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SK온을 움직이는 사람들]자금조달 활로 연 김경훈 CFO, 흑자 목표 '중책'④숫자 능한 글로벌 IB 출신...올해 원가 관리 주력

정명섭 기자공개 2024-02-23 11:50:52

[편집자주]

배터리 업계 후발주자인 SK온의 성장 속도가 매섭다. 2023년 역대 최대 매출(12조8972억원)을 기록한 데 이어 매분기 적자 폭을 빠르게 줄여나가고 있다. 배터리 수주 잔고는 400조원까지 늘려 중장기 성장의 기틀을 닦았다. 다만 2024년은 전기차 업황 둔화에 따른 '배터리 보릿고개'가 드리운 상황. 올해 첫 분기 흑자에 도전하는 SK온이 반드시 넘어야 할 산이다. SK온의 승부수는 새 리더십이다. 이석희 신임 대표이사 사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제조업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올해 SK온의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1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온은 결정적인 시기에 회사 밖에서 인재를 수혈해 위기에 대응해왔다. 외부 인재가 가진 지식과 업무능력,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회사가 당면한 과제를 해결하는 전략이다.

대표적인 영입 인재는 김경훈 최고재무책임자(CFO, 사진)다. 김 CFO는 SK온이 자금조달이 시급했던 2022년 하반기에 영입한 인물이다.

그는 글로벌 투자은행에서 경력을 쌓은 기업금융(IB) 전문가다. 국내외 금융권 네트워크를 활용해 SK온의 첫 외화채 조달 등을 성공적으로 이끌었다. 작년 말 연임에 성공한 김 CFO는 국내외 생산법인의 원가 관리로 올해 하반기 흑자전환을 이끈다는 계획이다.

◇숫자에 밝은 뱅커 정평

김 CFO는 1973년생으로 1997년 미국 브라운대 경영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99년 스탠퍼드대 대학원에서 경제시스템학과 석사 과정을 마쳤다.

그는 SK그룹의 다른 CFO들과 달리 금융권에서 이력을 쌓았다. 1999년 미국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에서 애널리스트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고 2001년에는 미국 푸르덴셜파이낸셜에서 근무했다. 2006년 미국 컬럼비아대에서 경영대학원(MBA)을 졸업하고 국내로 복귀했다.

김 CFO는 동료 직원들이 인정할 정도로 숫자에 밝았다. 꼼꼼한 성격 덕에 수치를 잘 기억했고 수치 이면의 의미를 분석하는 역량이 탁월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김 CFO와 함께 근무했던 한 금융권 관계자는 "숫자에 관해선 거의 틀린 적이 없었다"며 "수치 하나하나가 어떤 요인에 의해 나타난 결과인지 이해하는 능력이 뛰어났다"고 말했다.

국내에선 메릴린치(현 BoA메릴린치) 기업금융부를 거쳐 2011년 한국스탠다드차타드은행(현 SC제일은행)에 입사해 2022년 말까지 근무하며 부동산금융부 총괄, 글로벌기업금융부문장(전무) 등을 차례로 역임했다.


SC제일은행은 소매금융보다 기업금융에 강점을 가진 은행이다. 글로벌기업금융부는 국내 대기업과 정부 투자기업, 공기업, 다국적 기업의 국내 법인 등을 대상으로 자문하거나 주식·채권 발행 등 투자금융 업무를 하는 부서다.

김 CFO는 이 조직을 거치며 현대차그룹과 LG그룹 등 주요 대기업 재무 임원뿐 아니라 SC제일은행이 보유한 52개국 글로벌 네트워크와도 연을 맺을 수 있었다. 김 CFO는 당시 영업 능력을 인정받아 박종복 SC제일은행장으로부터 신임을 얻었다고 한다. SK온으로 이직한 이후 최근까지 박 행장과 만남을 이어갈 정도로 사이가 가깝다.

◇배터리 성장성 보고 SK온 이직 결심...전방위 자금조달 성과

김 CFO가 SK온에 합류한 시기는 2022년 10월이다. SK온이 배터리 합작공장 설립을 위해 조단위 자금을 조달해야 했던 시기다.

