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니저 프로파일]채권 투자의 A to Z, '구심점' 정상우 KB운용 팀장채권형 펀드 포함 ETF 등 33개 상품 4.9조 운용
이돈섭 기자공개 2023-11-30 08:12:55
이 기사는 2023년 11월 28일 15: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KB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의 정상우 팀장(부장·사진)은 채권형 펀드 라인업 대부분의 운용을 전담하고 있다. 머니마켓펀드(MMF)를 제외한 채권형 공·사모 펀드, 채권형 ETF 등을 담당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퇴직연금 시장 내 채권 인기가 높아지자 다양한 기업들과 스킨십을 늘리고 있다.KB운용 채권운용본부는 채권운용 1,2실과 투자전략실, 해외채권운용실 등 4개 실로 구성돼 있다. 정 팀장이 총괄하는 채권운용1팀은 채권운용2팀과 단기자금운용팀과 함께 채권운용1실을 구성하고 있다. 정 팀장의 철학은 안정적 환경 속 최고의 수익률을 내는 것. 높은 성과를 향한 그의 욕심은 펀드 속에 고스란히 묻어난다.
◇성장 스토리: 삼성화재서 접한 채권, KB운용서 평생의 업으로
고려대 재학 시절 정 팀장은 자신이 금융투자업계에 몸담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다. 대학을 졸업한 2007년은 증권사 전성시대였다. 글로벌 주식시장이 정점을 찍고 국내 증시도 연일 활황을 이어가면서 애널리스트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었다. 주변 친구들은 너나할 것 없이 증권사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보수적 분위기에서 자란 정 팀장에게 최우선 선택지는 증권사가 아니었다. 그는 인사관리 분야 석·박사 학위를 취득해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학위에 도전하기 전 실전 경험도 필요하다고 생각해 조직이 큰 보험사를 찾았고, 삼성화재에서 첫 발을 뗐다. 인사팀 근무를 지원했지만, 회사는 그를 재무팀으로 발령했다. 재무팀을 거친 뒤에는 운용업무를 맡았다. 시장을 분석하고 전략을 구축한 뒤 액션을 취해 다시 시장에 영향을 주는 운용업은 매력적이었다.
정 팀장은 "'특정 시기에 배정된 투자금을 어떻게 운용할 지 아이디어를 내면 그대로 수백억원 단위 자금이 집행되는 것이 당시로서는 상당히 신기했다"며 "대형 보험사에서 운용업무를 담당했던 경험은 다양한 기관 투자자를 이해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고 설명했다.
운용업을 평생의 업으로 삼겠다고 생각해 KB운용에 합류한 건 지난 2011년이다. 현재 정 팀장은 KB운용 안에서 MMF를 제외한 사실상 모든 채권형 상품을 전담하고 있다. 작년 한해 기준금리가 급등하면서 퇴직연금 확정급여형(DB) 적립금 운용 비히클로 채권형 상품이 각광을 받자 마케팅 작업에도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투자 철학: "안정적 투자 환경 구축, 최고의 수익률 목표"
주식운용 전략에 비해 채권운용 전략은 자칫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채권 자산에 투자하는 투자자 수요에 맞춰 리스크를 철저히 관리하면서 높은 수익률을 내기 위해 주어진 매크로 환경 안에서 다양한 전략을 구사해야 한다. 수익률 소수점 둘째자리 경쟁도 치열한 게 채권 시장이다.
지금껏 채권 일변도 길을 걸어 온 정 팀장 역시 마찬가지다. 정 팀장이 소개한 자신만의 투자철학은 '안정적 투자 환경 속에서 최고의 수익률을 목표로 삼는 것'. 정 팀장은 "채권 리스크는 결국 유동성 관리의 문제"라며 "특정 시장 국면에서 유동성을 꾸준히 확보하면서 알파 수익을 낼 수 있는 매니저가 되고 싶다"고 설명했다.
과거 특정 기업의 회사채가 성과 부진으로 신용등급이 떨어져 유통이 어려워졌을 때가 있었다. 채권 쿠폰은 높았지만 이 자산을 담으면 유통이 어려워져 고객 환매 요청에 제때 대처하지 못하게 될 것이 불보듯 뻔했다. 정 팀장은 회사채를 담기보다 차익매매와 레포전략 등을 적극 활용해 수익률과 유동성을 모두 잡았다.
국내 자산운용업계 최초로 만기매칭형 ETF를 출시하고 무사히 만기상환한 것도 정 팀장이 내세우는 성과 중 하나다. 지난해 11월 KBSTAR 23-11회사채(AA-) 액티브를 출시, 개인투자자 자금을 끌어들여 5000억원 규모로 운용해오다가 이달 중하순 5.6% 수준의 수익률을 기록하고 해지상환금을 성공적으로 지급했다.
12년여 전 KB운용에 합류한 뒤 실력을 꾸준히 갈아온 것도 정 팀장의 성실함을 보여준다. 정 팀장은 2015년 CFA 자격증을 취득한 데 이어 2020년에는 연세대 경제대학원을 졸업했다. 당시 정 팀장의 학위논문 제목은 '재정정책 기조와 금리기간 구조 간의 관계'. 최고의 수익률은 지금 자리에 안주해선 얻을 수 없다고 믿는다.
◇트랙레코드1: 장기추이 기반 성과, 종합채권 ETF에서 발휘
정 팀장이 운용하는 수많은 상품 중 애착이 가장 큰 상품은 'KBSTAR KIS종합채권 액티브 ETF'다. 국공채와 신용등급 A- 이상 크레딧 채권에 투자해 초과수익을 추구하는 이 상품은 2021년 5월 말 상장해 28일 현재 9950억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올 초 총보수를 인하한 이후 순자산이 1조원을 돌파하기도 했다.
