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석 일진 부회장의 승부수]호황 올라탄 일진전기, 과제 남긴 대규모 유증④보수적 주주활동 탓 소통 부재 재확인, 지원 나선 일진홀딩스 '빈 곳간'
김경태 기자공개 2024-02-22 07:35:48
[편집자주]
일진그룹은 최근 재계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대기업집단으로 꼽힌다. 허진규 회장의 차남이 보유하던 핵심 계열사가 지분 매각으로 그룹 경영과 멀어지는 격변이 있었다. 반면 허 회장인 장남인 허정석 부회장은 일찌감치 부친, 남매와 동떨어진 독자적 지배구조를 형성하며 홀로서기를 준비해왔다. 허 부회장의 핵심 회사인 일진전기는 최근 해외 전력망 수요를 기반으로 한 호실적과 대규모 유증 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수소사업을 하는 일진하이솔루스 등은 경영상 어려움도 엿보인다.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한 시험대에 서 있는 허 부회장과 그의 회사 현황 및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0일 07:3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계열의 주력사는 단연 일진전기다. 최근 신재생에너지 전환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전력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덕분에 중전기, 전선사업을 하는 일진전기는 호실적을 거듭하고 있다.일진전기는 시장 확대에 발맞춰 대규모 유상증자를 추진했다. 순조롭게 마무리됐지만 과제도 남겼다. 극히 보수적인 주주 소통이 이번 유증 과정에서 재확인됐다. 모회사이자 허 부회장 계열의 정점에 있는 일진홀딩스의 추가 지원 여력이 부족해진 점도 주목된다.
◇시설투자 목적 940억 규모 유증, 지난달 납입 완료
일진전기는 작년 11월부터 유증을 본격적으로 추진했다.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으로 보통주 1060만5000주를 새로 발행해 1000억원 조달에 나섰다. 일진전기의 유증은 2008년 일진홀딩스에서 인적분할로 설립된 뒤 처음이다.
일진전기가 유증 승부수를 던진 배경은 산업의 급격한 성장이다. 최근 글로벌 주요국들이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면서 전기차 충전소를 비롯한 전력망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여기에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송배전 설비 교체 시기 등이 맞물리면서 중전기와 전선 시장이 호황을 맞이하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에 발맞춰 중전기(변압기·차단기), 전선 생산 능력을 확보하기 위해 유증을 추진했다. 특히 중전기 부문은 2025년 이후 미주 지역에서 수요의 급격한 증가로 생산 능력을 초과하는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일진홀딩스는 유증 성사를 위해 적극 나섰다. 우선 일진홀딩스는 올 1월 3일 배정물량(483만 4099주) 중 58.6%에 해당하는 283만 4099주를 청약하기로 했다. 또 주주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해 신주 인수 가격에 20%의 할인율을 적용했다. 최종 확정발행가액은 주당 8820원이다. 올 1월 30일 납입이 이뤄졌고 신주는 이달 13일 상장됐다.
일진전기가 이번 유증으로 조달한 총 금액은 936억원이다. 전액을 시설투자에 활용할 계획이라 밝혔다. 향후 3년 간 중전기 부문에 총 585억원, 전선 부문에 350억원을 투입한다. 중전기 부문에서는 변압기 공장 증설, 친환경 170KV 차단기 생산설비 등에 투자한다. 전선 부문에서는 생산 및 검사설비 확충을 추진한다.
유증은 마무리됐지만 진행 과정에서 극히 보수적인 주주 소통 기조를 재확인했다. 최근 주식 시장에서 대규모 유증은 주주들에게 일종의 악재로 받아들여진다. 지분율이 희석되고 신주 물량 출회로 주가 하락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작 일진전기는 유증 계획을 밝힌 이후 별도로 공개 기업설명회(IR)를 하는 등 주주 소통을 강화하지 않았다. 그간의 보수적인 주주 활동 행보의 연장선상으로 풀이된다. 일진전기는 인적분할로 설립된 후 단 한 번도 공개 IR 행사를 한 적이 없다. 일진홀딩스는 2015년을 끝으로 공개 IR을 하지 않았다.
◇'실탄 소진' 일진홀딩스, 추가 지원 여력 제한 불가피
일진전기가 대규모 유증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모회사인 일진홀딩스에 미친 영향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일진홀딩스는 일진전기를 연결 종속사로 거느리고 있다. 이번 유증에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일진홀딩스의 작년 3분기말 별도 기준 현금성자산은 72억원 수준이다. 현금성자산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7억원, 단기금융상품 55억원으로 구성됐다.
일진홀딩스는 일진전기 유증에 266억원을 투입했다. 보유한 현금성자산의 3배를 상회하는 금액이다. 지주사인 일진홀딩스는 별도 매출이 자회사 배당금 수익, 브랜드 수익 등으로 구성돼있다. 향후 일진전기에 추가적인 투자가 필요한 경우 일진홀딩스의 지원 여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배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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