SK온은 2021년 포드와 각각 5조1000억원씩 총 10조2000억원을 투자해 합작사 블루오벌SK를 설립하고 미국에 배터리 합작공장 3개를 짓기로 했다. SK온은 2022년 상반기 중에 프리IPO(상장 전 자금유치)를 통해 4조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계획이었으나 금리인상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돌발 변수로 자본시장이 얼어붙어 조달이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배터리 사업에서 적자를 기록 중인 SK온은 당장 필요한 자금을 차입으로 충당해야만 했다. SK온은 외부인재 수혈로 자금상황의 활로를 찾고자 했다. SK그룹은 보통 내부 사정과 회사 연혁을 깊이 알고 있는 '재무통'을 CFO로 내세웠다. 그러나 SK온은 해외로 조달 루트를 넓혀야 했던 만큼 국내외 기업금융 이해도가 높은 전문가가 필요했다.

최재원 SK온 수석부회장이 김 CFO를 직접 영입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미국 브라운대 동문이라는 점 외에 드러난 접점은 없다. SK온 HR 임직원이 발품을 팔아 영입한 인재라고 보는 편이 더 정확하다는 목소리도 있다.

제조업과 별다른 연이 없었던 김 CFO는 수개월 고심했다고 한다. 그러나 새로운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고 싶다는 도전 의식이 그를 움직였다. 배터리는 SK그룹이 성장동력으로 낙점한 'BBC(배터리·바이오·반도체)'의 한 축이고 매년 30% 이상씩 성장하는 유망 산업이라는 점도 제안을 받아들인 요인으로 보인다.


그는 SK온 합류 이후 자금 유치 활동을 본격화했다. 모회사인 SK이노베이션 재무라인이 외부 투자자 유치 등의 프리IPO 작업을 맡았고 김 CFO는 외화채 발행과 미국 에너지부 정책자금 확보 등에 집중했다.

김 CFO의 첫 재무조달 성과는 작년 5월 9억 달러(약 1조1880억원)의 유로본드 발행이다. 최종적으로 52억 달러의 주문이 몰려 흥행에 성공했다. KB국민은행의 지급보증을 받아 신용등급을 상향했던 게 주효했다.

그다음 달에는 미국 에너지부로부터 최대 12조원(92억 달러)에 달하는 정책자금을 잠정 확보했다. 이후에도 국내에서 기업어음(CP) 1000억원, 회사채 2000억원을 발행하는 등 투자금을 확보하는 데 연이어 성공해 자본적지출(CAPEX) 대응 기반을 마련했다.

작년 말 기준 SK온의 연결기준 현금성자산은 3조7446억원이다. 연초부터 CAPEX로 약 7조원을 투입하고 남은 현금인 점을 고려하면 현재까지 자금조달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는 평가다. 그는 조달 성과들을 인정받아 작년 말 인사에서 유임했다.

◇올해 원가 관리 집중...위기 선제 대응하는 '프로액티브 정신' 강조

김 CFO는 올해 고금리와 글로벌 경기 침체, 북미 투자 확대, 배터리 업계 경쟁 심화 등 기회와 위기요인이 뒤섞인 상황에서 손익계산서를 흑자로 만들어야 하는 중책을 안고 있다. 그는 최근 실적발표 자리에서 올해 하반기를 손익분기점(BEP) 가이던스로 제시했다.

김 CFO는 원가 관리에 집중하고 있다. 전방 산업인 전기차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비용 항목 개선을 통해 손실 폭을 최대한 줄이겠다는 구상이다. 그는 미국과 헝가리, 중국 등 글로벌 주요 생산법인의 재무제표를 수시로 들여다보며 타이트하게 손익을 관리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과 유럽연합 핵심원자재법(CRMA) 같은 글로벌 정책 동향이 재무에 미칠 영향을 파악하는 것도 해외법인 손익 관리의 연장선이다.

해외 생산공장 설립 시 투입되는 비용에 관한 항목들도 세세하게 살펴보고 있다. "재무적 임팩트와 관련한 사안이면 CFO 조직이 전부 챙긴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는 김 CFO가 평소 직원들에게 강조하는 '프로액티브(Proactive) 정신'과 관련이 있다. 상황이 발생하기에 앞서 선제적으로 대책을 강구하자는 의미다.

이외에도 올해 배터리 생산능력 확충을 위해 책정된 CAPEX 7조5000억원을 적기에 집행하는 것도 김 CFO의 주요 역할이다.

그는 전통적인 CFO들과 달리 직원들과 격식 없이 소통하는 임원으로 잘 알려졌다. 김 CFO와 호흡을 맞춰본 직원들은 그를 경청하는 리더로 평가한다. 직원들의 의견을 모두 듣고 결정을 내리는 회의 방식을 선호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이진우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김용관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