이 ETF에 투입된 자금의 대부분은 기관 투자금이다. 소액으로 국내 전체 채권시장에 분산 투자할 수 있다는 운용 콘셉트가 작년 한해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형 펀드 인기에 녹아들어 개인 자금을 끌어모으는데도 성공했다. 펀드 상장 이후 누적 수익률은 6.1%. 지난달부터 수익률은 회복선을 그리고 있다.
펀드를 운용하는 세월 동안 늘 즐거웠던 것만은 아니다. 상장 당시 10만원 수준이었던 주가는 상장 직후 1년여 사이 마이너스 10% 안팎 수익률을 기록하다가 내년 기준금리 인상 기대감에 최근 오르고 있는 추세다. 자산배분 전략 차원에서 채권 투자는 전체 성과의 바탕이 되곤 하는데, 이제야 채권의 매력을 알아봐주는 것만 같다고 정 팀장은 이야기했다.
같은 시기 출시해 3933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는 'KBSTAR KIS국고채30년 Enhanced' ETF도 지난달 수익률도 반등 추세에 접어들었다. 정 팀장은 "종합채권 시리즈를 선보이고 기준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서 왜 지금에야 상품을 냈냐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장기 추이에 기반해 성과를 내다봐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수익률만 생각했다면 레버리지 상품이나 인버스 상품 역시 선보였을 법 한데, KB운용은 그러지 않았다. 정 팀장은 "ETF 시장 내 빅2 영향력이 워낙 크다보니, KB운용이 아니면 할 수 없는 상품을 찾은 결과가 채권"이라며 "처음엔 기관 대상으로 설정했는데 개인 인기도 높아져 굉장히 고무적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트랙레코드2: ESG 투자 가이드라인 구축 계기 마련
'KB스타 ESG 우량 중단기채' 펀드도 정 팀장의 대표적 상품 중 하나다. 2021년 9월 설정된 이 펀드는 ESG 투자 프로세스에 기초한 채권 포트폴리오를 구축, 현재 1125억원 규모로 운용되고 있다. KB운용 자체 투자 유니버스를 구축, ESG 기준에 부합하는 채권을 편입해 금리변동 상황 속에서도 안정적 수익을 낼 수 있게 했다.
이 펀드의 설정 이후 누적 수익률은 3.7% 수준. 수익률 숫자 자체가 아주 높다고 할 순 없지만 비교지수(KIS ESG Total Credit Index(A+ 이상 1~3년) 60% + KIS 국공채(1~3년) 30% + 콜 10%) 수익률 0.7%에 비해서는 상당 수준 아웃퍼폼하고 있다. 포트폴리오를 구축해 그 안에서 자산을 운용하는 기관 입장에선 나쁘지 않다.
KB운용은 이 펀드를 기반으로 하우스 ESG 투자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유니버스를 구성했다. 정 팀장은 "펀드 설정 당시 ESG 투자가 각광받았고 그 분야에서 시작하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다"며 "그룹 계열사에서 ESG 투자에 대한 관심이 높았고 당시 투자 트랜드와 맞물려 개인 자금을 유치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이 외에도 기업 DB 적립금을 담고 있는 각종 채권형 사모펀드들 역시 순항하고 있다. KB운용은 올초 국내 대형 상장사 DB 적립금을 연이어 유치하면서 백억원 단위 펀드를 설정해 운용하고 있다. 일부 지방은행 DB 적립금 유치 경쟁에선 정 팀장이 직접 PT를 진행, 수익자들 가려운 곳을 긁어주기도 했다.
정 팀장은 "시장 플레이어들의 내년 시장 전망은 사실 컨센서스가 이뤄졌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로 아주 명확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타사 대비 높은 수익률을 달성하려면 상당한 고민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KB운용만의 전략을 구축해 안정적이고 성공적인 투자를 집행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향후 계획: 앞으로도 '채권쟁이'로 남길…독창적 전략 구축에 노력
정 팀장은 본인이 갖고 있는 지식을 누군가와 나눌 때 행복하다고 말했다. KB운용 유튜브 채널은 물론, 외부와의 소통에도 적극적이다. 운용업계에선 '채권운용에 대해 알고 싶으면 정 팀장을 찾으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정 팀장은 "소형 운용사들에도 연락이 오면 최대한 성심성의껏 응대하려고 노력하는데, 이는 채권 시장의 파이를 키우는 것이 우선이라는 생각이 있기 때문"이라며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채권형 펀드의 전략은 대동소이해 누가 탁월하다고 말하기 어려워 시장 전체의 선순환이 이뤄져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채권 운용역으로서도 만족할 만한 성과를 오랫동안 유지하고 싶다. 다양한 상품에 대해 고민하고 KB운용만의 차별화한 운용전략을 구축하는 것도 중요한 목표 중 하나다. 최근에는 법인 고객을 유치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투자하곤 하는데, 과거 삼성화재 근무 경험을 살려 고객 맞춤형 상품을 제안, 호평을 받곤 한다고 귀띔했다.
동종업계에선 과거 삼성화재 재직 시 채권의 A부터 Z까지 꼼꼼히 가르쳐준 송하영 삼성화재 상무와 KB운용에서 펀드 운용의 묘미를 일깨워준 문동훈 전 KB운용 전무를 은인으로 꼽았다. 삼성화재 근무 당시 만난 성준석 다올자산운용 이사와 꾸준히 교류하며 펀드 운용에 필요한 논리 구조를 되짚어보곤 한다.
당분간 채권 시장의 인기는 계속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팀장은 "모두가 내년 하반기께 기준금리 인하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하고 있다"며 "모두가 같은 방향을 보고 있을 때 다른 걸로 수익을 내려면 지금과 다른 리스크를 안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그 방안에 대해 여러 사람들과 토론하고 준비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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