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매직 가전 사들이는 경동나비엔, 시너지 '의문' 현금 5500억, 연이은 실적 성장 자신감 발로…시장 정체 따른 '딜레마'
이상원 기자공개 2024-01-08 13:18:11
이 기사는 2024년 01월 05일 08: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경동나비엔이 SK매직으로부터 일부 가전 품목 영업권을 400억원에 양도받는다. 이를 기반으로 주방가전 사업을 강화에 나섰다. 기존 환기청정기 기술과 접목시켜 종합 실내 공기질 관리 사업으로 발전시킬 계획이다.당장 5500억원에 달하는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유동성은 충분하다. 여기에 최근 몇 년간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하며 곳간을 두둑하게 쌓아놓은 상태다.
다만 가전 인수에 따른 시너지 효과가 어느 정도일지는 의문시된다. 이미 대형 가전기업들의 시장 참여로 경쟁이 심화되며 수익성이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적 성장세에 넉넉한 곳간, 협상 과정서 자신감 내비쳐
경동나비엔은 이번 MOU 체결로 배타적우선협상권, 본계약체결권을 부여받았다. 곧바로 실사에 돌입한후 문제만 없다면 2월중 본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예상 매매대금은 400억원이다. 인력 이전에 대한 의무가 없어 영업권만 양도받는다. 중대한 사안이 아닌 이유로 계약이 무산될시 매매대금의 12.5%인 50억원을 SK매직에 지급하는 조항이 달렸다.
대규모 자금 지출이 예정돼 있지만 현재 경동나비엔의 유동성을 감안하면 무리는 없을 것으로 보인다. 약 5500억원의 현금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최근 몇년간 연이어 최대 매출 실적을 경신하며 재무건전성이 크게 개선됐다. 지난해부터 SK매직과 협상을 진행해온 가운데 경동나비엔은 인수에 대한 자신감을 보여온 것으로 파악된다.
M&A 업계 관계자는 "경동나비엔이 그동안 매물로 나온 가전기업에 상당히 관심을 보여온 것으로 전해진다"며 "여기에 협상 과정에서 SK매직도 매각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이면서 딜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라고 말했다.
경동나비엔은 2019년 매출액 7742억원을 기록한후 2022년 1조1608억원까지 성장을 거듭해왔다. 지난해 3분기 기준 매출액은 8289억원으로 최대 매출 실적을 경신할 것으로 점쳐진다. 영업이익은 2022년 다소 주춤했지만 지난해 3분기 711억원으로 전년도 전체 실적을 이미 뛰어넘었다.
우수한 실적은 국내뿐 아니라 매출 비중의 절반이 넘는 북미에서 선전하고 있는 결과다. 2006년 미국법인을 설립해 '콘덴싱 온수기'를 넘어 제품 라인업을 다변화하고 있다. 지난해말에는 '콘덴싱 하이드로 퍼네스'를 선보였다. 이로써 연간 470만대 규모로 북미 메인 난방 시장인 퍼네스에 진입해 지속적은 성장이 기대된다.
지난해 3분기말 기준 유동자산은 5936억원이다. 전년말 대비 706억원 가량 늘었다. 유동자산은 현금 또는 1년안에 현금화할 수 있는 자산을 의미한다. 이중에서 현금과 현금성자산은 606억원으로 100억원 이상 감소했지만 대신 금융기관예치금이 312억원 늘었다. 이자수익을 감안한 것으로 보여진다. 이익잉여금은 4878억원을 보이고 있다.
◇환기청정기 사업 확대 전략, 대기업 시장참여로 수익성 극대화 미지수
경동나비엔은 SK매직의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사업 영업권을 인수한다. 이를 통해 쿡탑, 전기오븐 등 주방가전 사업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됐다는게 회사측의 설명이다. 지난 2021년 3D 에어후드, 지난해 6월에는 프리미엄 전기 쿡탑을 선보이는 등 주방가전 사업을 확대해 왔다.
주방가전 사업 확대는 보일러, 온수기, 숙면매트 중심의 사업구조를 생활가전 분야로 확장하기 위한 결정이다. 공기질을 관리하는 환기청정기 기술도 보유하고 있는 만큼 주방가전과 접목시켜 종합적인 실내 공기질 관리가 가능하다. 즉 환기청정기 사업을 확대하려는 계산이 깔려있다.
SK매직의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 사업은 시장점유율 선두권을 유지하며 기반이 탄탄하다. 경동나비엔은 영업권 인수 후 기존 SK매직이 수주한 물량 납품도 차질없이 진행할 계획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다만 가전사업 시장이 이미 포화상태라는 점에서는 수익성 극대화에 대해서는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
SK매직의 실적을 보면 양도 대상인 가스레인지, 전기레인지, 전기오븐은 최근 몇년간 줄거나 정체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가스레인지의 경우 2020년 매출 822억원에서 2023년 반기 244억원으로 절반에 크게 못미치는 수준이다. 전자레인지, 전기오븐도 200~300억원선에서 정체된 모습이다.
국내 가스레인지 등 시장의 경우 성장세가 정체기에 접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SK매직도 신사업 발굴 등 투자가 지속되는 가운데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효율성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매각에 나섰다.
특히 국내 주요 가전기업의 시장 참여로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프리미엄 가전에 대한 선호도 상승으로 삼성전자, LG전자의 고가제품으로 점유율이 확대되는 추세다. 여기에 오프라인 채널이 축소되고 온라인 채널의 성장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에서도 불리하다. 아무래도 대형 가전기업들이 온라인 채널에서도 앞설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경기 침체에 따른 소비 위축으로 가전 시장 자체가 반등하기 어려운 환경"이라며 "여기에 대기업이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분야인 만큼 큰 시너지를 내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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