덕(철도 애호가)'의 관심 기업이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2021년까지만 해도 현대로템의 매출액 중 절대적인 비율이 철도에서 나왔다. 그랬던 현대로템이 '밀덕(밀리터리 애호가)'의 입에 오르내린 건 2022년부터다. 잭팟으로 불리는 폴란드 K2 전차 수출 등이 이 시기 이뤄졌다.

해외 시장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한 것도 최근의 일이다. 2010년대 해외수주 물량이 줄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현대로템은 방산과 철도 양분야에서 해외수주 실적을 확대하며 수익성을 확대하고 있다. 두 가지 변화의 배경에는 2020년 '소방수'로 취임한 이용배 대표가 있다.

◇'재무통' 대표의 꼼꼼한 입찰 전략

재무통인 이용배 현대로템 대표(사진)가 이끌며 체질 개선이 본격화됐다. 국내 경쟁 철도·방산 사업체들이 사업 부문의 전문가를 기용한 것과 달리 재무통을 전면 배치했다. 무엇보다도 재무적 안정을 우선시했다는 의미다. 정 회장이 수석부회장 시절 단행한 인사다.

이 대표는 현대차그룹 재무라인의 뿌리인 현대정공 경리과 출신이다. 현대위아와 현대차증권 등 주요 임원진으로 부임한 계열사들의 체질개선에 성공해 현대차그룹의 구원투수로도 불린다. 현대차에서 경영기획담당 부사장, 재무 책임자인 기획조정3실장을 지냈다. 정몽구 명예회장에 이어 정 회장까지 부자의 신임을 받는 인물이기도 하다.

이 대표가 수주의 질 개선을 위해 택한 방법은 우선 수주 건들에 대한 숙고다. 이전에도 입찰에 뛰어들기 전 수주심의위원회의 내부 검토를 거쳤지만 아예 리스크를 중심으로 수주 건을 들여다보는 투명수주위원회를 추가했다. 일반 수주를 심의위원회가, 신흥국 등 손실 가능성이 있는 사업은 투명수주위원회가 살펴보게 됐다.

투명수주위원회가 출범하면서 현대로템은 대형 수주 입찰이라도 한 번씩 제동을 걸며 들여다보게 됐다. 레일솔루션 부문의 판매전략을 들여다보면 기본 목표로 수주 확대 및 적정 이윤의 확보를 들고 있다.

특히 국내 철도 사업 부문 입찰이 그랬다. 여전히 국내 철도 사업은 단가가 크게 낮은 수준으로 평가 받는다. 그 결과로 수도권 1호선, 4호선 교체 건들에 참여하지 않는 대범한 결정도 내린다.

◇방산 키우고 해외 수주에 초점

입찰을 숙고한다는 건 그만큼 뛰어들 수주전이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이 간극은 포트폴리오 확대로 채우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두 가지 해답을 찾았다. 디펜스솔루션 부문의 성장으로 단일 부문 의존도를 낮추는 한편 수익성이 비교적 좋은 해외 수주에 집중하고 있다.

시기도 좋았다. 이 대표 취임 후 레일 부문 의존도를 낮추려 방산 부문을 늘려왔는데 이후 눈에 띄는 글로벌 위기가 여럿이다. 글로벌 위기는 어떤 기업에게는 기회다. 철도와 같은 재건·인프라 관련 기업이 그렇고, 방산 사업체가 그렇다. 두 개의 카테고리가 모두 포함된 기업은 그야말로 '잭팟'이다.

현대로템의 사업부문별 수주잔고를 보면 2021년까지만 해도 철도 부문의 잔고가 절대적이었지만 이듬해부터는 비중이 철도 6, 디펜스 4로 크게 변화했다. 2021년 방산 매출이 1조7033억원을 기록하는 사이 철도 부문에서는 8조650억원을 벌었다.
현대로템이 폴란드에 수출한 K2 전차. 사진=현대로템

2022년에는 철도가 7조4618억원의 잔고를 쌓는 사이 방산이 5조2749억원으로 크게 따라잡았다. 올해 2분기를 기준으로 방산 부문의 수주 잔고는 전년대비 317% 급등했다. 지난해 7월 폴란드 정부와 K2 전차 1000대를 수출하는 내용의 기본 계약을 체결했고 8월 K2 전차 180대(약 4조5000억원)에 대한 1차 이행계약을 체결했다. 2차 이행계약 등 추가적인 계약을 협상 중이다.

현대로템이 방산 사업을 시작했던 2000년대에는 수출에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다. 2008년 주요 고객 국가였던 터키에 한국형 전차 기술을 수출하는 정도에 그쳤다. 이제는 수출이 중심이 됐다. 2022년 폴란드에서 울린 K2 승전보가 물꼬가 됐다.


레일솔루션 부문에서도 수익성이 비교적 높은 해외 수주 비중을 국내 대비 높게 유지하고 있다. 판매 경로도 국내사업단 대비 해외사업실은 1~3실으로 구분해 운영 중이다. 이 대표 취임 후 싱가포르, 이집트와 탄자니아, 호주, 대만, 캐나다, 미국, 폴란드 등에서 수주한 열차 사업이 진행 중이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레일솔루션 부문의 매출 잔고는 2021년 1조6755억원, 2022년 1조7788억원, 올해 1분기 3692억원인데 각각 수출 부문의 잔고가 1조2667억원, 1조2553억원, 2155억원으로 집계됐다. 비율로 따지면 해외 수주잔고가 80%, 국내 잔고가 20% 수준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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