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CEO '금융사고 잔혹사' 끊을 전재화 상무④라임펀드 사태·700억 횡령에 잇단 용퇴…지주 '준법 체계' 정립 장본인, 신뢰 회복 적임자
최필우 기자공개 2023-10-04 08:26:56
[편집자주]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취임 후 반년이 지났다. 다른 금융회사보다 회장과 행장 선임이 늦어진 탓에 비로소 임종룡 체제의 색채가 뚜렷해지고 있다. 임 회장은 본인이 전면에 나서기보다 대학 동문과 분야별 전문가로 이뤄진 '믿을맨' 참모진을 내세운다. 각 분야별 참모가 임 회장의 경영 방침을 책임지고 이행하는 구조다. 더벨은 우리금융을 움직이는 사람들의 면면을 통해 임종룡호가 나아가는 방향을 알아본다.
이 기사는 2023년 09월 27일 09: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이 올해 지주와 은행 CEO를 잇따라 교체한 배경에는 대규모 금융사고가 자리한다. 라임펀드 불완전판매와 700억원 규모 횡령 사건으로 지주 회장과 은행장이 용퇴를 선언해야 했다. CEO 신규 선임에 개입하지 않되 법률 리스크가 있는 CEO 연임에는 부정적이었던 금융 당국의 압박을 견디지 못했다.임종룡 우리금융 회장 체제에서도 법률 리스크는 뇌관으로 남아 있다. 주요 금융회사 중에서도 우리금융은 유독 금융사고가 잦았던 만큼 아무런 조치 없이 재발 방지를 낙관하기 어렵다. 내부통제 기강을 세워야 임 회장이 임기 내 리더십을 유지할 수 있고 추후 연임 도전도 가능하다.
전재화 우리금융 준법감시인 상무보(사진)는 CEO 금융사고 잔혹사를 끊을 인물로 낙점됐다. 전 상무보는 지주 설립 직후 준법지원부를 이끌고 그룹 준법 체계를 정립한 장본인이다. 우리금융 지주사 체제로 전환 후 준법지원부서에서 시행착오를 경험한 만큼 새로운 내부통제 제도를 정립할 적임자다.
◇지주 준법지원부에서 '관리자·임원' 승진
전 상무보는 1968년생으로 1987년 경북고등학교를 졸업하고 1991년 2월 고려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했다. 고려대 졸업 후 상업은행에 입행해 사회 생활을 시작했다.
전 상무보가 내부통제 분야에 전문성을 갖게 된 건 2019년 지주 준법지원부장을 맡으면서다. 우리금융이 지주사 체제를 재건한 직후였다. 그는 준법지원부장으로 일개 은행이 아닌 금융그룹 차원의 준법 체계 정비에 일조했고 2021년 준법지원부 본부장으로 승진했다.
전 상무보가 준법지원부를 이끌게 된 건 우리금융이 법학 전공자를 준법감시 조직에 배치하는 금융권 트렌드를 따랐기 때문이다. KB금융은 지주 준법감시인으로 경북대학교 법학과를 졸업한 서혜자 전무를 기용하고 있다. 왕호민 신한금융 준법감시인은 한국외대 법학과를 졸업했다. 최광일 하나금융 준법감시인은 고려대 법대를 나와 전 상무보와 동문이다.
전 상무보가 준법지원부 부장, 본부장으로 근무했던 시기는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이 파생결합펀드(DLF) 소송으로 골머리를 앓던 시기다. 손 전 회장은 2020년 2월 DLF 불완전 판매에 책임이 있다는 이유로 중징계를 받았고 이후 행정 소송과 집행정지 소송 끝에 대법원 판결에서 승소했다. 지주 회장이 분쟁에 휘말리면서 전 상무보는 각종 내부통제 리스크를 점검할 필요가 있었다.
그가 일선 영업점으로 이동해 준법지원부를 비운 2022년엔 우리은행에서 700억원 규모로 횡령 사고가 발생했다. 직접적인 책임 소재는 내부통제에 실패한 우리은행에 있었지만 은행을 관할하는 지주 준법감시 조직도 쇄신이 필요했다. 임 회장은 취임 전 단행한 첫 인사에서 지주와 은행 준법감시인 교체를 결정했고 전 상무보를 복귀시켰다. 전 상무보는 고려대 법대 동문인 박구진 우리은행 준법감시인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영업 담당 임원들과 '체급차' 극복이 관건
전 상무보는 임 회장의 주문을 받아 지난 7월 내부통제 혁신안을 발표했다. 올해 하반기 정기인사에서 본사 전체 그룹에 그룹준법감시담당자 21명을 배치했고, 후속 인사를 통해 영업본부 산하에 내부통제지점장 33명을 추가로 임명했다. 본사와 영업점 전반에 걸쳐 내부통제 전담 일력을 배치한 것이다.
곳곳에 배치된 내부통제 인력이 전 상무보의 지휘에 따라 일사분란하게 움직일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전 상무보는 지점장 명령휴가를 지시한 뒤 내부통제지점장을 내세우는 방식으로 횡령, 유용 등 금융사고를 예방한다는 구상이다.
전 상무보가 내부통제 동력을 유지하려면 우리은행 영업 담당 임원들과 직급차를 극복해야 한다. 전 상무보는 지주 내에서 직급이 가장 낮은 임원이다. 우리은행 임원들과 비교하면 부행장보다 직급이 낮다.
상무보 직급으로 이석태 국내영업부문 부행장, 강신국 기업투자금융부문 부행장이 진두지휘하는 은행 영업조직을 감시해야 하는 셈이다. 선임 임원이 준법감시인 또는 최고리스크관리책임자(CRO)보단 최고재무책임자(CFO), 영업 부문장을 맡는 국내 금융권 관행이 체급 미스매치를 만들었다.
특히 기업금융 분야에 대한 선제적 내부통제 강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우리은행은 기업금융 명가 재건을 선언하고 공세적인 중소기업 대출 확대를 예고한 상태다. 무리한 영업과 대출이 금융사고 원인을 제공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는 게 전 상무보의 과제다.
금융권 관계자는 "잇따른 대규모 횡령 사고 발생으로 내부통제가 금융권 화두로 부상했다"며 "CEO가 금융사고 책임에서 자유로워지기 어렵게 하는 책무구조도 도입도 예고돼 있어 준법감시인의 역할이 더욱 중요해지는 추세"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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