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옵션 활용법 분석]SK가스 손잡은 산은, 발전사업 '인고의 시간' 결말은KDB, 울산GPS·당진에코파워 지분 풋옵션 보유…발전소 이익창출력 관건
이민호 기자공개 2023-11-07 14:30:45
[편집자주]
옵션은 판을 뒤집을 수 있는 카드다. 치열한 협상을 거쳐 일단 보유하면 콜옵션을 이용해 인수합병(M&A)이나 조인트벤처(JV)에서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거나 풋옵션을 이용해 엑시트 통로를 마련하는 등 향후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다. 반면 옵션가치 변동에 따라 금융부채가 증가하면 재무건전성을 위협할 가능성도 있다. 더벨이 각 기업의 옵션 활용 전략과 이에 따른 재무적 영향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3일 12:22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은 SK가스와 화력발전사업에서 10년째 손을 맞잡고 있다. 사업이 잘 돼서가 아니라 수년째 시작도 못하고 있는 탓이다. KDB산업은행이 보유한 풋옵션은 상업생산 이후에야 행사가 가능하다.사업계획을 뒤엎는 우여곡절 끝에 내년 9월 화력발전소가 상업생산을 개시할 예정이다. 풋옵션 행사 여부는 발전소의 이익창출력에 달릴 전망이다.
◇10년째 놓지못한 맞손…상업생산 연기에 풋옵션도 무용지물
SK가스가 석탄화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산업은행과 처음 손을 맞잡은 것은 9년 전이다. 동부건설(지분율 60%)과 한국동서발전(40%)은 충남 당진시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하기 위해 2011년 7월 당진에코파워를 공동설립했다. 2014년 10월 SK가스(45%, 1508억원)와 산업은행(15%, 503억원)이 동부건설 보유분을 합산 2010억원에 공동인수했다.
당시 SK가스는 석탄화력발전사업을 신사업으로 점찍고 앞서 그해 4월 경남 고성군에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할 예정인 고성그린파워 지분 19%를 1716억원에 사들인 상태였다. 당진에코파워 인수는 석탄발전 포트폴리오 강화를 꾀한 결정이었다.
반면 산업은행이 당진에코파워 지분을 취득한 배경에는 동부건설에 지원한 브릿지론이 자리잡고 있다. 유동성 위기에 빠진 동부건설에 당진에코파워 지분을 매각해 상환하는 조건으로 브릿지론 2000억원을 제공했다. 이에 따라 동부건설의 당진에코파워 지분매각을 위한 매각주관사로 나섰다. 매각이 한 차례 불발되자 직접인수로 방향을 틀어 손을 맞잡은 곳이 SK가스다.
산업은행으로서는 당진에코파워 투자가 수익사업이라기보다 브릿지론 회수를 위한 이보다 적은 금액을 일시적으로 투입했던 셈이다. 당진에코파워 투자금에 대한 회수를 낙관했던 것으로 보인다. 당시만 해도 580메가와트(MW)급 발전설비 2기를 이듬해인 2015년 12월 착공해 2019년 10월 준공하면서 상업생산을 개시한다는 사업계획에 문제가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산업은행이 당진에코파워 보유지분에 대한 풋옵션을 가져온 것은 이런 SK가스과의 니즈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당진에코파워가 건설한 석탄발전소의 상업생산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SK가스에 산업은행 보유분을 매도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풋옵션 행사시기가 상업생산 이후로 명시돼 그동안 사업 지지부진에도 산업은행이 엑시트하지 못하는 한 가지 요인이 되기도 했다.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이익창출력 관건…311억 금융부채 발생
하지만 정부의 미세먼지 관리 종합대책으로 석탄발전소 건설이 암초를 만났다. 건설이 지지부진해 매출이 발생하지 않자 비용 충당을 위해 유상증자로 계속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결국 2018년 1월 SK가스는 석탄발전소 건설을 철회하고 LNG·LPG·태양광 발전소 건설로 사업구조를 완전히 뒤엎었다.
당진에코파워는 △LNG·LPG 중심 울산GPS(옛 당진에코파워) △LNG 중심 음성천연가스발전 △태양광·ESS 중심 당진에코태양광발전(현 당진에코파워)으로 분할됐다. 분할 전 당진에코파워가 존속한 것이 울산GPS이며 신설된 당진에코태양광발전이 사명을 바꾼 게 현재의 당진에코파워다. 울산GPS는 SK가스가 99.48%, 산업은행이 0.52%를, 당진에코파워는 SK가스가 54.87%, 한국동서발전이 34%, KDB산업은행이 11.13%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산업은행의 풋옵션도 그대로 계승됐다.
산업은행의 풋옵션 행사 여부는 울산GPS 가스복합화력발전소 상업생산 여부에 달렸다. SK가스가 지난 9월 발표한 경영계획대로라면 내년 9월 설비용량 1.2기가와트(GW) 가스복합화력발전소가 상업생산을 개시한다. 이후 이익창출력이 우수하면 산업은행으로서도 굳이 풋옵션을 행사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배당으로 순차적으로 회수하거나 지분가치가 상승한 만큼 지분매각으로 차익을 수취하면 된다. SK가스는 가스복합화력발전소의 2025년 매출액 1조원, 세전이익 2300억원으로 예상하고 있다.
SK가스는 산업은행의 풋옵션 보유로 발생하는 금융부채를 꾸준히 계상해 왔다. 풋옵션 행사가액은 336억원이다. 이는 애초 산업은행의 투자원금과 유상증자 원금의 합계에서 2019년 10월 음성천연가스복합발전 지분 15%를 한국동서발전에 매각한 차액을 제외해 조정한 결과다.
올해 상반기말 기준 SK가스는 풋옵션 행사가액의 현재가치인 311억원을 기타비유동금융부채로 계상하고 있다. SK가스 별도 기준 부채총계(2조7389억원)의 1.1%에 해당한다. 풋옵션은 상업생산 개시일로부터 1년 이내에 행사되지 않으면 소멸한다. 풋옵션이 소멸하면 해당 금융부채도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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