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이 그리는 HMM 새 주인의 조건은 최고가 매각 최우선…재무안정성·해운업 발전 방안까지 종합평가
이재용 기자공개 2023-11-27 08:25:11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4일 14:1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DB산업은행의 HMM(옛 현대상선) 민영화 작업이 새 분수령을 맞았다. HMM 경영권 매각을 위한 본입찰에 하림그룹과 동원그룹이 최종 응찰했다. 산은은 이르면 내달 초쯤 인수 후보군에 대한 평가를 마무리하고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것으로 보인다.우선협상대상 선정의 최우선 조건은 높은 인수 희망 가격이다. HMM에 투입된 공적자금 상환을 극대화해야 한다. 다만 산은은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업의 미래 등을 고려해 인수 후보자의 재무안정성과 해운산업 비전까지 종합적으로 평가할 방침이다.
◇최우선 조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위한 높은 매각가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MM 채권단인 산은과 한국해양진흥공사, 매각 주관사 삼성증권이 진행한 본입찰에 하림 컨소시엄과 동원그룹 2곳이 참여했다. 매각 대상은 산은과 해진공이 보유한 HMM 지분 57.9%(3억9879만156주)다.
산은은 본입찰 결과 유효경쟁이 성립했다고 밝혔다. 입찰 기업 중 산은의 예정가격을 웃도는 희망가를 쓴 곳이 있었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IB업계에서는 본입찰에 참여한 기업들이 6조원 중반대 달하는 가격을 써낸 것으로 보고 있다.
산은 측은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통상적으로 1~2주가 소요되나 관계기관 협의를 거쳐 최대한 빠르게 선정해 연내 주식매매계약 체결 계획"이라고 말했다. 높은 희망 인수가격을 제시한 곳일 수록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될 가능성이 크다. 동원그룹보다는 하림 컨소시엄이 조금 더 높은 가격을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산은 등 채권단은 지분매각으로 최대한의 공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입장이다. HMM은 현대상선 시절이던 2013년에 유동성 위기로 산은과 해진공으로부터 6조8000억원의 공자금을 수혈받았다. 이자와 배당 등으로 일부 공자금을 회수했지만 대부분은 HMM 지분을 팔아 회수해야 한다.
가격이 낮으면 특혜 논란이 생길 수도 있다. 2021년 대우건설 매각 과정에서 중흥건설이 인수 포기 의사를 내비치자 산은은 재입찰을 진행했고 중흥건설이 처음 제안한 가격보다 2000억원 낮은 2조1000억원에 대우건설을 넘겨 특혜 시비가 일었다. 현재 감사원은 산은의 대우건설 지분 매각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재무안정성·해운업 비전도 핵심 평가 요소
산은은 최고가 낙찰 원칙과 함께 인수자들의 자금 조달 계획, 경영 계획, 해운업 발전 방안 등을 종합적으로 보기로 했다. 국가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의 미래가 달려있다는 점이 반영된 것이다. 국내 유일의 국적 해운사인 HMM은 단순 기업가치보다도 국가 경제전략적 중요성이 크다.
하림은 자회사 팬오션과의 시너지를 내세운다. HMM 인수 시 컨테이너와 벌크를 아우르는 국적 선사로서 도약할 수 있다고 본다. 팬오션은 국내 1위 벌크해운사로 올해 상반기 기준 선박 301척을 운영 중이다. 연간 화물 약 1억톤(t)을 전 세계에 운송하고 있다. 서로의 글로벌 해운 네트워크를 통합해 영업력을 높이는 등 실질적으로 협업이 가능하다.
동원로엑스를 앞세운 동원그룹은 육상물류와 항만, 해상운송을 연결되는 종합물류기업으로 거듭나는 청사진을 제시한다. 동원로엑스는 화물운송, 항만하역, 보관, 국제물류 등 여러 영역의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종합물류기업이다. 스마트 항만 DGT부산을 기반으로 해운 운송의 사업 효율화가 가능하다는 점도 동원그룹의 강점이다.
해운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인 만큼 불황을 견딜 재무안정성도 핵심 평가 요소다. 무리하게 인수했다간 자칫 '승자의 저주'에 빠질 수 있다. 앞서 강석훈 산은 회장이 지난 국정감사에서 자기자본 비율이 얼마나 높은지를 인수기업 선정에 중요한 판단 기준으로 삼겠다고 언급한 이유이기도 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대우건설을 무리해서 샀다가 산은에 재매각한 전례도 있다.
양 사 모두 자기자본이 충분하지 않아 대규모 차입이 불가피한 만큼 HMM 인수 후 재무안정성을 유지할 수 있는 근거와 계획이 필요하다. 금리 인상 여파로 최근 인수금융 금리는 연 8% 수준이다. 2조원을 인수금융으로 조달 시 이자 부담은 연 1600억원에 달한다. 3조원을 빌리면 이자 부담만 연 2400억원이다.
산은 관계자는 "해운업은 기간산업이다보니 매각에 따른 파장을 고려해야 한다"며 "가격을 중점적으로 보겠지만 인수 회사의 재무안정성이나 향후 경영 계획, 국내 해운산업 발전은 얼마나 이바지할지 등도 다 고려해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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