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최태원의 글로벌 공략 실험, 내년 CES 시험대 계열사 핵심 제품·서비스 묶은 '솔루션 패키지' 첫선
정명섭 기자공개 2023-12-15 15:19:19
이 기사는 2023년 12월 14일 14: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지난 10월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SK그룹 CEO 세미나는 일종의 복선이었다. 최태원 회장의 '서든데스(돌연사)' 발언은 이달 초 정기인사에서 부회장단의 2선 후퇴로 이어졌다. 투자 시스템에 대한 질책은 SK그룹 투자조직 통폐합 및 축소를 불러왔다.다음 변화는 글로벌 진출 부문에 있을 것으로 보인다. 당시 최 회장은 CEO들에게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솔루션 패키지' 개발을 주문했다. 그룹사의 주요 제품과 솔루션을 묶어 고객에 제시하는 방식으로 경쟁 우위를 확보하자는 게 골자다.
다음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IT·가전 전시회 'CES 2024'는 최 회장의 구상을 현실화해보는 첫 무대가 될 전망이다.
◇최태원의 글로벌 경쟁 해법 '솔루션 패키지', CES서 첫 구현
SK그룹은 내년 1월 9일부터 12일까지 열리는 CES 2024에 그룹 공동 전시관을 운영한다. △SK㈜ △SK이노베이션 △SK하이닉스 △SK텔레콤 △SK E&S △SK에코플랜트 △SKC 등 7개사가 참가를 확정했다. 올 초에 열린 CES 2023 대비 1개사(SK바이오팜)가 줄었다. 다만 전시관 규모는 이전보다 약 190평(627㎡) 늘어난 560평(1850㎡)으로 더 커졌다.
SK그룹은 탄소감축 기술과 사업을 패키지화해 전시하는 시도에 나선다. 기존에 고대역폭메모리반도체(HBM)와 전기차용 배터리, 도심항공교통(UAM), 소형모듈원자로(SMR), 탄소포집·저장·활용(CCUS) 등 그룹사의 기술과 제품을 개별 전시하던 것과 차이가 있다.
일례로 에너지 부문의 경우 생산부터 분배, 운영에 필요한 인공지능(AI) 시스템부터 폐기물 수거와 관련한 친환경 솔루션까지 함께 제시하는 식이다. SK온의 배터리와 SKC의 친환경 소재 등이 사용된 전기차가 티맵의 내비게이션을 통해 최소한의 에너지로 주행하는 모습을 그릴 수도 있다.
여기에는 최 회장의 의중이 반영됐다. 최 회장은 지난 10월 CEO 세미나에서 글로벌 사업 전략 중 하나로 에너지와 AI, 환경 관점의 솔루션 패키지를 제안했다. 그룹의 장점을 살리는 제품과 서비스를 묶으면 글로벌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는 게 그의 생각이다. 당시 최 회장은 CEO들에게 "자신이 맡은 회사에만 관심을 갖지 말 것"을 주문했다고 한다.
SK그룹 관계자는 "이번 CES를 기점으로 탄소감축 솔루션 패키지를 공급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말했다.
CES 전시 참가 계열사 CEO들은 전원 현장에 참석할 것이 유력하다. 최 회장의 참석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정부 신년 행사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일정, CES 현지 최고위층 비즈니스 미팅 일정 등이 변수다.
최 회장은 올해 초 CES에는 참석했다. 그가 CES 현장을 찾은 건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이었다. 당시 최 회장의 수행직원이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참관이 무산될 뻔한 해프닝이 있었다.
◇엑스포 유치 끝, 글로벌 경영 보폭 넓히는 최태원
CEO 세미나 이후 최 회장의 시선은 글로벌 경영에 향해 있다. 그는 엑스포 유치 활동이 끝나자 미국과 독일, 네덜란드를 순차적으로 찾는 등 보폭을 확대하기 시작했다.
미국에선 SK하이닉스 미주법인으로부터 HBM 관련 사업 현황을 보고받았다. 독일에선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회장을 만나 AI 관련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 회장이 내년에 반도체와 AI, 미래 에너지 등 그룹의 신성장 사업을 직접 챙기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최 회장이 CEO 세미나에서 제시한 글로벌 통합조직이 새로 꾸려질지도 관심사다. 당시 최 회장과 경영진들은 2010년 중국에 설립한 SK차이나와 같은 그룹 통합법인을 다른 거점 지역에도 설립하는 방안에 대해 검토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SK그룹은 그간 유정준 부회장을 북미대외협력총괄로, 서진우 부회장을 중국사업담당으로 내세워 현지 이슈에 대응해왔다. 그러나 두 부회장 모두 현재 직위만 유지한 채 업무 일선에서 손을 뗀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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