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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를 움직이는 사람들]사활 걸린 수출과제, 전략수립 '중책' 조우래 상무⑥사업관리 및 수출기획 전문가, 이집트-미국 추가수출 전략수립 과제

강용규 기자공개 2023-09-27 07:32:18

[편집자주]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둘러싼 경영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중이다. 신냉전의 본격화로 전투기 수출의 기회가 늘어나는 한편 우주가 새로운 사업무대로 떠오르고 있다. UAM 등 기존에는 없었던 새로운 모빌리티의 등장 역시 사업기회다. 향후 몇 년은 KAI가 크게 도약하는 시기일 수도 있지만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하기 시작하는 시기가 될 수도 있다. 더벨은 격변기를 맞은 KAI를 움직이는 핵심 인물들을 조명하면서 KAI의 미래를 가늠해 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5일 16: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수출은 현재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을 움직이는 최대 동력이다. KAI는 폴란드와 말레이시아로의 잇따른 FA-50 수출계약으로 'K-방산 신드롬'을 주도하는 기업으로 떠올랐다. 지금도 이집트와 미국 등 여러 국가들과 추가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동시에 수출은 KAI가 당면한 최대 과제이기도 하다. 수출을 통해 KAI는 자유진영 항공방위의 큰 축으로 떠오르는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이는 따낸 계약을 차질 없이 이행하면서 상대국에 신뢰를 안겨줬을 때 가능한 일이다. 물론 계약을 통해 KAI가 손해를 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 조우래 글로벌수출/전략본부장 상무가 풀어야 할 과제다.

◇KAI 전투기, 폴란드-말레이시아 이어 이집트-미국으로

KAI는 향후 1~2년 내 최종 계약 체결을 목표로 이집트와 경공격기 FA-50 36대의 수출을 논의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이집트 국영기업 AOI와 FA-50의 이집트 현지 생산을 위한 협정도 체결하는 등 논의는 급물살을 타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경남 사천공장이 아닌 현지 생산 방식의 수출이 논의되고 있다는 것은 2가지를 의미한다. 하나는 이집트가 FA-50 도입을 확정에 가깝게 검토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하지도 않을 기종을 굳이 국내에서 생산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다른 하나는 이집트 생산기지를 통한 주변국으로의 추가 수출 가능성이다. 이집트를 비롯한 아랍권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전부터 잦은 국가간 무력 충돌로 인해 전력 현대화를 향한 정부의 관심도가 높은 지역이었다.

KAI는 미국에서도 공군의 고등전술훈련기 사업(ATT프로그램), 해군의 훈련기 교체사업(UJTS프로그램)과 가상적기 사업(TSA프로그램) 등 다수의 사업에도 고등훈련기 TA-50과 경공격기 FA-50을 앞세워 도전 중이다.

KAI 미국 진출 시도 역시 여러 의미가 있다. 먼저 2018년 수주에 실패했던 공군 고등훈련기 교체사업의 설욕전이라는 의미다. 당시 KAI는 록히드마틴과 컨소시엄을 이뤄 수주에 도전했지만 보잉-사브(SAAB, 스웨덴 항공방산기업) 컨소시엄의 저가 공세에 밀려 결국 사업을 따내지 못했던 전적이 있다.

자유진영 방위산업의 중심지인 미국에 수출의 깃발을 꽂는다는 상징적 의미도 있다. 이미 폴란드-말레이시아와의 잇따른 FA-50 수출계약으로 자유진영에서 KAI의 전투기를 향한 관심도가 높다. 이집트와는 이미 협상이 상당 부분 진척돼 있고 슬로바키아와 체코 등 공개적으로 관심을 표명한 나라들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수출에까지 성공한다면 KAI는 로컬 항공방산업체에서 글로벌 레퍼런스로 발돋움하는 데 필요한 '신뢰도'를 확보할 수 있다. 강구영 KAI 대표이사 사장은 최근 폴란드 국제방위산업전시회(MSPO2023)에서 "사활을 걸고 있다"고 언급하며 미국 수출기회의 중요성을 언급하기도 했다.

9월16~17일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나토 데이즈' 행사에 참가한 KAI의 폴란드 수출 FA-50(FA-50GF). (사진=KAI)

◇조우래 상무, 사업관리·수출기획 역량 겸비한 최전선 '세일즈맨'

KAI의 수출을 이끄는 인물은 조우래 글로벌수출/전략본부장 상무다. 조 상무는 1965년생으로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를 졸업한 뒤 1990년 KAI(당시 삼성항공)에 입사했다.

최초 커리어는 생산기술팀에서 시작했지만 이후로는 사업관리와 수출 분야에서 경력을 쌓았다. 공군의 KFP사업(KF-16 도입사업)이나 해군의 P-3 대잠초계기 오버홀(정밀수리)사업 등 국내사업뿐만 아니라 기본훈련기 KT-1의 튀르키예와 페루 및 세네갈 수출, 고등훈련기 T-50의 태국 및 필리핀 수출 등 KAI의 굵직한 수출건들이 그의 손을 거쳤다.

2020년에는 수출혁신실장에 올라 수출사업을 관리하는 일뿐만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임무까지 부여받았다. KAI가 FA-50의 폴란드 수출을 통해 K-방산 신드롬의 주역으로 떠오르는 데 있어 그의 공로가 적지 않았다고 볼 수 있다. 2023년부터는 글로벌수출/전략본부장으로 KAI 수출전략의 최전선을 책임지고 있다.

전투기의 수출은 하나의 완제품을 단순 반복 생산해 다양한 나라에 파는 일반적 제조업의 수출방식을 따르지 않는다. 나라마다 적성국가의 장비가 다른 만큼 수입국들마다 다른 무기나 장비의 탑재를 요구하는 만큼 판매자도 '맞춤형' 제품을 제시해야 한다.

생산능력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 전투기 1대를 만드는 데 걸리는 시간과 수요처가 원하는 도입 시기를 견주며 최선의 생산일정을 산출해야 하며 경우에 따라서는 설비 증설이 필요하게 될 수도 있다. 이에 따른 비용 소요와 생산물량 증가에 따른 비용 절감효과를 견주며 손해보지 않는 계약을 체결해야 한다. KAI에게 수출은 고도의 전략적 검토를 통해 이뤄지는 세일즈라는 말이다.

이를 고려하면 KAI의 수출 지휘자에게는 단순 영업능력뿐만 아니라 프로젝트 관리능력 역시 함께 요구된다. 조 상무는 두 역량을 겸비한 경영인으로서 글로벌수출/전략본부의 수장에 오른 셈이다. KAI의 수출기회가 앞으로 더욱 늘어날 수도 있는 만큼 일각에서는 조 상무가 현 시점에서 KAI의 핵심 실무경영인 중 한 명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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