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eer Match Up/우리금융vs농협금융]다각화 성패 가른 보험·증권…'급할수록 돌아간다'④우리금융 인수합병 신중모드, CIB 확대에 증권사 확보 우선
서은내 기자공개 2023-11-09 07:37:20
[편집자주]
'피어 프레셔(Peer Pressure)'란 사회적 동물이라면 벗어날 수 없는 무형의 압력이다. 무리마다 존재하는 암묵적 룰이 행위와 가치판단을 지배한다. 기업의 세계는 어떨까. 동일 업종 기업들은 보다 실리적 이유에서 비슷한 행동양식을 공유한다. 사업 양태가 대동소이하니 같은 매크로 이슈에 영향을 받고 고객 풀 역시 겹친다. 그러나 악마는 디테일에 있다. 태생부터 지배구조, 투자와 재무전략까지. 기업의 경쟁력을 가르는 차이를 THE CFO가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3년 11월 06일 15:3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금융은 은행금융지주 중에서 은행에의 자산 및 이익 의존도가 높은 대표적인 곳이다. 사업 다각화 수준이 낮고 90% 이상이 은행 쪽으로 집중돼 있다. 대척점에 선 곳이 농협금융이다. 사업다각화의 수준이 높고 그만큼 비은행 부문이 비교적 안정적으로 그룹 내에서 자산 규모를 보이고 이익을 내고 있다. 은행 부문의 자산, 이익 비중은 70%대를 기록 중이다.포트폴리오 면에서 우리금융과 농협금융을 가르고 있는 건 증권사와 보험사의 유무다. 10여년 전 농협이 사들인 우리투자증권이 NH투자증권으로서 우량 증권사로 성장했고 공제보험에 뿌리를 둔 농협생명의 현금흐름은 사업 포트폴리오의 분산 효과를 보장해주고있다.
우리금융은 꾸준히 M&A를 통해 계열사로 편입시킬 만한 적절한 매물을 검토 중이다. 다만 서두르진 않겠다는 입장이다. 외부에서는 임종룡 우리금융지주 회장 취임 이후 우리금융이 비은행계열 완성을 위해 공격적인 인수합병 모드에 돌입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실제는 달랐다. 임 회장은 M&A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으나 신중모드인 것으로 전해진다.
◇ 은행자산 의존도 96% 우리금융, 다각화 고심
우리금융은 은행지주들 가운데 외형은 크지만 사업 포트폴리오의 다각화 수준은 상대적은 낮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우리금융지주 내에서 은행 부문의 자산의존도는 전체 연결 총 자산에서 91.2%(2023년 6월 말 기준)로 국내 은행금융지주 8곳 가운데 가장 높다. 같은 시기 연결순이익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은 95.8%에 달한다.
우리금융지주는 2019년 지주사 체제로 전환한 후로 사업포트폴리오 다각화에 꾸준히 공을 들여왔다. 지주 전환 과정에서 우리카드, 우리종합금융 우리자산운용, 우리글로벌자산운용, 우리자산신탁을 완전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듬해에 아주캐피탈(우리금융캐피탈) 지분을 인수하고 우리금융저축은행도 손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지난해 우리금융F&I를 설립하고 올해 다올인베스트먼트 지분을 52% 인수한 후 추가 지분을 취득하면서 우리자산신탁 지분도 추가 취득하는 등 계속해서 사업다각화를 위한 밑그림을 차근차근 그려가는 중이다. 최근 추가로 상상인저축은행의 인수에도 나섰다. 그 결과 6월 말 기준 자회사는 15개, 손자회사는 20개다.
우리금융은 오랜 기간 비은행부문 비중을 늘리고 사업을 다각화하기 위해 인수합병에 대한 검토와 준비를 깊이있게 해오고 있다. 증권, 보험 등 제 2금융권의 수익 기반을 늘려 비이자이익을 증가시키는 것이 과제다. 이를 위해 사업 포트폴리오를 개선하는 방법을 다각도로 고민 중이다.
다만 우리금융은 비은행 인수합병 매물에 대해 검토를 지속하되 무리한 인수 시도는 배제하겠다는 입장이다. 즉 금융그룹으로서 2금융권 기능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은 인정하나 적절한 매물을 적절한 시기에 인수한다는 원칙을 고수하겠다는 의미다. 또 업권의 우선순위로 보면 보험사보다는 증권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금융지주 고위 관계자는 "우리금융은 기업금융 점유율 확대 과제를 놓고 CIB(기업금융+IB) 업무 중요성을 높게 보고 있으므로 내부적으로 증권사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면서 "보험 역시 관심있게 보고있으나 법적 불안정성이 있거나 현재로서 무리한 가격에 투자하지는 않으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 농협금융, 증권·생손보·캐피탈·운용 포트폴리오 안착
반면 농협금융지주는 사업 다각화 면에서 그 수준이 높은 것으로 평가받는 곳이다. 포트폴리오 측면만 놓고 보면 농협금융지주를 KB금융지주보다도 더 안정적으로 평가하는 이들도 있다. 2014년 농협금융은 우리투자증권을 인수해 NH농협증권과 합병시키면서 초대형 증권사를 자회사로 두게 됐다.
농협금융 내에서 은행의 자산 의존도는 6월 말 기준 74.5%로 다른 은행금융지주들과 비교해서 낮은 편이다. 연결순이익 중에서 은행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같은 시기 73.1%로 모두 70%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우리금융과 비교하면 은행부문의 자산 비중은 20%p, 순익 비중은 23%p 가량 낮다.
6월 말 기준 농협금융은 지주 내에 9개의 자회사와 27개 손자회사를 보유하고 있다. 자회사로는 은행을 비롯해 증권, 생명보험, 손해보험, 캐피탈, 저축은행 포트폴리오가 안착돼있다. 투자증권과 아문디자산운용을 제외한 7개 자회사는 모두 금융지주가 100% 지분을 소유하고 있다. 카드사업은 은행 내에서 하나의 사업부로 속해 있다.
한 금융권 계자는 "농협금융 내에서 보험은 농협중앙회 공제보험부터 시작해서 오랜 기간 사업을 운영해온 노하우가 있고 또 자산운용 역시 200조원에 달하는 농협협동조합 자금의 농협금융 내에서 운용하고 있어 캡티브가 워낙 좋은 셈"이라며 "그만큼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농협의 강점이 상당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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