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고민' SK, 두산·삼표 갈림길 변수는 '자본시장 맏형' 국민연금 익스포저 대규모, 11월말 단행 예상 '그룹인사' 촉각
김경태 기자공개 2023-11-28 12:50:46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09시5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큐텐(Qoo10)의 십일번가(이하 11번가) 인수가 결렬된 이후 SK그룹이 11번가 콜옵션 이슈를 어떤 식으로 처리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재무적투자자(FI)들의 자금이 들어간 SK그룹의 계열사에 영향이 불가피하고 자본시장의 재계 기업에 대한 투자 검토에도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여러 상황이 복잡하게 얽힌 만큼 SK그룹의 고민도 큰 상황이다. 특히 11번가의 최대 투자자가 국민연금공단이라는 점이 가장 큰 부담이다. 국민연금은 자본시장의 맏형으로 SK그룹이 신뢰를 이어가지 못할 경우 다른 기관들과의 관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올 연말 정기 인사가 눈앞으로 다가왔다는 점도 그룹 경영진들이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변수로 지목된다.
◇과거 두산·삼표그룹 콜옵션 행사 '엇갈릿 행보'
최근 11번가 콜옵션·동반매도권(드래그얼롱) 행사 여부를 두고 SK그룹과 자본시장과의 신뢰 관계가 변곡점을 맞이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아울러 재계와 투자업계에서는 SK그룹이 과거 유사한 일을 겪은 두산그룹과 삼표그룹 중 어느 선례를 따를지 주목한다. 이 두 그룹의 행보는 크게 달랐다.
우선 두산그룹의 경우 FI와 지난한 다툼을 벌였다. IMM프라이빗에쿼티(PE)·미래에셋자산운용·하나금융투자프라이빗에쿼티(PE) 등 FI들은 2011년 두산인프라코어차이나(DICC)의 지분 20%를 3800억원에 인수했다. 당시 3년 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했다. 하지만 3년 뒤 DICC의 IPO는 성사되지 못했고 FI들은 드래그얼롱 조항을 발동했다.
드래그얼롱 행사 과정에서도 얼굴을 붉혔다. FI들은 2015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등 원매자들과 거래 협상을 했다. 하지만 당시 FI 측은 두산그룹이 실사에 비협조적이었다고 주장했고 소송을 제기했다. 법정다툼은 대법원까지 갔다.
소송이 진행되는 동안 두산그룹은 두산인프라코어를 HD현대중공업·KDB인베스트먼트 컨소시엄에 매각을 진행했다. 결국 HD현대그룹 품에 안기는 두산인프라코어가 FI 측이 보유한 DICC 지분을 인수하면서 마무리됐다.

반면 삼표그룹은 다른 길을 걸었다. 삼표그룹은 2015년 산은PE와 컨소시엄을 이뤄 동양시멘트(삼표시멘트) 지분 55% 가량을 약 8000억원에 인수했다. ㈜삼표가 삼표시멘트 지분 45.08%를, 산은PE가 9.89%를 나눠 보유했다.
삼표그룹과 산은PE는 투자할 때 콜옵션과 드래그얼롱에 대한 합의를 했고 거래종결(딜클로징) 후 1년 후부터 행사할 수 있도록 정했다. 양측은 콜옵션을 행사할 때 취득가에 연 5~6%의 수익률을 보장하는 조건을 걸었다.
투자 이후 삼표시멘트의 주가가 하락세를 기록하면서 콜옵션 행사 당시 주가는 주당 인수금액을 하회했다. 하지만 삼표그룹은 합의한 대로 산은PE에 일정 수익률을 보장해주는 콜옵션을 행사했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재계와 자본시장에서 DICC 외에 대기업 계열사의 강제매각이 진행되는 사례는 찾기 어렵다"며 "과거 DICC 사례의 경우 FI가 매각을 시도하는 상황까지 가기는 했지만 두산그룹이 경영 위기를 겪어 자금 마련이 어려웠다는 점이 있다"고 말했다.
◇'자본시장 맏형' 국민연금 존재, SK그룹 임원인사 '변수'되나
재계 및 투자업계에 따르면 SK그룹 내부적으로도 11번가 콜옵션 행사 기한이 다가오면서 고민이 큰 상태다. 일각에서는 최근까지 지속됐던 큐텐과의 협상, 다른 원매자들과의 거래 논의 행보를 볼 때 SK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 방안을 추진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면서 긴장감이 커지는 형국이다.
다만 SK그룹이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는데 가장 큰 부담으로는 국민연금의 존재가 지목된다. 국민연금은 3500억원을 투자해 11번가에 가장 많은 자금을 투입한 FI다. 또 H&Q가 11번가에 1000억원을 투자하며 활용한 3호 블라인드펀드의 앵커 출자자(Anchor LP)이기도 하다.
국민연금은 글로벌에서도 손꼽히는 최상위 기관이다. 국민연금의 행보는 다른 연기금·공제회 등 LP들의 투자 근거로 작용하기도 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크다. SK그룹에 익스포저가 없더라도 국민연금 때문에 다른 기관들도 11번가를 예의주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국민연금이 주요 투자자라는 점은 SK그룹이 콜옵션 행사에 속도를 내지 못하더라도 최대한 노련한 해결책을 찾는 데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의 배경으로 작용하고 있다. 최근 국민연금에서는 11번가 진행 상황을 상당히 면밀하게 챙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콜옵션을 행사하는 경우 자금 부담에 대한 검토와는 별개로 조만간 실시될 것으로 전망되는 SK그룹 임원인사가 의사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SK그룹 인사는 이달 말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 때문에 SK그룹 지주사와 계열사의 경영진들의 판단이 빠른 템포로 이뤄지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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