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2월 07일 07:1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간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카프로를 원하는 새 주인이 나타났다. 태화그룹과 오퍼스프라이빗에퀴티, NH투자증권 PE 본부(오퍼스-NH PE)가 맺은 '티엠씨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큰 고비 하나를 넘긴 만큼 아직 시장에 알려지지 않은 얘기를 하나 꺼내보고자 한다. 사실 카프로는 채권단 협의가 있었던 운명의 1월 17일, 하마터면 파산 절차에 진입할 뻔했다. 산업은행을 비롯한 채권단 측이 M&A보다 부동산 처분을 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회생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한 듯하다. 한때는 코오롱과 효성의 지원 속에서 국내 수위권의 섬유 기업으로 성장했다. 이후 두 그룹간의 경영권 분쟁과 수익 악화가 이어지며 버려진 기업으로 전락했다. M&A 소식이 들렸을 때도 회사 운영은 이미 중단된 상태였다.
반면 카프로가 보유한 본사 공장 부지 등은 대체원가 합계만 최소 3600억원 이상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채권단 측에서는 부동산 매각만 성공하더라도 회수율을 최소 40% 이상 가져갈 수 있을 것으로 짐작했다.
무게추가 파산으로 기울 뻔했던 채권단 협의에서 판세를 바꾼 것은 매각 주관사 소시어스였다. 소시어스는 두 시간 넘는 동안 채권단을 설득했다. 설득의 요지를 한 줄로 요약하자면 '부동산을 매각하더라도 원하는 회수율을 절대 달성할 수 없다'였다.
환경부의 '토양환경보전법'에 따라 유독 물질을 취급하는 화학 공장 부지는 부동산 매각 전에 토지 정화 작업을 반드시 거쳐야 한다. 이 비용이 제곱미터당 최소 20만원 이상은 나온다. 카프로 부지 규모를 고려하면 최소 600억~700억원을 지불해야 하는 셈이다.
게다가 파산 과정에서 세금, 인건비, 채권 상환 등의 비용을 합치면 토지 매각가와 거의 비슷한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점을 피력했다. 카프로 시가총액의 두 배 이상에 해당하는 가격을 제시한 컨소시엄 측에 매각하는 것이 무조건 나은 선택이었다.
흔히들 M&A 주관사의 역할로 원매자 물색, 가격 협상, 딜 구조 짜기 등에 집중한다. 다만 때로는 협상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예기치 못한 변수를 현명하게 대처하는 것에서도 주관사의 품격이 드러난다는 것을 이번 딜이 보여준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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