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3년 12월 20일 07: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보수적 경영 스타일로 유명한 KCC가 시장을 깜짝 놀라게 한 적이 한번 있다. 바로 2019년 단행한 미국 실리콘업체 모멘티브 인수다. 당시 인수에 들어간 금액만 3조원이 넘어 그해 국내 기업이 진행한 해외 기업 M&A 중 두번째로 큰 규모라는 기록을 남겼다.국내 도료·건자재 시장을 주름잡던 KCC지만 주택·건설 업황에 따라 실적이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였고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끊임없이 실리콘 시장의 문을 두드렸다. 이미 2003년 전주공장에서 실리콘의 기초원료인 실리콘 모노머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2011년에는 영국 실리콘업체 바실돈을 인수해 해외로 발을 뻗기도 했다. 다만 이때까지도 실리콘 사업은 KCC 매출의 기타부문으로 잡히며 큰 존재감을 드러내진 못했다.
바실돈 인수 이후 8년 만에 진행한 모멘티브 인수의 의미가 남다른 데는 여기서 찾아볼 수 있다. 연간 3000억원대 수준이던 실리콘 사업 매출은 모멘티브 인수 후 2조7000억원대까지 치솟았고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50%를 웃돌았다. KCC가 그토록 바라던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의 첫 결실이다.
이렇듯 KCC의 '신의 한수'로 평가받던 모멘티브 인수를 놓고 최근 들어 부정적인 해석이 뒤따르고 있다. 모멘티브 인수 대금의 절반 이상인 2조원가량을 차입에 의존한 탓에 KCC의 총차입금이 2조원대에서 4조원 규모로 급증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올 한해 경기 불황이 이어지며 모멘티브를 포함한 실리콘 사업이 적자로 돌아섰다. 여기에 모멘티브 인수 당시 함께 참여한 재무적투자자(FI)에 약속한 기업공개(IPO) 시점도 내년 상반기로 얼마 남지 않았다.
KCC 입장에서 속이 탈 법도 한 상황인데 오히려 분위기는 사뭇 여유로운 모습이다. 내부적으로 실리콘 업황 회복에 대한 믿음이 굳건하고 나아가 고부가 제품군인 전기차·이차전지용 소재로 실리콘 사업의 범위를 확대하겠다는 계획도 실현해 가고 있다. 내침김에 KCC가 모멘티브 잔여 지분 20%를 사들인다면 미래 기업가치는 더 올라갈 수 있다.
가정일 뿐이지만 과거 보수적 경영 기조를 깨고 조단위 투자를 실행했던 KCC라면 다시 한번 파격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KCC의 실리콘 사업 재건에 있어 모멘티브의 역할을 고려하면 충분히 실현 가능한 선택이라 생각한다. KCC에 선택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 아이온운용, 부동산팀 구성…다각화 나선다
- 메리츠대체운용, 시흥2지구 개발 PF 펀드 '속전속결'
- 삼성SDS 급반등 두각…피어그룹 부담 완화
김동현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현대위아, 평가개선 프로세스 못미치는 경영성과 지표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한발 앞섰던 HD현대, 누적 경험치 자신감
- [더벨 경영전략 포럼 2024]"외부 리스크 높은 국내 석유화학, 원료·수출 다변화 필요"
- 현대모비스 TSR 30% 목표, 투자회수 사이클 자신감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한화그룹 등에 업은 미 필리조선, 계열사 역량 집중
- [2024 이사회 평가]대주주 이사회 참여 금호타이어, 평가개선·견제 '아쉬움'
- [2024 이사회 평가]HL만도, 경영성과에 달린 '육각형'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K군함 협력" 한마디에 들썩, 에너지선·함정 MRO '개화'
- HD현대그룹 첫 외부 출신 CEO 조석, 5년만에 부회장 승진
- '100년 한진' 이끄는 조현민 사장, '현재진행' 스마트물류 투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