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석 일진 부회장의 승부수]믿었던 알피니언의 부진, IPO 추진 시기 '불투명'⑥매출 목표 미달, 영업적자 기록…포트폴리오 다각화 불구 일진전기 중요성 커져
김경태 기자공개 2024-02-26 07:30:41
[편집자주]
일진그룹은 최근 재계에서 드라마틱한 변화를 겪은 대기업집단으로 꼽힌다. 허진규 회장의 차남이 보유하던 핵심 계열사가 지분 매각으로 그룹 경영과 멀어지는 격변이 있었다. 반면 허 회장인 장남인 허정석 부회장은 일찌감치 부친, 남매와 동떨어진 독자적 지배구조를 형성하며 홀로서기를 준비해왔다. 허 부회장의 핵심 회사인 일진전기는 최근 해외 전력망 수요를 기반으로 한 호실적과 대규모 유증 추진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수소사업을 하는 일진하이솔루스 등은 경영상 어려움도 엿보인다. 진정한 홀로서기를 위한 시험대에 서 있는 허 부회장과 그의 회사 현황 및 향후 전망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2월 23일 14:3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일진그룹은 2008년 신성장동력 창출을 위해 의료벤처기업인 '바이에드시스템'을 전격 인수했다. 그 후 알피니언메디칼시스템(이하 알피니언)으로 이름을 바꾼 뒤 허정석 일진홀딩스 부회장 체제에서 급격한 성장을 일궜다.알피니언 경영진은 2023년 매출 1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로 제시했지만 지난해 매출 역성장과 적자를 기록했다. 기업공개(IPO)도 언제쯤 가시화할지 명확한 전망이 어려운 상황이다. 알피니언이 일진하이솔루스와 더불어 부진을 지속하면서 허 부회장 계열에서 일진전기가 차지하는 중요성이 더욱 커지는 형국이다.
◇매출 목표 달성 '불발', 6년만에 영업손실…해외법인 반전 여부 '주목'
2000년대 후반 복수의 국내 대기업집단에서는 의료기기를 신사업 분야로 정한 뒤 적극 진출했다. 당시 일진그룹도 서둘러 투자에 나섰다. 일진홀딩스를 내세워 2008년 바이메드시스템(현 알피니언)을 인수했다. 102억원을 투입해 지분 78.59%를 확보했다.
알파니언은 진단용 초음파 기기, 치료용 초음파 기기(HIFU·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를 직접 제조·판매하는 국내 유일한 기업이다. 일진그룹은 알피니언의 독보적인 기술력과 성장 가능성을 주목하고 과감하게 인수했다.
당시 허 부회장이 일진홀딩스의 공동대표이사를 맡고는 있었지만 그의 부친인 허진규 일진그룹 회장이 더 큰 영향력을 행사했던 시기였다. 일진그룹의 의료기기 사업이 허 회장 때 태동한 셈이다.
다만 그 후 허 부회장이 부친과 별개로 독자 체제를 구축한 뒤 알피니언은 허 회장 측으로 넘어가지 않고 허 부회장의 계열사로 남았다. 허 부회장을 필두로 한 그룹의 네트워크, 영업력이 더해지면서 알피니언은 가파른 실적 성장을 이뤘다.
허 부회장은 외부 인재도 적극 영입했다. 삼성전자 프린팅사업부 이란사업총괄, 삼성메디슨 전략마케팅팀장 등을 지낸 박현종 대표를 2021년 영입했다. 2022년 매출 760억원, 영업이익 62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자신감을 얻은 알피니언은 2023년에 매출 1000억원 달성을 공언했다. 하지만 무위에 그쳤다. 일진홀딩스에 따르면 알피니언의 작년 연결 매출은 443억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13.3%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7억원, 당기순손실은 15억원으로 각각 적자전환했다.
알피니언은 비상장사로 아직 작년 연간 성과가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매출 1000억원을 밑돌은 것으로 알려졌다. 매출 역성장은 2020년 이후 3년 만이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이 적자를 기록한 것은 각각 6년, 5년 만이다.
일진홀딩스 관계자는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든 뒤 정부 주관 대형 수요 감소했다"고 밝혔다. 향후 반전 전략에 대해서는 "신제품 플랫폼 전환에서의 품질 중심 제품 완성도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알피니언 내부적으로 3P 혁신을 통한 경쟁력 강화를 추진 중이란 설명이다. 3P 혁신은 △Product 일류화 △Process 혁신 △People 능동 문화 구축 등이다. 매출 1000억원 달성 시점으로는 내년이 목표라 밝혔다.
알피니언이 야심차게 추진한 해외 사업의 정상화도 반전의 키 포인트로 지목된다. 현재 해외법인이 있는 국가로는 독일(Alpinion Medical Deutschland GmbH), 미국(Alpinion US INC), 중국(Alpinion Guangzhou Medical Systems CO., LTD.)이 있다. 3곳 모두 2022년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독일과 중국법인은 완전자본잠식이다.
이에 관해 일진홀딩스 관계자는 "국가별 맞춤형 현장 영업력을 강화하기 위해 태스크폿스(TF)를 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성장 안정화 이후 IPO 추진, 그룹 차원 '일진전기' 중요성↑
일진홀딩스의 주요 종속사는 대부분 상장사다. 애초 비상장사였다가 허 부회장 체제에서 투자자금 마련 등을 위해 상장에 나선 경우도 있다. 수소저장용기에 경쟁력을 지닌 일진하이솔루스가 대표적이다.
이 때문에 투자은행(IB)업계에서는 향후 일진홀딩스가 알피니언의 IPO를 추진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런 관측에는 허 부회장이 외부에서 영입한 전략기획 전문가인 김태윤 일진홀딩스 전무가 2022년 3월부터 알피니언의 이사회에 참여한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김 전무는 애경그룹에서 제주항공의 IPO 실무를 맡은 바 있다.
이에 관해 일진홀딩스 관계자는 "알피니언의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정착 이후 IPO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일진홀딩스의 주요 종속사 중 알피니언과 일진하이솔루스 등이 적자를 기록했다. 일진그룹의 전통적 주력사인 일진전기가 매출과 이익이 성장하며 두각을 드러냈다. 일진전기는 중전기, 전선사업을 하는데 글로벌 전력망 구축과 교체 수요가 증가하면서 호황을 누리고 있다.
향후 알피니언과 일진하이솔루스의 반전이 더딜수록 허 부회장 계열에서 일진전기가 차지하는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사업 포트폴리오 다각화를 추진하는 허 부회장 입장에서는 알피니언과 일진하이솔루스 등 신성장동력의 반전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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